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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2.03.11 18:04

'레벤느망'-'축복의 집'-'스펜서' 상영작 속 女 주목

냉전시대가 부활한 지금, 높은 평점 받고 있는 여성영화 3편

▲ 스틸컷'축복의 집', 포스터'레벤느망', 스틸컷 '스펜서'(필름다빈, 그린나래미디어, 왓챠)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3월 극장가에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놓은 3편의 영화가 상영 중이거나, 예정되어 있다. 개봉순으로 나열하면, ‘축복의 집’(2월 24일), 레벤느망(3월 10일), ‘스펜서’(3월 16일) 등이다.

이 세 작품은 세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첫번째는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것과 현재진행형과 마주한 이야기이거나, 실존인물의 전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

두번째 공통점은 세 작품이 예술영화로 분류돼 상영관 수가 생각 보다 많지 않다. 따라서 상영관을 미리 알아보고 관람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공통점은 세 작품 모두 1인칭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덧붙여 이 기사는 영화 세편을 하나, 하나 소개하며 말미에 현재 상영 중인 극장들을 첨부한다.

‘축복의 집’ 외면하기 힘든 대한민국 서민 청년의 현주소

먼저 소개할 작품은 현재 대한민국 서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축복의 집’이다. 러닝타임 1시간 19분 동안 데뷔작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능숙한 장면을 담아냈고, 이 사회 구석에서 찌그러져 사는 청년의 삶을 냉철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낮에는 먼지만 가득한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 뒤 저녁 늦게까지 고깃집에서 불판과 식기를 세척하고, 커다란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내야 퇴근하는 가녀린 체구의 20대 여성 해수(안소요). 그녀는 철거 직전의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어머니가 자살했기 때문이다.

어머니 순영(김나영)이 들어 둔 생명보험 보상금을 받아내려면 여러 행정절차가 필요하고, 당장 관련서류 수수료를 마련해야만 하는 해수의 처지는 어느 누구도 감당 못할 최악의 상황이다.

가난한 이 남매에겐 돌파구가 없다. 가출한 남동생 해준(이강지)은 학교도 나가지 못하는 고등학생. 매일 배달 아르바이트로 하루 벌어,그날 먹고 사는 처지. 결국 해수, 해준 남매의 어머니 사후처리는 극중 한 두살이라도 더 먹은 20대 초반의 해수의 몫이다.

12세 이상 관람가인 영화 ‘축복의 집’에서 극중 인물과 주변 환경을 비추는 카메라 앵글은 해수의 등뒤를 자주 비춘다.

굳이 배우들의 정면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건 이 모든 상황이 1인칭으로 진행되는데다 동시에 ‘나’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

따라서 관객은 주인공 해수가 되어 영화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바라보면 영화의 맥락이 자연스럽게 잡힌다.

필름다빈이 배급하고, 고앤고필름이 제작한 ‘축복의 집’의 상영관은 서울은 KU시네마테크(광진구), 아리랑시네센터, 아리랑 인디웨이브(성북구), 필름포럼(신촌),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메가박스 군자 등이다. 경기-인천은 AWC하남미사, 인천미림극장, 파주 헤이리시네마 등이며, 충청-대전은 대전아트시네마, 씨네인디U(서대전네거리역)에서 상영된다.

전라-광주는 광주독립영화관, 도킹텍 복합문화공간(전주), 시네마라운지MM(목포),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영남은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영화의전당, 대구에는 오오극장, 인디플러스 포항에서 상영하고 있다.

▲ '축복의 집' 스틸컷(필름다빈)

카멜라 파커 볼스가 들으면 박수 칠 영화 '스펜서'

16일 개봉예정작 ‘스펜서’는 카멜라 파커 볼스가 들으면 박수 칠 영화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사를 다룬 ‘스펜서’는 ‘글로리아’(2012), ‘네루다’(2017), 특히 재클린 케네디의 전기를 다룬 ‘재키’(2016)로 알려진 칠레 출신의 파블로 레레인 감독이다.

그런데 신작 ‘스펜서’에서는 그의 연출이 낯설기만 하다. ‘재키’의 경우 댈러스 암살사건으로 고인이 된 존F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나탈리 포트만의 열연이 큰 몫을 차지했다.

