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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8.04 07:56

[김윤석의 드라마톡] 미세스캅 1회 "여성이라는 특별함, 현실의 고민을 담아내다"

경찰과 강력범죄, 그리고 엄마, 특별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위해

▲ 미세스캅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미세스캅. 하기는 남성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사회적 관습이 남성은 밖에서 일하는 존재라 단정짓고 있을 뿐이다. 엄마라면 항상 아이의 곁에 있어주어야 한다. 아이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살피고 지켜주어야 한다. 아빠가 일을 하느라 아이를 보지 못하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의 곁을 지키지 못하면 당장 동생으로부터도 비난이 퍼부어진다. 남편이 일때문에 가정을 지키지 못해도 아내는 이해해주어야 한다.

어찌보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경찰이다. 집에서는 가정에 소홀하다고 야단이고, 직장인 경찰에서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조직과 개인들이 일을 더 힘들게 만든다. 당장 강력 1팀의 형사 조재덕(허정도 분)만 하더라도 그같은 전형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더니 아예 오늘까지 안들어올 거면 영원히 들어오지 말라. 그런데 그것이 여성의 입장이 된다면? 아빠가 아닌 엄마가 되고, 형사의 앞에 '여'자가 하나 더 붙는다. 그것만으로도 인상이 전혀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일 것이다.

범인을 쫓느라 딸의 발표회에도 한참 늦게서야 도착한다. 그나마 아내를 대신해서 동생 최남진(신소율 분)이 딸의 곁을 지키고 있다. 바가지도 긁어준다. 그래서야 엄마자격도 없다. 그리고 비난이 끝나면 이해해주는 것까지 닮아 있다. 그렇다고 항상 딸만을 위하며 함께 지내기에는 쫓고 있는 범인이 흉악한 연쇄강간살인범이다. 심지어 임산부마저 강간하고 살해했다. 억울하게 살인자로 몰린 피의자도 지켜야 한다. 일은 힘든데 딸은 밟히고. 딸을 위해 기꺼이 경찰을 포기할 결심까지 하게 되는 것은 역시 성역할에 따른 차이점일 것이다. 연쇄살인범이나 부당한 상사의 압력보다 엄마를 보고싶어 도둑질을 한 딸이 더 가슴에 사무친다.

남성화된 여성이다. 여성으로서 경찰이라는 조직에서 살아남자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강력반에서 온갖 흉악한 범죄자들을 상대하며 그들을 쫓아야만 한다. 약해져서는 안된다. 여린 모습을 보여서도 안된다. 최소한 경찰 내부에서도 그런 최영진(김희애 분)를 여성이라는 성별에 가두어 판단하려는 사람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부당한 명령과 행동을 일삼는 과장 염상민(이기영 분)조차 서슴없이 그녀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그같은 구분을 무시한다. 하지만 어머니다. 그래서 더 극적이다. 마지막 순간 어머니이기를 선택한다. 아니 선택하려는 순간 다시 자신이 쫓던 범죄자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극적이고 더 비장하다. 드라마의 입장에서 무척 다행스럽기도 할 것이다.

경찰은 범인을 잡는 사람이다. 범죄를 수사하고 범죄자를 체포하여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같은 당연한 상식이 어이없이 무너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건 하나가 얼마전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있었다. 무고한 목격자를 범인으로 몰아 강제로 자백을 받아내고, 심지어 얼마 안있어 진범이 잡혔음에도 진범은 무시한 채 끝까지 형을 살게 만들었다. 자신의 체면 때문에. 자신의 입장 때문에. 정의감도 뭣도 아니다. 단지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려는 시도일 뿐. 범죄자에게 인권이 없다고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단순강도범을 연쇄살인자로 몰아 법정에 세우려 한다. 진범을 쫓다가 다쳐서 수술까지 받은 형사가 어느새 피의자가 되어 사찰을 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 사건이 아니었으면 단지 드라마일 뿐이다 여겼을 텐데. 시의적절하다. 더욱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대부분에게 그것은 또한 자신들의 현실이기도 할 것이다. 판타지와 현실의 고민을 섞는다. 공감할 수 있는 고민들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이입하는 계기가 된다. 경찰이란 단지 배경이다. 강력범죄란 단지 수단이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겨우 가정에 대한 더 큰 책임과 동시에 일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간극이 커진다.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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