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8.30 09:40

[김윤석의 예능톡]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어긋난 몸과 마음의 시간, 멈췄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또다시 부상,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열정들을 우려하며 응원하다

▲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안정환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멈춰있던 시계를 다시 움직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시한이 있다. 불과 몇 달, 불과 몇 주, 몇 년을 쉬었던 몸을 다시 추스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잊었던 기술들을 떠올리고, 몸이 기억하는 원래의 실력을 되찾는다. 실제 경기장에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는가. 그러나 그것이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당황스럽고 더 혼란스럽다.

아마 가장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인 선수들 자신들일 것이다. 몸이 기억하고 머리가 기억한다. 그러나 몸이 기억하는 시간과 머리가 기억하는 시간이 다르다. 과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과거 자신은 어떻게 움직였었는지. 어떻게 뛰고, 어떻게 공을 차고, 어떤 식으로 동료들을 이용했었는지. 마냥 넉넉하게 기다릴 시간이 없다. 기억이 돌아오기 전에 이미 자신은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의욕이 앞선다. 의욕만 앞설수록 몸과 머리는 더욱 따로놀게 된다.

물론 실력도 부족하다. 운동을 너무 오래 쉬었다. 경기도 너무 오랫동안 뛰어보지 않았다. 몸도 머리도 모두 잊었다. 차라리 아예 잊었으면 좋을 것을 어설픈 기억이 자꾸 오판하게 만든다. 안되는 것을 되는 양 착각하고, 될 수 있는 것도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잘못 판단하고 만다. 한 번도 교체멤버로 뛰어 본 적이 없었다. 항상 선발이었다. 선수로서 선발에 대한 욕심은 당연하지만 아직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더욱 시간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마음만 앞서게 되기 쉽다. 악순환이다. 현실은 마음과 한참 저 멀리 떨어져 있다.

부상을 우려하게 되는 이유다. 벌써 몇 명이나 부상을 이유로 팀을 떠나고 말았다. 조금만 쉬면 된다. 조금만 조심하면 된다. 그것이 되지 않는다. 그런 자신을 스스로가 용서할 수 없다. 무리하고 만다. 더 뛰고, 더 움직이고, 더 힘을 쓰고, 그러다 어딘가 고장이 나면 그조차 느긋하게 돌볼 여유가 없다. 2주를 쉬라는데 바로 뛰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래야 한다. 그래도 소속된 팀이 있다면 부상에서 일어나기까지 기다려주기도 할 것이다. 더구나 부상을 이유로 운동을 그만두어야 했던 경우가 너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꿈을 포기할 수 없다.

어차피 운동을 하면서 부상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로 인해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당장 청춘FC를 지도하는 코칭스태프도 치명적인 부상의 위협에 시달린 기억들이 하나씩 있다. 선수생명이 끊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딛고 일어나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고 있었다. 부상보다 더 두려운 것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그나마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일 터다. 더이상 다시는 그라운드를 뛸 수 없을지 모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축구가 좋은 선수들이다. 축구의 꿈을 이루고 싶은 청춘들일 터다. 단지 아직 방법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안정환이든 이을룡이든 청춘FC의 청춘들에게 가차없이 엄격하다. 진짜 프로란 그런 정도가 아니다. 진짜 프로라면 이런 정도로 힘들다 어렵다 우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아직 준비가 덜되어 있다. 엄격하게 몸과 마음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포기할 것이면 어쩌면 일찌감치 그만두고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아직은 많이 어설프다. 답답하고 마음에 안차는 장면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그동안 잃었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이제 겨우 몇 달밖에 지나지 않았음을. 한창 운동하던 시절에는 이렇게는 아니었을 것이다. 익숙해져버린 일상과 자신을 분리시켜야 한다. 성공하거나, 아니면 다시 한 번 좌절하거나. 성장해가고 있다.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지켜보는 이유다. 아직은 꿈을 꿀 수 있다. 멋지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