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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규준 기자
  • 방송
  • 입력 2020.04.15 09:25

'계약우정' 이신영X신승호X김소혜, 잔인한 봄을 거쳐 한뼘 성장한 열아홉 청춘들

▲ ‘계약우정’ 방송 캡처

[스타데일리뉴스=황규준 기자] ‘계약우정’이 지난 2주간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마무리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계약우정’(연출 유영은, 극본 김주만, 제작 메가몬스터) 최종화에서 조평섭(장혜진)에게 붙잡힌 허돈혁(신승호)은 박찬홍(이신영)과 엄세윤(김소혜)을 지키기 위해 신서정(조이현)의 휴대폰을 넘겼다. 그러나 조평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범죄를 철저히 은폐하고자 오경표(오희준)를 여학생들의 정보를 갈취하고 협박한 아이디 ‘MITHRA’로 몰아 구속시켰다. 

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찬홍과 돈혁은 MITHRA와 최미라(민도희)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그의 진짜 정체가 안성도(유여운)라는 걸 밝혀냈다. 학교 일진 김대용(이정현)에게 괴롭힘을 당했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아 늘 소외됐던 그는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던 서정과 세윤에게 왜곡된 마음을 갖게 됐다. 그리고 자신은 갖지 못한 우정을 깨트리고 싶은 마음에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렀다. 후회와 자책으로 그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자 돈혁은 “살아서 버텨. 어떻게든 살아”라며 그를 구했다. 

그렇게 잔인한 봄을 버텨낸 찬홍과 돈혁, 세윤은 한층 단단해지고 성장했다. 찬홍은 돈혁에게 “이제 그만 니 용서해라. 니 잘못 아니다”라며 그를 어두운 자책의 동굴에서 꺼내줬다. 찬홍은 재능을 살려 문예창작과 진학을 결심했고, 세윤은 “세상이 꽤나 살만하게 예뻐 보이고, 내가 그 예쁜 캔버스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미술을 하기 위해 당당히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후미진 옥탑방에서 외롭게 살았던 ‘전설의 주먹’ 허돈혁은 집으로 들어갔고, 자신의 방 책상엔 진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한가득 놓여있었다. 

“매일 불안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고, 쉽게 상처받고, 그냥 사랑받고 싶은, 행복하고 싶은” 불완전한 열아홉 청춘들은 우정을 통해 서로의 잘못을, 나약했던 자기 자신을 용서하며 한 발짝 나아갔다. 지난 2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진한 잔상을 남긴 ‘계약우정’의 발자국을 되짚어봤다. 

1. ‘시(詩)스터리’, 새로운 문법의 학원물 탄생

‘계약우정’은 시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시(詩)스터리’라는 장르 안에서 차별화된 학원물을 선보였다. 한 소녀의 죽음과 연관된 시 구절이 미스터리의 출발점이자 마지막 열쇠가 됐고, 조각조각 던져진 단서들을 맞추며 감춰진 진실을 좇는 서스펜스의 묘미를 즐기게 했다. 여기에 계약으로 시작된 청춘들의 우정과 성장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남다른 연출도 호평 받았다. ‘학원 느와르’ 같았던 박력 넘치는 액션 연출과 청춘의 아름다움을 화면 가득 담아낸 감성 연출이 절묘한 어울림을 빚어냈다. 이는 ‘계약우정’만의 독보적 스타일을 만들어내며 학원물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이끌었다.

2. 청춘 배우들의 새발견

온 몸과 마음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들은 보석처럼 빛났다. 이신영은 평범한 고등학생 찬홍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무공해 연기로 표현해 대세의 이유를 증명했다. 신승호는 등장부터 압도적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액션부터 눈물 연기까지, 거친 외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상처받은 어린 아이 돈혁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무서운 진실 앞에서 주저하고 두려워하는 세윤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낸 김소혜는 깊이 있는 감정 묘사로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신선한 매력으로 극을 꽉 채운 청춘배우들의 연기가 드라마를 보는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했다.

3. 모두가 책임져야 할 한 소녀의 죽음

서정의 죽음은 안성도와 조평섭 개인의 악행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서정의 사진을 유포하고 근거 없는 소문을 내고 단톡방에서 비난과 모욕을 이어간 모두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 끔찍한 일을 당한 서정의 트라우마는 위로를 받기는커녕, SNS와 채팅방에서 가십이 됐고, 따돌림의 이유가 됐다. 경표가 억울하게 경찰에 구속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찬홍은 또 다시 익명이란 가면 뒤에서 던지는 친구들의 잔인한 말에 분노했다. 이처럼 ‘계약우정’은 현실 속 수많은 ‘서정이’를 만들어 낸 건 한 명의 나쁜 사람이 아닌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막지는 못할망정 나약한 청춘들을 이용하는 어른들의 책임 또한 간과하지 않았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는 끝나고서도 진한 여운을 남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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