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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13 09:09

내사랑 내곁에 "단 한 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어!"

막장의 기로에 서다.

 

설마했지만 이런 식으로 흐르는가?

"미솔아, 나... 단 한 순간도 너를 잊어 본 적 없어!"

아니기를 바랬는데. 하긴 아니라면 드라마가 성립하기 어렵겠지. 도미솔(이소연 분)에게 아무 감정 없이 과거의 죄책감과 의무감만으로 그리 대한다? 너무 차갑고 쓸쓸하다. 긴장도 없다. 적어도 6년 전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와 지금도 사랑한다 말해주어야...

그래서 덕분이 이소룡(이재윤 분)과의 관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고석빈(온주완 분)이 도미솔 앞에 나타나 온통 흔들어 놓은 탓에 이소룡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이 만들어졌다. 겨우 눌러 놓았던 상처로부터 딱지가 떨어지며 눈물이 흐를 때 그녀의 옆에는 그녀가 웃을 수 있도록 계속 썰렁한 농담을 늘어놓는 이소룡이 있었다. 고석빈이 계속 도미솔을 흔들려 한다면 그런 만큼 반대편에서도 도미솔을 지탱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겠지? 그것은 드라마가 막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유부남인 고석빈이 이제는 전혀 남남인 옛사랑 도미솔을 좋아하다니. 여기서 자칫 선을 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불륜에 치정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도 고석빈의 합법적인 아내인 조윤정(전혜빈 분)에게는 그것은 단지 남편의 바람이고, 도미솔은 그런 남편을 유혹한 부정한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까. 더구나 배정자(이휘향 분)마저 고전적인 혈육에 집착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보면 상당히 위태위태하다. 혈육에 대한 배정자의 집착이 봉선아와 도미솔을 뒤흔들고, 남편 고석빈에 대한 당연한 조윤정의 감정이 그들을 헤집게 된다면 시청율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지저분한 드라마가 되고 말리라.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경계에 선 셈인데.

결국 주인공인 도미솔의 짐이 무겁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으리라. 그녀가 고석빈과 어떻게 관계를 가져가는가에 따라서, 그리고 이소룡과의 관계에서도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가에 따라, 불륜까지 낀 삼각관계는 깔끔하게 마무리될 수 있다. 한 아이의 어머니로써 아이의 엄마조차 되어주지 못한 도미솔의 모성이 아이의 생부 고석빈과 어떻게 관계를 가져갈 것인가? 배정자와 조윤정의 감정도 역시 견뎌내야 한다. 이소룡과의 관계도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는 극적긴장이다. 고석빈과의 관계가 너무 쉽게 간단하게 끝나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지저분하게 끌고 가서도 안 된다. 너무 약해서도, 너무 강해서도 곤란하다. 적당한 그늘과 그림자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활력과 힘이 있어야 한다. 혼자서는 당연히 안 된다. 주위 인물들과 함께다. 역시 작가의 책임일 것이다. 도미솔을 창조하고 그를 살아 숨쉬게 하는 존재. 물론 감독 역시. 극적 긴장은 유지하되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흐르는 것은 자제한다. 시청율이라는 당면한 현실 앞에 얼마나 가능한가가 문제겠지만.

아무튼 도미솔 앞에 나타나 당당하게 아직도 자기를 좋아하느냐고 묻고, 마침내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하고, 처음 임신한 도미솔을 내버려두고 미국으로 도망칠 때도 그러더니 고석빈이라는 남자는 왜 이리 못났는가? 그렇게 지우라 매몰차게 도미솔을 다그치고 결국 봉선아로 하여금 그 동네에서 더 이상 버티고 살지 못하게 만들더니 이제 와서 할머니라고 봉영웅을 챙기며 봉선아를 비웃고 비난하는 배정자도 염치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이.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해가 된다. 고석빈의 감정이. 고석빈은 어째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가. 배정자는 어째서 그렇게 염치없이 굴면서도 오히려 당당한가? 그만큼 작가가 창조해낸 캐릭터에 생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캐릭터에 보다 현실의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그들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이 장면을 통해, 대사를 통해, 그리고 표정과 눈빛을 통해 그대로 읽힌다. 어딘가에 존재하는 실제 존재하는 누군가처럼. 항상 감탄하며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유이겠지만. 전혀 새로울 게 없는데도 그렇게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배우들을 기억하게 만든다. 좋은 작품에 좋은 배우들이다.

과연 도미솔의 외삼촌 봉우동(문천식 분)마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으로 도미솔 앞에 나타나고, 그리고 봉우동과의 갑작스런 경험에 이소룡의 고모 이소리는 열병을 앓게 된다. 부쩍 아버지의 존재를 찾는 아들 봉영웅에게 어머니조차 되지 못한 도미솔의 모성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이소룡도 부쩍 힘을 내서 균형을 맞춰야겠지만. 아니 속도를 조금 늦추어 잠시 신파로 가는 것도 좋을까? 비극이 극한에 이를 때 코미디도 빛을 발한다. 역시 균형과 조화일 것이다. 제작진의 역량이다.

절묘한 균형이랄까. 도미솔을 중심으로 고석빈의 신파와 이소룡의 로맨틱코미디. 다만 그 절묘한 균형이 흐트러지면 어디로 흐를지 모른다. 정석이라는 것은 정석적으로 어렵기에 정석이라는 것이다. 잔재주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 직구승부다. 제작진이며 배우며 어찌 하려는가.

초반과 같은 집중력은 떨어지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서 충분히 재미있지 않은가. 이것이 드라마의 재미일 것이다. 앞으로를 기대한다. 더욱 기대하게 되는 드라마다. 부디 지금 같기를.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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