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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12.25 06:28

[김윤석의 드라마톡] 리멤버 아들의 전쟁 6회 "역설, 진실을 믿고 싶은 외침!"

성급한 선전포고, 남규만의 악의 앞에 자신을 던지다

▲ 리멤버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리멤버 아들의 전쟁. 역설이다. 진실을 믿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진실에 기대어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사람의 선의를 믿고 인정에 기대며 그것들이 결국 모든 진실을 밝혀 줄 것이라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믿어 버리고 만다.

개인적으로 법정드라마 가운데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전개였다. 오로지 법과 사실만을 전제한 치밀하고 치열한 논리의 경쟁이 아니다. 오로지 시청자의 감성에만 기댄 상투적이고 통속적인 신파에 지나지 않는다. 어째서 성추행의 유력한 증거로써 제출된 블랙박스 동영상속 남자가 피고인 강만수(남명렬 분)가 아닐수도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서도 그로부터 더 치밀하고 정교한 논리를 전개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일까.

피해자인 김한나의 아버지를 찾아가 만나고, 김한나의 어머니가 수술을 받는 병원을 찾아 강만수 또한 누군가의 아버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전하고, 그리고 법정에서는 모두의 제지 속에 자신의 아버지와 강만수의 가족들 앞에서 진실을 밝히라 윽박지르고 있었다. 그러면 모두의 앞에서 김한나가 자신이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몰았다는 사실을 자백하기라도 할 것이라 믿었던 것일까? 벌써 그 대가로 적지 않은 돈을 받았고, 그 가운데 상당부분을 어머니의 수술비로 써버린 뒤였다. 반전을 기대했었다. 그럼에도 마치 발악하듯 자신의 거짓을 진실이라 고집해야만 하는 절박함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마저도 작가에 의해 치밀하게 의도되고 계산된 전개는 아니었을까.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김한나가 아닌 서진우(유승호 분) 자신을 향해 외친 것이었다. 이대로 좋은가. 거짓인 채로도 괜찮은가. 진실을 믿어보려 한다. 인간의 선의와 인정에 기대보려 한다. 인간은 선하며 정의롭다. 세상에는 아직 희망과 기대가 남아 있다. 만일 이 자리에서 김한나의 진실을 밝힐 수만 있다면 자신 역시 아버지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진실이 남아 있는 한. 세상에 정의가 아직 남아 있는 동안에는. 오히려 더욱 진실을 믿고 싶고 기대고도 싶었기에 그동안 단호히 진실을 비웃으며 거부해 왔던 것인지 모른다. 분노라기보다는 애절한 외침이 서진우 자신의 간절함처럼 들린다.

하필 이번에도 배후에 남일호(한진희 분)가 숨어 있었다. 처음부터 남일호가 의도하여 석주일(이원종 분)을 시켜 꾸미고 실천케 한 것이었다. 장차 자신으로부터 그룹을 물려받게 될 아들 남규만(남궁민 분)을 위해서도 사사건건 그와 대립하는 강만수를 그의 앞에서 치워줄 필요가 있었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가장 추잡하고 경멸스런 혐의를 씌워야만 했었다. 방식도 4년 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리 결정적인 증거까지 만들어 준비해 두고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공개하여 혐의를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린다. 거짓마저도 진실로 만드는 저들의 엄청난 힘과 맞서 빼앗긴 진실을 되찾으려면 과연 무엇이 있어야 하겠는가. 4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서진우가 승리했다. 믿고 기댈 수 있는 것이 사람과 진실 밖에 없다.

선전포고를 한다. 우연히 마주친 남규만에게 무모하게도 먼저 싸움을 걸어 버린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서진우 자신의 이야기이기보다 하루하루 나빠져만 가는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의 알츠하이머에 대한 걱정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만 끌다가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하루라도 빨리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고 감옥에서 꺼내 치료받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서둘러야 한다. 만일 일호생명의 부사자인 강만수의 변호를 자신이 맡게 된다면 당연히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다. 자신이 남여경(정혜경 분)에게 접근하여 유혹하려 해도 자신의 정체와 목적마저 모두 남일호, 남규만에게 알려질 수밖에 없다. 무모하고 위험하다. 굳이 남규만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를 도발한 의도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남일호의 손이 닿은 일인데 벌써부터 그리 허술하게 틈이 드러나 있을 리 없다.

절망적인 싸움이다. 그래서 박동호(박성웅 분) 역시 아직 서진우와의 계약이 끝나지 않았다 여기면서도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아버지를 살려주겠다. 아버지가 무죄로 풀려날 수 있도록 해주겠다. 진실을 밝히고 진범이 처벌받도록 해주겠다. 그러나 어떻게? 남일호의 눈을 피해야 한다. 최소한 남일호의 힘이 미치지 못하거나, 그를 뛰어넘은 힘을 등에 업어야 한다. 그런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 있을 리 없다. 잠시라도 틈을 보이면, 조금이라도 남일호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대로 4년전의 반복일 뿐이다. 그러나 서진우는 벌써부터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싸워야 한다는 당위가 그를 무모한 싸움에 나서게 만든다. 서진우는 과연 어떻게 이 거대하고 강한 적과 싸워 이길 것인가.

이인아(박민영 분)의 진심을 듣는다. 혼자가 아니었다. 그때도 그랬듯 지금도 역시 서진우는 혼자가 아니었다. 잊지 않고 있었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의도와 목적으로 힘든 싸움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세상에 단 한 사람 자신을 믿고 의지해주는 이가 있다면. 세상에 단 한 사람 자신의 진실을 믿고 함께 싸워주는 사람만 있다면. 아마 그래서 더욱 서진우는 진실을 믿고 싶었는지 모른다. 자신에게도 세상 모두에게도 진실의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자 했던 것인지 모른다. 그를 빛의 세계에 잡아둔다. 한없이 어둠으로 빨려들어가던 그에게 돌아갈 한 가닥 실타래가 되어준다. 일부러 거부한다. 지금의 자신에게 이인아는 어울리지 않는다. 미워하고 싶을 정도로 믿고 기댄다. 여전히 박민영다운 캐릭터지만 지금 서진우에게 가장 절실한 누군가다.

확실히 재미와 개연성은 서로 비례하지 않는다. 설정의 치밀함도 작품에 대한 만족도를 담보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매력이다. 행동의 당위다. 보편성에 기댄다. 어찌보면 과감하다. 주제와 오로지 재미만을 선택한다. 생각하기 전에 먼저 느끼며 본다.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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