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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2.11.07 17:54

'탑' 홍상수 감독이 선사하는 시네필 마리아주

3일 개봉한 러닝타임 97분의 명작, 외부 세상 모진 풍파를 잠시 잊을 수 있다

홍상수 감독의 28번째 장편 '탑' 메인포스터(전원사 제공)
홍상수 감독의 28번째 장편 '탑' 메인포스터(전원사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지난 3일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28번째 장편 ‘탑’은 흑백영화이면서 동시에 인물 중심. 출연진들이 주고받는 대화 외에 주변 풍경을 많이 담지 않았다.

홍상수 감독의 선보인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다. 감독 홍상수의 시그니처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인물만 집중하다 보니, 객석에 앉아 딴청을 부릴 여유가 줄어든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하고 들어야만 하니까.

주변 환경 묘사가 거의 없다 보니,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배우가 열연한 캐릭터가 한때는 관객과 비슷한 처지였다는 걸 아는 순간,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극장 밖을 나오면 분명 휴대폰을 보며 세상 풍파에 시선을 돌리겠지만, 적어도 객석에 앉아있을 때와 TV앞에서 만큼은 홍상수 신작 영화와 하나가 될 수 있다.

어떤 호러물 보다 더 잔인한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런 영화 한편은 가뭄 속 단비와 같다.

'탑' 스틸컷(전원사 제공)
'탑' 스틸컷(전원사 제공)

15세 관람가인 ‘탑’은 러닝타임이 97분. 작품을 내놓기 전까지 백수나 다름없는 중견 영화감독 병수(권해효 분)는 별거중인 아내 사이에서 키운 20대 딸이 한 명 있다. 이름은 미술을 전공한 정수(박미소).

그녀는 아버지 병수와 강남 논현동에 4층 건물을 소유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해옥(이혜영)을 찾아간다.

인테리어 일을 배워보려고 병수로부터 해옥을 소개받을 예정이다. 어찌됐건 이 작품은 굳이 줄거리를 부연할 필요가 없다. 그냥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우리네 삶을 소곡 소곡 파고든다.

홍상수 감독이 선사하는 시네필 마리아주 ‘탑’

'탑' 스틸컷3(전원사 제공)
'탑' 스틸컷3(전원사 제공)

한편 요즘 픽션은 판타지에 주력하는 경향이 짙다. 여러 OTT의 등장은 가입자들의 탈퇴를 막고자 더 잔인하고, 더 비이성적인 언행을 담은 시리즈와 영화들을 자주 등장시킨다. 디즈니 플러스의 어벤저스, 스타워즈 시리즈는 차라리 나은 편.

반면 여타 OTT스트리밍서비스는 국내부터 인명살상과 폭력이 도를 넘어섰다. 그런 세상에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일상에서 드러난 실생활 에피소드를 콕 짚어서 와인, 소주, 막걸리 등을 곁들여 시네필을 위한 마리아주의 향연을 어김없이 선사한다.

전원사가 제작하고 판시네마가 공동배급하는 ‘탑’의 아쉬운 점은 상영관 수가 적다는 것. 그 때문에 미리 관람할 상영관과 시간대를 보고 움직여야만 한다.

그럼에도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부산 영화의 전당 등 왠만한 곳에서는 다 상영된다.

'탑' 스틸컷2(전원사 제공)
'탑' 스틸컷2(전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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