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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3.07.19 13:54
  • 수정 2023.07.19 15:09

'밀수' 김혜수는 김혜수다!... 7월 26일 개봉

"권선징악은 우리 힘으로"라고 말하는 영화 '밀수'

'밀수' 보도스틸컷 1(외유내강 제공)
'밀수' 보도스틸컷 1(외유내강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26일 개봉하는 신작 '밀수'는 류승완 감독의 집요함이 만들어낸 러닝타임 129분의 범죄 액션 영화다.

2000년 온라인을 한참 달궜던 단편 '다찌마와 리'(류승완 감독)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과거 'B급 무비'라는 단어로 유명세를 누렸던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를 쉽게 수긍하고 볼 수 있다.

영화 '밀수'는 초반부터 복고풍을 구사하다 못해 크래딧과 배경음악까지 모든 시청각을 재래식 화장실 구석에 잘려진 신문지, 달력 조각들처럼 꾸깃 꾸깃 구겨진 스타일로 꾸몄다.

서해안 군천이라는 항만도시와 무인도들 사이에서 해녀들이 케낸 해산물을 주어담는 중형 똑딱선, 그것으로는 돈벌이가 힘겨워 결국 일제 생필품 밀수에 가담하는 그들의 삶을 여과없이 날 것만 담아 보여준다.    

이런 장면은 40년 전을 경험해보지 못한 10대부터 30대까지는 호기심으로 관람할 수 있는 포인트.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40대부터는 "이런 스토리에 무엇을 더 보탤 것인가"가 극의 변곡점이 아닐까 싶었다.

결국 베테랑 배우들의 역량이 마냥 B급으로 흘러갈 뻔한 영화 '밀수'를 살려낼 기폭제였던 것.

영화 '밀수'는 전국을 돌며 뜨내기로 살다 군천이라는 항만에 뿌리를 내린 조춘자 역을 맡은 김혜수, 노쇠한 어선 선장(김해원)의 딸로 억척스런 해녀 엄진숙 역을 맡은 염정아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전환점은 극이 3분의 1 지점으로 다가섰을 때 나타난다.

단순 밀수로만 알았던 일들이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로 '그들만의 링'이 확장된 것이다. 이를테면 엄진숙과 해녀로 먹고 살던 춘자(김혜수)가 선박 사고로 말미암아 서울로 줄행낭을 치고, 그뒤 불법 밀수품 유통을 강행하다 전국구 밀수업자 권 상사(조인성)를 만나면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밀수' 보도스틸컷 2(NEW 제공)
'밀수' 보도스틸컷 2(NEW 제공)

김혜수는 김혜수다!

배우 김혜수는 한국 영화사에서 몇 안되는 독보적인 존재다. 김혜수가 16살에 데뷔한 '깜보'(1986)는 한동안 깨지지 않던 최연소 주연이었고, 1993년 '첫사랑'으로 청룡영화상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누가봐도 1990년대는 김혜수의 시대였고, 2000년대부터는 기존의 밝고 명랑한 작품을 뒤로하고 성인 배우로 거듭났다.

옴니버스 영화 '쓰리' '메모리즈'(2002)를 통해 그녀 연기 인생의 큰 변화를 도모했고, '얼굴없는 미녀'(2004), '분홍신'(2005)으로 팜므파탈 스릴러를 구현했다.

그 뒤로 2006년 '타짜'(정 마담),  2007년 '좋지 아니한가'(이모 오미경), 같은 해 '열한번째 엄마', '모던 보이'(2008), 그리고 2010년 '이층의 악당'에서는 히스테릭하면서도 저돌적인 주인공 연주로 분하며 한석규와 연기대결을 펼쳐 보인다.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 '도둑들', 사극의 진가를 보여준 '관상'(2013), 잔혹 미학을 보여준 '차이나타운'(2015), IMF사태를 그린 '국가부도의 날'(2018) 등은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 번달말 개봉 예정인 '밀수'. 1970년대를 배경삼아 과거 B급 무비에 레트로를 집요할 정도로 물고 늘어진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결국 밀수업자 밀고자로 군천항 바닥에 소문이 났던 춘자(김혜수)가 돌아오면서 스토리가 빠르게 전개된다.

이 변곡점은 중반부터 나타나며, 역시 "김혜수는 김혜수다"라는 감탄을 자아 낼 정도. 지난 2000년대부터 다져진 김혜수 특유의 날카로운 아우라가 드러난다.  

더불어 권상사로 분한 조인성과 군천항 빌런 장도리로 분한 박정민 특유의 신경질적인 연기가 더해지면서 류승완표 액션 연기가 정점에 달한다.

여기에 군천항 세관계장 이장춘(김종수)을 필두로 박쥐처럼 매일 마다 이편 저편을 먹고 다니던 군천항 유명 다방 아가씨 고옥분(고민시)의 처세가 전개되는 이야기 곳곳에서 시한폭탄처럼 폭발음을 일으킨다.

'밀수' 보도스틸3(NEW 제공)
'밀수' 보도스틸3(NEW 제공)

'밀수' 권선징악은 우리 힘으로

흔히 이탈리아, 러시아, 뉴욕 마피아를 화두로 다룰 때 쓰는 흔히 알려진 단어가 있다. 다름아닌 '카르텔'이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조폭, 지방정부, 경찰, 심지어 법조계까지 동참하는 합종연횡을 지칭하는 말이다. 

영화 '밀수'의 시작점은 해녀들의 단순한 어업활동에서 없는 살림 좀 펴보겠다며 생필품 밀수로 한단계 올라선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항만을 돌며 불법을 자행하는 조폭과 이를 뒷돈 받고 눈감아 주는 관료들의 앙상블 범죄로 확대된다.

과연 '밀수' 속에 엉커버린 닷줄 보다 더 꼬인 군천항의 범죄 카르텔을 누가 끊어줄까? 그걸 끊자고 세관, 경찰도 있고, 검찰도 있고, 법도 존재하는 것 아니었는지?

이 영화는 러닝타임 129분 동안 '누가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볼모로 빌붙어 고혈을 쪽쪽 빨아먹는 한심하고 끈적끈적한 악연 덩어리를 끊어낼까'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어 우리 힘으로 하지 않았을지..

류완 감독이 몸담고 있는 제작사 외유내강이 던진 화두는 '과거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라며 신작 '밀수'(15세 이상 관람가0를 통해 묵음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개봉일은 7월 26일.

조춘자(김혜수) 캐릭터 포스터(NEW 제공)
조춘자(김혜수) 캐릭터 포스터(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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