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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07.28 18:32

[권상집 칼럼] 호의는 누리고 의무는 회피하는 욘사마식 신비주의

언론의 불필요한 호들갑, 대중은 신비주의에 대해 일절 관심 없다

▲ 배용준 박수진 ⓒ배용준 인스타그램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확실히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좋긴 좋은가 보다. 어제 배용준의 결혼식은 연예 방송 프로그램 외에도 지상파, 종편 뉴스를 가리지 않고 모든 채널에서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이었으니 말이다. 마이바흐라는 휘황찬 럭셔리 카를 타고 온갖 바리케이드를 치며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저 멀리 둔 채 신비주의 행보로 결혼하는 배용준의 모습은 영국 왕실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이러니 요즘 청소년들이 미래 희망사항으로 ‘연예인’을 압도적으로 손꼽는 것도 필자가 보기에 무리는 아니다.

물론, 필자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공인이라는 이름만으로 자신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언론에 다 밝힐 의무는 없으며, 자신의 사생활도 엄연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도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최근, 김수현의 아버지 및 그의 숨겨진 여동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굳이 언론이 꺼내고 화제로 내세울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필자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공인들 역시 언론 또는 대중에 자신의 숨기고 싶은 사항을 모두 공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중이 보여주는 호의는 권리처럼 누리면서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마치 은둔의 제왕처럼 숨는 모습도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일거수 일투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CF에서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 행보를 보이면서도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생활은 철저하게 공개하지 않는 모습은 사실 팬이 아닌 대중의 한 사람으로 보기에도 매우 낯설기 짝이 없다. 국내에는 이른바 CF 배우라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로 CF에서만 대중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이 있는데,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최소의 활동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고 있으니 이를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어제 진행된 배용준과 박수진 커플의 결혼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한다고 그렇게 언론이 과도한 관심을 갖는지, 그것도 비상식적으로 갖는지 모르겠다. 웨딩 촬영을 어디서 했으며, 웨딩 카는 몇 억짜리고 결혼 후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신혼여행지 숙박 하루에 얼마만큼의 금액이 소요되는지에 대해 언론은 귀가 따갑도록 떠든다. 여기에 일부 전문성 없는 평론가들은 방송에 출연하여 아무 정보도 모르면서 장단을 맞추고 있다. 사실, 단적으로 말해서 그 둘이 결혼을 하든 말든, 어디를 가든 대중은 그다지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배용준은 자택에서 웨딩 촬영을 했다고 하나 이후 사진 역시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았으며, 신혼여행 역시 남해로 떠날 예정이나 여기에 대해서도 공식적 입장은 함구하고 있다. 아울러, 결혼식에서도 다른 연예인들이 보여준 사전 인터뷰와 달리 그 어떤 매체와도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신비주의를 넘어서 가히 국내 정보기관 최고 요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과도한 은둔주의임에 틀림없다.

2007년 MBC의 태왕사신기 이후로 8년 동안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양현석 YG대표처럼 경영자로서의 행보를 보이지도 않았다. 8년 동안 언론에 공식 인터뷰를 스스로 먼저 보인 적도 없다. 2007년 그가 태왕사신기를 촬영했을 때, 당시 초등학생이 벌써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공식적 모습을 단 한번도 보이지 않는다면 이는 그를 아끼며 기다리는 팬들, 더 나아가 대중에 대한 도리는 분명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언제나 볼 수 있는 그의 환한 모습은 여전히 현실과 조금 동떨어져 보인다. 최근 들어 소통의 필요성이 정, 재계를 막론하고 모든 리더들에게 강조되고 있는데 유일하게 소통의 부재에 대해 성역화된 곳이 있으니 이른바 A급 연예인들의 신비주의 행보이다. 모든 정치인들과 재계 리더들은 불통에 대해 비판 받으면서도 이른바 소위 공인이라는 배우, 가수의 신비주의에 대해서 늘 언론은 미사여구로 이를 아름답게 꾸미기 바쁘다.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CF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후(사실, 광고에서 신비주의를 보이는 연예인은 극히 없다. 이보다 더 큰 자본의 힘은 없을 테니까) 막대한 부를 축적, 은둔해 있으면서 종종 대중과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그들을 보면, 영화 속 대사처럼 대중의 호의를 당연히 누려야 될 권리로 느끼는 것 같아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SNS 상에서 소중한 팬 여러분을 언급하고 웃음 짓는 그들의 모습이 정작 현실에서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올 때, 대중은 관심을 아예 접어둔다는 걸 그들은 정말 모르는 것 같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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