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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18 08:13

나는 가수다와 무한도전 '과열된 마니아문화에 대해'

홍보가 지나치면 영화가 재미없는 이유...

 
오래전 영화정보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챙겨보던 때가 있었다. 내가 더 이상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 않게 된 바로 그 무렵이었다.

정말 좋았다. 재미있을 것 같은 장면들만을 모아, 더구나 절로 귀가 솔깃해지는 달변이 그 영화를 설명해주고 있었으니. 상상력만 무력무럭 자랐다.

"이 영화는 분명 이런 영화일 거야."

물론 지금은 안다. 상상은 단지 상상일 뿐이라는 것을. 중요한 것은 내가 지레 만든 상상이 아니라 지금 스크린에서, 모니터에서 보이고 있는 그 자체인 것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아직 내가 많이 어리던 무렵이라.

"뭐야, 이게?"

최근 <나는 가수다>와 관련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무한도전>에 대한 마니아들의 어쩌면 무척이나 극성스런 비판과 비난들을 보면서 문득 일깨우고 만 기억이다.

그때는 나도 그랬었다. 멋대로 상상하고, 멋대로 기대하고, 그리고 그 기대에서 벗어나면 화를 내고. 그러나 어떻게 해도 자기에 의해, 자기의 취향에 맞게 최적화되어 구축된 이미지를 넘어설 수 있는 영화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재미있다고 내가 상상하여 만든 것인데 그보다 더 재미있기가 과연 쉬울까?

이를테면 나의 경우 <무한도전>에서 길의 캐릭터에 무척 관심이 많다. 분위기파악 못하고, 항상 모자르거나 늦고, 더구나 불성실하고 무례하기까지 하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치 대본이라도 있는 것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무한도전>에도 숨구멍이 트이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정육면체를 보는데 한쪽이 살짝 일그러져 있는 것과도 같다. 자연스럽다.

리얼리티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니던가.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 웃기는 사람, 웃기지 못하는 사람, 성실한 사람, 게으른 사람. 그렇게 수많은 군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자신의 사실적인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거기에서 관음적인 쾌락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구멍조차 <무한도전>이 보여주는 리얼리티의 한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각자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무한도전>이 있으니까. 오랜동안 <무한도전>을 지켜봐 왔으면 더욱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 만큼이나 기대와 계획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상적인 <무한도전>에 길은 포함되지 않는다. 때로 박명수도 그 대상이 된다.

<무한도전>이 방송되고 나면 온통 게시판들이 시끌시끌해지는 것이 대개 그런 것들 때문이다. 가장 재미있는 이상 속의 <무한도전>이 있는데 현실의 무한도전은 그렇지 못하다. 가장 이상적인 <무한도전>의 멤버 구성이 있는데 길이 그것을 해친다. 자기로부터 비롯된 기대가 정작 현재 방영중인 <무한도전>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불만을 가지고 불평을 하면서 자기의 기대대로 해달라 요구하며.

<나는 가수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작진의 의도에 따른 홍보의 결과이기는 하겠지만, 결국 <나는 가수다>에 대한 대중 자신의 자의적인 정의와 판단이 거의 대부분의 <나는 가수다>와 관련한 논란의 원인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가수다>는 이러한데 어째서 제작진이 만들고 있는 지금의 <나는 가수다>는 이러한가? 그러나 과연 <나는 가수다>를 만드는 것은 시청자의 기대이겠는가? 제작진의 바람이겠는가? 단지 대중은 선택할 수 있을 뿐.

어떻게 해도 길은 <무한도전>의 멤버다. <무한도전>의 멤버로써 잘하든 못하든 그 안에서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무한도전>의 일부다. 그것이 그렇게 불만스러우면 보지 말던가, 정히 비판할만한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만 비판하면 그만일 것이다. 누군가를 고정출연자로 쓰고 안 쓰고는 제작진의 재량이다.

하기는 그래서 <나는 가수다>의 경우도 비호감의 대상인 옥주현만이 아닌 심지어 제작진에대해서마저 퇴진서명이 이루어지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유인 즉, 시청자가 바라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아서. 제작진의 제작의도가 시청자의 바람과 같지 않아서.

