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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5.03 10:09

[김윤석의 드라마톡]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5회 "섹스와 키스, 그들이 사랑에 빠지기까지"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헤어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처럼

▲ SBS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모든 로맨스의 시작은 상대를 의식하면서부터 일 것이다. 단지 인간이었다. 그저 수많은 남자와 여자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사람이 세상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그를 의식해 생각하고, 그를 의식하며 말하고, 그를 의식해서 행동한다. 자신을 잃고, 일상마저 휘둘리고 만다.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소정우(연우진 분)와의 민망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굳이 봉민규(심형탁 분)와 거짓으로 연인행세를 하려 한다.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고 자신에게 솔직한 고척희(조여정 분)가 그같은 무리한 행동까지 하게 되는 이유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처음부터 고척희가 소정우를 의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성가시고 손이 많이 가는 부하였고, 자신을 BF에 팔아넘긴 배신자였다. 입장이 바뀌어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으로서 보좌해야 하는 변호사로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같은 불편한 상황에 대한 반발은 계속해서 그녀로 하여금 소정우를 의식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고척희에게 이경(이동휘 분)은 소정우가 전부터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계기를 만들어주게 된다. 소정우의 사소한 배려들이 봉민규와 사무실 직원인 우유미(이열음 분)에 의해 자신을 향한 호감으로 여겨지기에 이른다. 소정우가 자신을 좋아한다. 그러면 자신은?

그런 점에서 이번 회차에서 쓰인 두 가지 메타포가 무척이나 예사롭지 않게 여겨진다. 이전까지 이경은 우유미에 대해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오직 고척희 뿐이었다. 그토록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악연이라고 할 수 있는 고척희에 대한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런데 어느날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같은 사무실의 우유미와 함께 밤을 보내고 출근하는 그의 손에 장미꽃이 들리기 시작한다.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단지 우연한 육체의 관계에 정의되어 버린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자신에게 키스해주지 않았기에 사랑하고 있음에도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하게 되었다는 어느 부인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도 인간 역시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를 살아가는 현실의 존재일 것이다. 인간의 모든 사유와 감정 역시 그같은 인간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에 의한 현상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단지 외적 조건과 자극에 대한 반응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만났기에. 그런 조건과 환경에 놓였기에. 그토록 모든 일이 무심하고 권태롭기까지 하던 봉민규가 순간의 변덕으로 고척희와 거짓연인을 연기하며 그에 맞춰 말하고 행동하는 사이 어느새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도 남다른 감정이 깃들기 시작한다. 누군가 고척희를 좋아하고 있고, 그런 상대를 고척희 역시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혀 동요없던 봉민규였을 것이다.

어쩌면 드라마의 제목에 '이혼변호사'라는 단어가 들어가게 된 이유일 것이다. 사실상 로맨스로서의 자기부정에 가깝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과연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무엇을 사람들은 사랑이라 여기는가? 두 주인공 소정우와 고척희는 어떻게 사랑에 빠지고, 어떤 과정과 방법들을 통해 그 사랑을 성취하게 되는가?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그리고 마침내 헤어지기까지의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다루어지게 된다. 키스를 이유로 이혼하려는 어느 부인으로 인해 소정우와 고척희 두 사람이 서로 키스하게 되는 것처럼, 이혼변호사로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연들이 소정우와 고척희 두 사람의 사랑을 완성시켜간다. 자연스럽게 물음에 대한 답도 듣게 된다.

유치할 정도로 과감하다. 민망할 정도로 솔직하다. 사랑이란 그저 예쁘기만 하지 안다. 사랑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지도 않다. 욕망이라기보다는 주변에 휘둘리고 마는 어설픔이고 나약함이다. 대수롭지 않게 사랑에 빠지고, 별 볼 일 없이 헤어질 결심을 한다. 그래서 고척희는 솔직과감하다. 계산없이 부딪히고 정신없이 물러난다. 안쓰러울 정도로 웃음이 터져나오고 만다.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소정우의 마음이 앞서 마침내 키스라는 돌발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 모습을 봉민규가 본다. 흥미롭다. 의외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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