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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6.17 05:44

[김윤석의 드라마톡] 상류사회 4회 "폼생폼사, 젊고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위해"

부족한 이야기와 장식적인 연출, 보는 즐거움이 있다

▲ '상류사회' 성준 유이 임지연 박형식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서사란 순간의 연속이다. 각각의 독립된 단위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배열되어 완결된 구조를 만든다. 결국 각각의 단위들이란 유기적 구조를 위한 개별의 요소들인가, 아니면 유기적 구조란 각각의 단위에 의한 결과인가.

포르노야 말로 그 가장 극단적인 예일 것이다. 포르노의 모든 요소들은 오로지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존재한다. 어떤 액션영화에서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압도적인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나머지 요소들을 단지 배열하고 있기도 하다. 서사적 구조와 구성에 있어 많은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순간의 강렬한 쾌락이 모든 단점을 잊게 만든다.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경우도 주인공이 음식점에 들어가 요리를 먹는 장면을 위해 나머지를 구성한다.

서사적으로도 완전무결하다면야 물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어 온 소재이고 주제일 것이다. 재벌을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이미 거의 나왔다고 봐야 옳다. 출생의 비밀과 후계다툼, 그리고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재벌은 왕국이고, 총수는 국왕이며, 재벌가란 왕국을 다스리는 고귀한 신분들이다. 모두가 동경해마지않는 화려한 일상과 비틀린 질시와 증오를 충족시켜주는 피비린내나는 탐욕과 다툼들이 대중의 말초적 감성을 자극한다. 그들처럼 살고 싶고, 그러면서도 그들처럼 될 수 없는 자신을 위로한다. 아닌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그런 대중의 의도를 위해 드라마는 만들어진다.

불행한 출생과 성장, 정상에서 벗어난 재벌가의 현실, 그리고 무엇보다 후계자의 자리를 두고 피를 나눈 자매들이 다투어야 한다. 역시 주인공이 여성인 만큼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의 대상은 남성이어야 한다. 수동적이기 쉬운 여성과는 달리 남성의 경우는 야망조차 능력으로 비쳐지는 경우가 많다. 단지 외모가 남다르거나 인간적인 매력에 이끌려서 주인공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가진 바 능력으로 스스로 주인공에게 다가간다. 전형적인 재벌가 배경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상류사회' 유창수(박형식 분)와 이지이(임지연 분)가 맡는다. 어떻게 주인공인 장은하(유이 분)는 야망을 위해 자신을 이용하려는 채중기(성준 분)와 사랑을 하고, 장차 실종된 오빠 장경준(이상우 분)를 대신해 아버지 장원식(윤주상 분)의 뒤를 잇는 후계자가 될 것인가. 뻔한 만큼 더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을 무엇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흔할 것이다. 로맨스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조차 전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매 순간 시청자의 눈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있다. 낯간지럽지만 원래 사랑하게 되면 당사자만 모르는 법이다. 최대한 폼을 잡는다. 어떻게든 멋지게 보이려 꾸미고 장식한다. 그렇지 않아도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절로 그림이 되는 아름답고 잘생긴 남다른 외모의 배우들이었을 것이다. 아무 상관없는 남이라 해도 그처럼 매력적인 남녀가 함께 있으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한 번은 더 돌아보게 된다.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가보다, 어떤 멋진 장면들을 시청자들에 보여주는가. 단지 줄거리만을 볼 것이라면 굳이 TV앞에 앉아 드라마를 볼 필요가 없다. TV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동시적으로 느끼는 매체다.

장은하를 바라보는 채중기의 미묘한 표정의 변화가 흥미롭다. 단지 야망을 위한 수단일 뿐일까. 그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일 뿐일까. 자신을 향한 유창수의 호의에 이지이는 여지없이 흔들리고 만다. 아무리 거부하려 해도 호감을 가지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동경의 대상에게 그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낯설고 어색한 탓에 장은하의 표정마저 굳어 있다. 중간이 없이 빠르고 정신없지만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에 만족하고 만다. 굳이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보이고 들리는 그 자체로써 즐기는 드라마도 있다.

굳이 젊고 매력적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보람이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들이 가진 매력이야 말로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재미다. 이렇게 드라마는 감각적이고 멋지다. 눈이 즐겁고, 시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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