그래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저 사람들은 프로그램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필자의 경우 <무한도전>을 보면서 길의 무리수를 보면서도 껄껄거리며 기분좋게 웃는다. 옥주현에 대해서도 그다지 좋은 감정은 없지만 그렇다고 나와서 노래 부르는 것이 그다지 기분나쁘거나 하지 않다. 옥주현이 나와 노래 부르는 그 장면마저도 <나는 가수다>의 한 부분이다.

바로 전제일 것이다. 내가 당시 잊고 있었던 절대적 명제.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저것이지 내 머릿속에 내 멋대로 만들어 놓은 이미지가 아니다. 내가 즐겨보고 재미있게 보고 있는 <무한도전>역시 바로 지금 TV화면을 통해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재미없으면 재미없는 것이다. 그것이 재미있으면 재미있는 것이다. 가상의 <나는 가수다>를 위해 실제의 <나는 가수다>를 제작하는 제작진을 탄핵한다는 것은 얼마나 코미디인가.

결국 모든 논란의 원인은 - 아니 모든 분쟁의 원인은 바람과 실제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하는 것과 실재하는 현실이 서로 어긋나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더구나 TV프로그램이라면. 혹은 영화라면. 그것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도저히 재미가 없어 보고 있지 못할 것 같으면 보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괜한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다.

아무튼 덕분에 최근 드라마를 보든 영화를 보든 사전에 정보를 듣고, 그와 관련한 내용을 찾아 보고 하며 보는 것을 꺼려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전보다 한결 편하게 재미있게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원래 강세리는 악역인데 유인나의 연기가 부족하더라가 아니라, 강세리는 단지 철없는 아이일 뿐인데 일차원적인 이기가 그녀를 악역으로 보이게 만든다. 혹은 지나치게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 <미스 리플리>에 대해서도 어느새 덜 자란 아이와 같은 장미리의 미숙함을 보고 만다. 원래 의도야 어떠하든 지금 보는 그 자체에 충실한다. 그래서 재미없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조금은 프로그램과 자신을 분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다. 나 보라고 만든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다. 다른 사람 보라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다른 사람 재미있으라는 리얼버라이어티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도 재미가 있다. 재미있으면 재미있는대로. 재미없으면 재미없는대로.

하지만 이 역시 결국은 이상이다. 사람마다 각자가 대상을 보는 것이 다르고 듣는 것이 다르고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 무엇이 옳다 단정지을 수 있을까? 다만 그로 인해 재미있게 잘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민폐라면 곤란한 것이다.

시청율은 낮지만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다. 한참 낮은 시청율이지만 아랑곳않고 소수는 그것을 무척 재미있게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재미없으니 그만두라. 시청율도 낮은데 왜 계속 하는가? 그래서 폐지되면 정작 재미있게 보고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시청율이 낮고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알면 방송국에서 나서서 폐지하고 말 것이다. 애써 도울 필요는 없다.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일 뿐. 나 보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자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고 단지 그것을 내가 본다. 취향에 맞으니 재미있고 취향에 맞지 않으니 재미가 없다. 그것이면 족한 것을. 기대로 더 나아지면 모르겠지만 기대로 인해 오히려 자기가 불행하다면 그것도 우스운 역설일 것이다. 재미있자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자기가 불편하게 된다면. 생각케 되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도.

너무 과열되었다. 조금은 힘을 뺄 필요가 있겠다. 즐겁자는 TV이고 프로그램이지 스트레스 받자는 것은 아닐 터다. 생각케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즐겁게.  

물론 가끔은 그렇게라도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부럽기도 하다. 그러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않는 요즘을 돌이켜 볼 때. 그 또한 즐기는 한 방법이기도 할 터다. 다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없다면.  그것이 문제다. 내게 있어 그것은 민폐다. 불편하다.

재미있게. 즐겁게. TV는 TV로만. 스크린은 스크린으로만. 재미는 재미로만. 웃으며 재미있는 것만 찾아보기에도 인생은 짧고 재미있는 것은 너무 맗다. 생각한다. 항상. 재미있기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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