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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칼럼
  • 입력 2014.05.09 11:59

[기자수첩] '재난주관방송' KBS, 국민의 마음에 '재난'을 일으키나?

'오해에 대한 사과' 없이 '유족들 간부 폭행'만 부각, 사라진 믿음만 재확인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재난주관방송' KBS가 오히려 국민들의 마음에 '재난'을 일으키고 있다.

KBS 김시곤 보도국장이 앵커들의 검은색 복장을 막은 데 이어 회식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수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유족들과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8일 밤 KBS를 항의 방문해 길환영 사장과 김시곤 보도국장과의 만남을 요구했지만 경찰에게 제지를 당했고 KBS는 9일 오후 "안산 합동분향소에 간 이준안 취재주간 등 보도본부 간부들이 유족들에게 폭행 및 억류를 당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KBS는 김시곤 국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한 달에 교통사고로만 5백명이 사망하는데 그간 이런 문제에 둔감했었지만 세월호의 충격이 커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 같다. 이번을 계기로 KBS가 교통사고 등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를 해야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라며 "결코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세월호 사망자 수를 비교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 KBS를 찾아온 세월호 유족들, 보도국장이 오해에 대해 사과만 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사건이었다(출처:YTN 뉴스 캡쳐)

최근 공중파 3사와 각종 언론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잘못된 소식들을 전달하고 정부의 편을 드는 보도를 연일 내보내면서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특히 '재난주관방송'이라고 홍보하며 '수신료 현실화(인상)'를 주장한 KBS가 편파 보도는 물론 보도국장이 연달아 물의를 일으키는 모습을 좋게 볼 국민들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상황에서 KBS는 오히려 자사 간부가 유족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유족들이 보도국장 사진을 공공연히 분향소에 붙이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시하며 모욕했다. 일부 언론들은 분향소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간부들이 억류된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고 유족 편을 들며 일방적으로 KBS를 공격하는 기사를 양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KBS의 주장과 해명이 설득력을 전혀 갖추지 못한 이유는 그간 KBS가 보여준 보도 태도, 그리고 사과의 부재 때문이다. 만약 김시곤 보도국장이 자신의 말에 오해가 생겼음을 알고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전혀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를 일으킨 점은 죄송하다"는 사과 한 마디만 전했어도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KBS는 사과의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고 도리어 자신의 간부가 폭행을 당했다는 것만 앞세우며 자신의 입장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사실상 사과와 공정 보도를 요구하는 유가족과 언론에 '전쟁'을 선언한 셈이다.

KBS는 지금 이들이 왜 방송국에 찾아와서 사장을 만나려하는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야한다. 그런 마음도 없이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코스프레'를 한다 해도 현 시점에서 KBS를 두둔할 이들은 많지 않다.

국민은 이미 공정하지 못한 방송과 언론을 봐 왔고 그들을 비난하고 있다. KBS가 국민들에게 또다른 '재난'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족 : 최근 연예 매체들이 방송국 소식을 전하는 일이 잦다. 대부분 아나운서(특히 여자 아나운서)의 결혼 소식, 프로그램 진행 소식들이다.

그러나 방송국의 문제에 대한 보도는 너무나 적다. 아나운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는 것보다 그들이 일하고 있는 방송국의 문제를 짚어내는 것을 독자들은 더 바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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