‘레옹’에서 데뷔해 스타워즈 시리즈, ‘클로저’,‘호텔 슈발리에’, ‘블랙스완’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제83회) 등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력에 대한 기대치가 늘 존재했고, 그만큼을 해냈기 때문에 ‘재키’ 또한 그녀의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훌륭했다.

하지만 16일 개봉하는 ‘스펜서’는 좀 거북스럽다. 다이애나 비와 찰스 왕세자가 이혼하기 전의 이야기로, 다이애나 스펜서의 고향이자, 영국왕실의 별장인 샌드링엄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연휴 3일의 이야기는 왠지 낯설다.

주인공 다이애나 스펜서로 열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합이 잘 안맞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다. 전작 ‘세버그’에서는 훌륭했는데, 왜 저런 히스테릭하고 조울증이 보이는 다이애나로 분했을까 싶다. 과연 다이애나 비가 저렇게 행동했을까?

사실 ‘스펜서’는 픽션이다. 팩트는 다이애나 비의 이혼 전 영국왕실의 마지막 성탄절 만찬이 전부. 당시 다이애나가 처한 상황과 그녀의 심리는 순전히 창작이다.

더구나 이 작품은 관련 기사와 전기를 토대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시즌4)과 비교해도 대중적인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다.

어떻게 보면 왕실의 위엄을 좀 더 채워주고, 현재 찰스 왕세자의 비인 카멜라 파커 볼스의 불륜과 입장을 두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1996년 파리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고인이 된 다이애나 스펜서의 삶과 대중의 사랑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야말로 카멜라 파커 볼스가 박수 치고 좋아할만한 영화다.

냉정하게 보자. 카멜라는 에드워드7세의 내연녀였던 앨리스 케펠의 증손녀다. 엘리자베스2세가 청년이었던 찰스와 카멜라가 서로 사귀고 결혼까지 이어지는걸 결사 반대했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명망이 있던 스펜서 백작가문의 자녀인 다이애나와 결혼한 이유다. 고인이 된 다이애나에게 너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편 ‘스펜서’(그린나래미디어 수입/영화특별시SMC배급)는 현재 실시간 예매율 3위다. 러닝타임은 116분이며, 12세 이상 관람가다. 개봉 예정이기 때문에 극장가에서 충분히 찾아 볼 수 있다. 

▲ '스펜서' 스틸컷(그린나래미디어)

개봉후 높은 평점을 유지 중인 '레벤느망'은 걸작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작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그랑프리)을 수상하고, 10일 개봉 후 현재까지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네이트에서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는 ‘레벤느망’이다.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아나 에르노의 에세이집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시대배경이 1963년이다.

이 시기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부터 변혁의 68운동 사이에 걸터있다. 1940년생으로 현재 80세를 넘긴 주인공 ‘안’(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의 학창시절을 다루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의 자유진영과 러시아, 중국의 공산진영 사이의 이념 대립이 서서히 올라오던 냉전시대. 자유방임주의가 봄처럼 확산되던 프랑스가 영화의 주무대다.

‘레벤느망’은 러닝타임 100분 동안 여태 논쟁이 불식되지 않은 낙태를 다루고 있으며, 자신의 두번째 장편을 만든 오드리 디완 감독과 로랑 탕기 촬영감독의 조합이 꽤나 잘 어울린다.

이 영화도 앞서 소개한 독립영화 ‘축복의 집’(박희권 감독)처럼 화면이 주인공의 후면을 비추며, 1인칭 관찰자 시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직접적이고, 도발적이다. 어떨 땐 피부에 와닿는 우리네 이야기처럼 녹아든다. 반세기전의 이야기임에도 마치 오늘 벌어진 사건처럼 느껴진다.

왓챠가 수입하고, 영화특별시SMC가 배급하는 ‘레벤느망’은 상영관이 제법 된다. 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전국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비롯해 서울의 경우, 대한극장, 씨네Q신도림,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 씨네큐브광화문, 아트하우스모모(신촌), KT&G상상마당(마포), KU시네마테크(광진구), 라이카시네마에서 상영되고 있다.

경기 파주헤이리시네마, 영화공간주안(인천), 하남미사AWC, 강원도는 화천작은영화관, 삼척가람영화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고한시네마(정선), 대전아트시네마, 씨네Q대구이시아, 안동중앙시네마, 합천시네마, 씨네Q전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BNK부산은행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광주극장, 제주 한림작은영화관, 인디플러스 포항 등에서 상영되고 있다.

▲ '레벤느망' 스틸컷(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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