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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8.26 08:04

[김윤석의 드라마톡] 연애의 발견 3회 "죽었던 연애세포의 재발견"

참을 수 없는 달달함과 간지러움, 사랑의 매력에 대해서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문득 몸이 움츠러들고 있었다. 손발이 말단부터 꼬이고 있었다. 심장이 몰랑몰랑 녹아내리고 있었다. 소름이 후두두둑 돋는데 입가에는 왜 웃음이 지어지는가. 사랑은 그렇게 우연처럼 찾아와서 운명처럼 시작한다. 누구나 그런 기억 하나 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한여름(정유미 분)와 남하진(성준 분)의 닭살멘트에 짜증부터 내고 보는 도준호(윤현민 분)에게 공감하고 만다. 채 시작도 못한 실연에 상심한 윤솔(김슬기 분)의 질투가 필자의 마음이던 때가 있었다. 나는 이렇게 불행한데, 나는 지금 이렇게 혼자인데, 그런데 세상에 커플들은 왜 이리 많고,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가. 문득 어느 대중가요의 가사가 떠오른다. 언젠가는 너희도 겪게 될 거다. 괜한 심술이고 투정이다. 사랑이 사람을 유치해지게 만든다.

가장 오래고 소중한 기억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새겨진다. 노래는 그 기억을 끄집어내는 주문이다. 노랫말 하나 음 하나가 깊숙이 틀어박힌 기억들을 올올이 끄집어내어 눈앞에 펼쳐놓는다. 하필 노래를 부르는 것이 한여름이다. 언젠가 들었던 노래였을까? 그의 앞에서 한여름이 불렀던 노래였을까? 어떤 노래들은 처음 들었는데도 오랫동안 들어온 듯 익숙하다.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했던 기억이 그녀를 다시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지금 남자를 질투한다.

▲ KBS 제공

드라마를 보고 누군가 그리 말하는 것을 들었었다. 죽었던 연애세포가 다시 깨어나는 것 같다. 사랑하고 싶다. 누군가와 다시 연애해 보고 싶다. 오랜 추억처럼. 혹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로. 그렇게 아름답거나 한 것만은 아니었을 텐데.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그러나 분명 사랑했을 때는 누구보다 행복했을 것이었다. 일상이 아름답고 녹아내릴 듯 달콤했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랑이 끝나던 순간의 아픈 기억이 아닌 사랑을 시작하고 한창 빠져들던 무렵의 달콤했던 기억들만을 떠올리게 만든다. 정작 헤어지던 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강태하(문정혁 분)처럼.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면 그때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 현실과도 만난다. 결혼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 당장 사랑하는 사람과 부부가 되고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정작 경제적인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결혼연령이 갈수록 늦어지는 이유다.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나마 한여름은 연인인 남하진이 성형외과 의사로 경제적으로 상당히 풍족한 편이다. 도움을 주지 않아서 그렇지 어머니 역시 잘나가는 드라마작가다. 하지만 결국 자기가 능력이 되지 않으면 결혼이란 언감생심일 뿐이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말처럼 구청에 혼인신고만 하고 살고 싶지는 않다.

아이러니일 것이다. 결혼이라는 꿈을 위해 현실에 쫓겨 잊고 싶은 과거와 다시 만나고 만다. 강태하의 돈이 있어야 한여름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그것이 한여름의 꿈을 위기로 내몬다. 강태하는 한여름을 원하고, 남하진도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강태하가 의도한대로 두 사람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한여름과의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한여름은 남하진에 대한 사랑과 결혼이라는 꿈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남하진은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뎌낼까?

안아림(윤진이 분)은 남하진이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었다. 여전히 꿈속에 생생한 오래전 어느 순간 남하진은 어린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그토록 간절하던 강태하와 한여름의 사이를 갈라놓은 것도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유들이었다. 죽고 못살 것 같은 사랑도 사소한 이유로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이내 균열이 생기고 서로 멀어지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하필 한여름의 주위에 강태하가 나타나 서성이기 시작한 시점에.

전체적으로 그저 흔한 로맨틱코미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결혼을 앞둔 여자가 지나간 사랑의 등장으로 인해 흔들리고 혼란에 빠진다. 코믹한 터치로 유쾌하게 그려내지만 그런 드라마는 많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이끌리고 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한 간지럽도록 달달한 사랑의 묘사일 것이다. 진짜 사랑하는 순간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다. 사랑에 빠진 여자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정유미가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미치도록 귀엽다.

잊었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다시는 없을 것이라 믿었던 설레임에 다시 몸을 맡기고 있었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느날 문득 눈을 뜨면 찾아오는 시린 허전함과 외로움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무뎌졌던 감성을 다시 일깨운다. 드라마의 힘이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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