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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5.06.06 09:30

[김윤석의 드라마톡] 프로듀사 7회 "신디의 키스, 마침내 껍질을 깨다"

신디를 구속하는 것들, 신디가 듣고 싶은 한 마디

▲ 프로듀사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이 성장하려면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그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혹시 예정된 결말을 위한 복선은 아니었을까. 프로듀사 탁예진(공효진 분)과 백승찬(김수현 분)이 이어진다면 어쩔 수 없이 신디(아이유 분)는 실연의 아픔을 겪어야만 한다. 주저앉아 울기보다 딛고 일어서서 더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변미숙(나영희 분) 대표와의 관계의 변화를 암시하는 귀절로도 해석된다. 엄마라고 불렀었다. 소속사만이 그녀의 유일한 집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다른 것에 눈돌릴 여유조차 없이 변대표가 시키는대로 지금껏 정신없이 달려오기만 했었다. 비로소 주위를 돌아본다. 자신을 돌아본다. 때늦은 사춘기였을 것이다. 하필 그때 나타난 것이 백승찬이었다.

처음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변대표의 지시를 어기고 멋대로 도망쳐 라준모(차태현 분)의 집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린다. 그녀가 누린 자유란 다른 것이 아니었다. 나트륨 걱정 없이 집밥을 먹고, 스케줄과 상관없이 취하도록 맥주를 함께 마시며, 그저 집안일을 하는 것이다. 청소하고, 정리정돈하고, 분리수거를 하고,그리고 난 낮잠을 즐긴다. 그녀가 원했던 삶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스타가 되어 버린 지금 닿을 수 없는 꿈이 되어 버린 일상이다.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신디를 동정하던 입장에서 역할의 변화가 무척 고무적이다. 비중이 높아졌다. 이야기가 풍부해졌다. 그늘의 정체를 속시원히 밝혀준다. 자신이 연습생이 된 탓이 멀리 춘천에서 보러 오던 부모님이 사고를 당했다. 변대표를 엄마라 불렀던 이유였다. 프로로서의 철저함이라기보다는 돌아갈 곳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매달린 것에 가깝다. 갈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다. 후회란 현재에 대한 불안이고 불신이다. 이제 자신은 내려가는 것밖에 남은 것이 없다. 신디의 제멋대로인 성격은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에 가깝지 않을까.

굳이 투덜거리면서도 주는대로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다. 라임을 띄워달라면서 미지근한 물도 그냥 마시고, 나트륨을 먹으면 안된다면서도 국물을 잘도 떠서 입에 가져간다. 그냥 습관이다. 그렇게라도 자신조차 모르는 불만과 불안을 밖으로 쏟아낸다. 원래 불만은 다른 것이다. 다른 것이 불안한 것이다. 하지만 차마 말로 입밖에 꺼내지 못한다. 항상 날카롭게 곤두서 있고, 주위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 한다. 그렇게밖에 배우지 못했다. 지금껏 그렇게만 살아왔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아무렇지 않게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한 마디일 것이다.

"너 때문이 아냐!"
"넌 최선을 다해왔어!"
"넌 지금 잘하고 있어!"

신디에게 가장 큰 생일선물이 되고 있을 것이다.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었다. 아무라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었다. 소설 '데미안'의 구절에 대한 백승찬의 친절한 해설이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위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끝까지 듣고 자신을 이해해 주었으면. 자신을 알아주었으면. 그런데 예상외의 큰 선물을 받고 말았다. 그동안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심지어 자신조차 바라는지도 알지 못했던 한 마디를 백승찬이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괜찮다.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신디는 지금의 신디인 채로도 좋다.

용기를 낸다. 껍질을 깬다. 톱스타 신디가 아니다. 그 순간 그녀는 아이돌도 연예인도 아니었다. 그냥 자신이었다. 오로지 자신으로서였다. 다른 무엇도 아닌 오롯한 신디 개인으로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상대에게 전하려 한다. 다음은 생각지 않는 지금 이 순간만의 감정이며 자신의 진심이다. 그만큼 가벼웠고 무거웠다. 홀가분했으며 그런 만큼 더 간절했다. 이미 백승찬이 탁예진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을 눈치채고 있었다. 백승찬이 무엇을 생각하든 지금의 자신에게만 충실하려 한다.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자체를 즐긴다. 과연 백승찬은 신디의 필사적인 고백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역시나 드라마의 중심은 아직까지 탁예진과 백승찬인 듯하다. 탁예진을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난다. 당장 전화를 받고 자신의 차로 돌아가는 탁예진으로 인해 긴장하게 된다. 변대표가 뿌려놓은 독이 탁예진을 노린다. 다만 놀이공원에는 백승찬과 함께 라준모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승찬일까? 라준모일까? 아니면 단지 시청자를 TV앞에 잡아놓기 위한 PD의 고약한 장난이었을까? 더 큰 고난과 위험이 더 달콤한 성취로 이어진다. 오늘은 충분히 신디도 자신을 둘러싼 껍질과 부딪히고 있었다.

오만과 순수를 넘나드는 아이유의 수수한 표정연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연기한다는 느낌이 없다. 마치 원래의 자신처럼 자연스럽다. 드리워진 짙은 그늘이 어울리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워낙 어렸을 적부터 보아왔던 탓에 가끔 여전히 소녀일 것이라 착각하고 만다. 해맑지만은 않다. 그것이 신디의 표정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수많은 감정들이 결코 길다고 할 수 없지만 그동안의 그녀의 삶과 함께 표정으로 나타난다. 배우의 얼굴이었다.

신디에게 손해배상을 받아내려는 모습과 어린 시절의 사진을 펼쳐보는 모습이 절묘하게 겹친다. 확실히 변대표는 돈만 밝히는 속물이다. 그러나 과연 엄마라 부르라 했을 때도 그저 돈만을 바라고 그랬던 것이겠는가. 껍질을 깨는 것은 어쩌면 신디만이 아닐지 모른다. 그녀가 각오해야 하는 고통과 희생은 무엇일까. 그녀가 잃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가끔은 주인공에 이입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응원하며 보는 것도 드라마를 보는 한 재미일 것이다. 탁예진과 라준모의 오랜 인연은 차라리 악연이 되어 간다.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 도저히 떼어놓을 수 없다. 남은 횟수가 부담스럽다. 일주일의 즐거움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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