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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 치명적 오류!
버라이어티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다.
2011년 03월 21일 (월) 08: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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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원래 버라이어티란 다채로움을 뜻했다. 80년대까지 버라이어티 쇼라 하면 단순한 코미디만이 아닌 노래와 춤, 마술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이 공존하는 공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마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당대 최고의 MC허참이 진행하던 70년대 TBC의 간판 쇼프로그램 '쇼쇼쇼'가 아니었을까.

문득 MBC의 새 버라이어티 <우리들의 일밤>의 1부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바로 그 버라이어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노래가 있다. 음악이 있다. 코미디가 있다. 그리고 재미가 있다. 윤도현, 이소라, 김건모, 박정현, 백지영, 정엽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일곱 가수의 무대를 보면서 벅찬 감동과 더불어 바로 이런 게 쇼이구나 하는 향수를 느껴야 했다.

그러고 보면 90년대까지만 해도 쇼프로그램이라 하면 음악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었을 텐데. 어느샌가 버라이어티라는 단어를 코미디가 독점하게 되면서 음악은 공중파에 있어 몇몇 순위프로그램이나 심야시간대의 라이브프로그램에만 의존해야 하는 먼 변방으로 떠밀려가 버렸다. 단순히 음악만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라이어티라는 말 그대로 다양한 재미와 함께 음악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음악만을 따로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누구 말마따나 음학도 아니고.

정말 유쾌했다. 그리고 즐거웠다. 음악만이 주는 엄정함이나 깊이는 없지만 대중음악이란 결국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웃음이 있고 재미가 있고 그런 가운데 제대로 된 음악이 있다. 그렇다고 허술하게 아무렇게나 만든 음악이 아니다. 최고의 가수들이 2주에 걸쳐 고심하고 고심한 결과로 나온 작품들이다. 누구나 아는 명곡을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재해석해 부르는 것을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호사인가? 하지만 단지 음악만을 듣고자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만한 호응과 재미는 없었겠지. 그래서 예로부터 쇼란 노래와 춤과 연기와 코미디와 다양한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종합선물세트같은 재미를 추구했던 것이었는데.

마치 버라이어티의 원점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로 이런 것이 버라이어티구나. 이런 것이 쇼라고 하는 것이구나. 음악이란 축제를 위한 것이며, 코미디 역시 축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어디 큰 행사장에 가면 코미디언과 가수가 한 무대에 서는 것처럼 말이다. 코미디언과 가수가, 아니 다양한 공연에 종사하는 이들이 한 무대에 올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단지 게스트나 미션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큰 줄거리로 만들 수 있다면.

다만 아쉽다면 <나는 가수다>를 이루는 두 개의 큰 기둥줄거리 가운데 하나인 '서바이벌'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것.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 <나는 가수다>가 화제를 모으고 높은 시청율을 기록했던 것일까? 굳이 음악프로그램을 찾아 보고 들으려 하지 않는 대중이 단지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한다고 <나는 가수다>가 방영하는 시간에 맞춰 TV앞을 지키고 있었을까? 굳이 시간을 내어 공연을 보고 투표까지 했던 평가단은 어떨까?

출연한 가수들 스스로도 인정했던 것처럼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바로 가수들 사이의 경쟁이다. 그것도 꼴찌를 하면 떨어진다고 하는 절박함에서 오는 치열함이다.

"꼴찌만 안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지."

그래서 더 긴장하고 더 노력하고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단순히 무대에 서고 노래를 하는 것만이 아닌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이야기가 만들어지며 긴장과 흥미도가 높아진다. 거기에 <나는 가수다>의 재미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문제가 이번에 그냥 7위를 하고 떨어졌다면 어쩔 수 없이 운이 없어 떨어진 것이 된다. 항상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선곡의 문제라든가, 무대에서의 실수라든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이유로 단지 실력과 상관없이 운으로 떨어졌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건모가 그렇게 우스운 가수던가? 김건모 쯤 되면 이미 검증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야말로 국민가수다. 김건모가 한 번 무대에서 실패하고 관객의 투표에 의해 꼴찌가 되어 떨어졌다 할지라도 김건모의 실력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운이 없었다. 혹은 실수가 있었다. 그것은 김건모라고 하는 커리어에 있어 하나의 헤프닝에 불과하다.

만일 진정 김건모의 실력이 아깝다면 차라리 다음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던가. 나중에라도 떨어진 가수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서든, 아니면 탈락자들만을 모아서 패자부활전을 거쳐서든, 다시 한 번 설욕전의 기회를 주어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7위를 하고 떨어지기로 되어 있는 그 순간에 제작진의 말 몇 마디로 다시 없었던 것으로. 원래는 김건모가 떨어지고 다른 가수가 서기로 되어 있는 무대마저 양보하도록 하고 김건모에 다시 기회를 주고 있다.

대마불사인 것일까? 너무 큰 가수이다 보니 죽일 수 없다? 너무 거물이다 보니 출연한 가수들 입장에서도 프로그램 입장에서도 떨어지는 것이 큰 부담이었을까? 그러면 다른 출연자였으면? 김건모와 같은 고참도 아니고 더구나 대중적 인지도까지 낮았다면? 그랬어도 다시 살려냈을까?

여기서 다시 한 번 꼴찌가 되어 떨어지면 김건모가 입을 상처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더구나 김건모는 다시 살아났는데 누구는 그대로 떨어지고 만다면 공정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김건모에게도 상처이고 그때 떨어지게 되는 가수에게도 상처다. 누구는 7위를 해서 떨어졌는데도 남고, 누구는 7위를 했더니 가차없이 탈락이고. 그것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름있는 거물이면 어지간하면 꼴찌를 해도 떨어지지 않겠거니. 베테랑들을 자극해서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최고의 무대를 만들도록 하겠다는 애초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김건모 쯤 되면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한 번 꼴찌를 했는데 다음 무대를 허투루 준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정인 것이다.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존재한다.

