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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7.31 07:11

[김윤석의 드라마톡] 어셈블리 6회 "토사구팽, 공천과 진상필의 권력의지"

공천을 바라는 진상필, 최인경 분노하다

▲ '어셈블리' 포스터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바로 한국정치의 시작이며 끝이다. 전부라 할 수 있다. 공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최소한 기회라도 가질 수 있다. 아니 때로 공천이 곧 당선이기도 하다. 당장 '어셈블리' 진상필(정재영 분)만 하더라도 내세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일개 해고노동자 출신이었지만 단지 여당의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경제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고 있었다. 여당의 실세라는 사무총장 백도현(장현성 분)이 굳이 무리수를 두어가며 경제시를 자신의 지역구로 탐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국회의원이 되어 국회의원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피켓을 들고 국회의사당 정문을 지키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서도. 국회의원이 된 자신을 그저 신기하고 대단하게 바라봐주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하다못해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주는 달콤함에 취해버린 자신이 있다. 국회의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들을 결코 놓칠 수 없다. 홍찬미(김서형 분)가 한때 백도현의 최측근으로서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는 위치에 있던 최인경(송윤아 분)를 이제는 전혀 거리낌없이 눈아래로 두고 무시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자신이 달고 있는 국회의원 배지의 힘이었다. 과연 자신이 더 이상 국회의원이 아니게 되었을 때도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나의 예일 뿐이다. 당장 국정을 주도하는 여당의 당직을 맡게 되니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도 힘이 실린다. 그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위해 모시고 떠받드는 사람들과 함께 당장 손에 쥐어지는 것들도 생긴다. 무엇보다 그런 사람들을 한참 위에서 굽어볼 수 있다는 것은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쾌감일 것이다. 어느 순간 다시 아래로 내려와 다른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마주한다는 사실조차 굴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것을 바라고 권력을 쥐려 정치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정당의 공천에 의해 시작되고 가능해진다. 과연 그것은 정치인들에게 어떤 의미이겠는가? 소신을 앞세워 현실과 맞서던 많은 정치인들이 끝내 꺾이고 만 이유다. 스스로 굽히거나 꺾지 않으면 공천을 받지 못해 아예 말라죽고 만다.

공천을 받고 싶어졌다. 한 번 더 국회의원을 해보고 싶어졌다. 국회의원이 되어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국회의원이 되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최소한 시도라도 해보고 싶다. 자신이 바라는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조차 없다. 이제 현실을 안다. 다만 기왕에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그런 시도라도 해봤다는 만족과 위안을 얻고 싶어진다. 사람이 내일을 살기 시작하면 근심도 늘게 된다. 너무 멀리 보게 되어도 두려움도 따라 늘게 된다.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을까? 누가 그렇게 해 줄 수 있을까? 비로소 백도현이 가진 공천이라는 힘이 눈에 들어온다. 기꺼이 무릎을 꿇고 자신을 굽힌다. 자신의 모든 것을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바로 힘이라는 것이다.

백도현은 물론 청와대와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비청계의 수장 박춘섭(박영규 분)조차 백도현이 진상필을 앞세워 공천권을 흔들며 기습적으로 치고 나오자 바로 자세를 낮춘다. 이미 진 싸움이다. 백도현이 이긴 싸움이다. 그래서 명분만을 가지려 한다. 이미 공천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의 인선에서 백도현도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워주고 있었던 터다. 진상필만 내놓으라. 어차피 그러자고 칼받이로 앞세운 것을 안다. 백도현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어 보이던 홍찬미조차 공천을 앞세워 비청계를 도발하는 것만은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상대의 목을 치려면 자신의 목도 함께 내어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면 당연히 자신의 목이 날아가는 것이고, 이기더라도 함께 죽자고 나서면 역시 자신의 목도 무사하지 못한 법이다. 칼춤을 추려 하면서 칼이 가지는 무서움을 전혀 알지도 대비하지도 못한다. 무지는 용기가 아니다.

리더가 되려면 때로 냉정해질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단지 숫자로만 여긴다. 얼굴도 이름도 안다. 인간적인 정과 유대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 자신에게 지워진 책임이 있다. 그러라고 주어진 것이 리더라는 자리인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더 가치있는 무언가를 위해, 그래서 선택에 대한 모든 책임까지 자신이 짊어지려 한다. 권력자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그 과정에서 너무나 쉽게 자신을 합리화하고 용서해 버린다. 선택에 따른 희생을 당연하게 여겨 버린다. 그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는 사람조차 드물다. 윽박지르고 혹은 잊어버린다. 남는 것은 자신의 선택으로 다른 사람의 운명이 너무나 쉽게 바뀌는 짜릿한 현실일 것이다. 권력이 주는 마력에 도취된다. 진짜 권력자가 된 것 같다.

자신의 힘이 아니다. 자신의 실력이 아니다. 백도현의 뒤에는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최측근이다. 박춘섭이 두려워하는 것은 백도현이 아니다. 백도현을 따르고 있지만 그들을 친청계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손에 쥐어졌으니 자신의 손이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그리되었으니 자신의 힘인 것이다. 그래서 더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청계의 수장인 박춘섭과의 거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위해 충성하는 진상필을 희생시켰다. 아니 벌써 오래전부터 진상필을 희생시킬 것을 전제로 계획을 꾸며왔다. 박춘섭이라고 하는 협상의 상대가, 그리고 자신의 손에 쥐인 진상필의 운명이 자신의 권력을 확인시켜준다. 그리고 그것을 '리더'라는 말로 다시 합리화시킨다. 그러므로 자신은 리더다. 청와대의 뜻을 쫓아 단지 손발이 되어 움직일 뿐인 리더.

최인경이 분노한다. 분노라기보다는 차라리 연민이다. 이렇게나 어리석다. 이렇게나 현실에 대해 무지하다. 한창 싸울 때라면 모를까 싸움이 끝나고 나면 피묻고 녹슨 칼따위 오히려 남들 보기에 거슬릴 뿐이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아닌데 끝까지 파멸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면 마지막에는 타협이 이루어질 태고 그에 따른 댓가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제물로 가장 적당한 것은 더 이상 쓸모가 사라진 피투성이의 지저분한 사냥개인 것이다. 백도현의 말을 흘려듣지 말았어야 했다. 여지를 남긴다.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 이제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반청계 입장에서도 이제 더 이상 진상필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다. 너무 뻔히 보이는데 그것을 진상필은 모른다. 그러고도 공천을 원한다니 그저 허탈할 뿐이다.

내부문건이 흘러나온다. 공천개혁의 결과 다음 총선에서 공천이 배제된 국회의원들의 명단이다. 진상필이 포함되어 있다. 진상필의 기대는 배신당했다. 아니 처음부터 혼자만의 기대였다. 백도현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최인경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어쩌면 딸 진주희(김지민 분)가 그랬던 것처럼 아내 김경아(이항나 분)의 한 마디가 계기가 되어 줄 지 모르겠다. 위기를 통해 성장하거나 깨어난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자신에게 절실한 것, 진실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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