아무튼 김건모가 7위를 하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고조되었던 흥분과 긴장은 김영희 CP의 '재도전의 기회를 주겠다'는 한 마디로 그대로 맥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이럴 거면 뭣한다고 누가 꼴찌를 할까 마음졸여가며 기대하고 응원하고 했겠는가? 현장에서 투표했던 사람들은? 지켜보고 있던 시간들이 허무해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한 가지 오해가 있었다 한다면, 아무래도 김건모의 재도전 결정이 상당히 돌발적인 상황에 따른 우연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소라가 김건모가 7위한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동료이자 존경하는 선배에 대한 안타까움이고 아쉬움일 것이었다. 이소라만이 아니라 당시 현장에 있던 가수들 모두가 김건모가 7위를 했다는 사실에 놀라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단지 MC였고 그 가운데 가장 과격하고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이었다. 평소 이소라의 예민한 감수성을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소라가 그렇다고 아예 방송을 접자고 시위한 것도 아니고. 이소라가 무대 아래로 내려간 것도 단지 당시 북받쳤던 감정을 추스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였을 것이다. 김건모가 떨어진 채로는 더 이상 방송을 못하겠다가 아니라, 단지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김제동이 위로차원에서 몇 마디 말을 덧붙였을 뿐이고. 김영희 PD가 '잠깐만요'라 외쳐부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누구도 재도전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정황상 보기에 그랬다.

결국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니 - 혹은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으로 재도전이라는 카드를 내밀어 본 것이 아닌가. 앞서 말한대로 정 김건모가 갖고 있는 실력이 아깝다면 다음 기회에 설욕할 수 있는 기회를 약속했어도 좋았을 것을 제작진 분위기에 휩쓸렸거나 - 호은 다른 의도로 분위기를 그런 방향으로 몰아갔던 것이 아니었는가.

설사 가수들이 당시 그런 목적에서 재도전의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어도 일단 시청자와 약속한 것이 있다면 PD는 그 자리에서 잘랐어야 했다. 재도전의 기회를 나중에 주더라도 그 자리에서가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서 시청자와 새로운 약속을 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어쩌면 그것은 MC의 부재로 인한 혼란이 아니었을까. 이소라는 그런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타입의 MC는 아니다.

"노래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다르거든요."

가수가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상황에 대처하며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MC의 존재가 아쉬운 부분이다. 이소라의 상황에서도 거기에서 가수들의 안타까운 감정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원래의 원하던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정리를 해주었어야 했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김건모에게 마무리멘트를 시키던 박명수가 하던 그 역할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박명수에게는 꾸준함이 부족하다.

심지어 PD마저 거기에 휩쓸려 성급한 판단을 내려버리고. 어느새 가수들에 동조해버린 김제동은 말할 것도 없다. 나머지들도 상황을 수습할 능력이 되지 않는 것은 너무 분명하다. MC의 부재와 제작진의 잘못된 판단이 한 순간의 소동으로 끝날 수 있을 문제를 출연자와 프로그램 모두를 욕먹이고 만 경우라고나 할까? 박명수의 말마따나 앞으로 같은 상황이 또 반복될 수 있을 텐데 '제작진이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는 대답은 너무 무책임하다. MC나 그에 준하는 확실한 중심이 시급하다.

어쨌거나 이소라가 무대를 떠난 것은 무대 한 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짓고 있던 연장이었고, 김제동의 말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김건모로 하여금 재도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 역시 동료로써 해 볼 수 있는 말이고. 더구나 김건모는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로써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선의로 비롯된 최악의 결과였던 셈이다. 안타까운 것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좋은 음악이 있다면. 그리고 유쾌한 웃음이 있다면. 실제 <나는 가수다> 출전곡 음원들이 현재 각종 음원사이트 실시간차트를 휩쓸고 있기도 하다. 다만 웃음에 더해 이제까지의 긴장과 흥분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 애초의 취지를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직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더 중요한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어쩌면 일찍 터져서 어쩌면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직 초반.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하나 바로잡아나갈 때이다. 서바이벌이 너무 가혹하다면 재조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보다 오래 보다 높이 지금의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가능성은 확실하다. 포맷 자체가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는 포맷이다. 디테일만 더해지면 된다. 무엇인가.

음악들은 정말 좋았다. 윤도현의 '나 항상 그대를'은 기대했던 대로 호쾌하고 다이나믹했고, 박정현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나 김범수의 '그대 이름은 장미'는 원곡과는 색다른 맛이 있었다. 이소라의 '너에게로 또다시'는 이소라만의 색깔이, 김건모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는 평이하지만 김건모만의 색깔이 더해지며 맛깔나게 재해석되었다. 그리고 백지영의 '무시로'는 원곡과는 또 다른 백지영만의 감정선이 살아있었으며, 정엽의 '짝사랑'은 부분부분 어색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원곡을 훌륭히 자기식으로 재해석해 보여주었다. 하나하나가 최고의 보컬리스트에 어울리는 수준높은 음악들이었고 귀가 즐거웠다. 가수들의 경쟁과 개그맨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유쾌했다.

가능성을 보았다면 한계도 보았다. 장점을 보았다면 위태로움도 보았다. 그럼에도 장점과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그 무대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그 무대들을 살려나갈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계기일 것이다. 수미일관하는 마무리가 무척 아쉬웠다. 진정 옥의 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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