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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5.22 07:26

위대한 탄생 "김태원과 이은미, 방시혁, 그 엇갈림에 대해..."

김태원이, 김태원에 의한, 김태원을 위한...

 
아마 생각컨데 처음 <위대한 탄생> 제작진이 멘토를 섭외하면서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이은미와 방시혁 두 사람의 독설이었을 것이다.

신해철도 <100분 토론>에 나와서 이야기 한 바 있었다. 제작진이 먼저 와서 독설 좀 해 달라고 말한다고. 실제 <슈퍼스타K>에서도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심사위원 이승철의 독설이었고 <위대한 탄생>에서도 '김태원 멘토스쿨' 최종심사에서 심사위원으로 잠깐 출연했던 박완규가 독설종결자로 불리며 세간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항상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흥하는 것은 독설캐릭터였다. 참가자의 단점을 날카롭게 지적하여 주눅들게 할 수 있는. 그것은 때로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혹은 심사를 받는 입장에 이입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짜릿한 쾌감마저 느끼게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도 사이먼 코웰의 독설은 유명한 것이다.

어쩌면 이은미와 방시혁 자신들에게도 그같은 기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이은미 자신도 음악적으로 그다지 타협같은 걸 않는 성격이기도 하거니와, 전문가적인 날카롭고 가차없는 독설로써 대중에 자신에 대한 인지도와 평가를 높여보겠다. 그에 비하면 김태원의 경우는 아무래도 예능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으니 예능으로써의 웃음을 담당하지 않았을까.

신승훈이야 발라드의 황제일 테니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와 권위를, 김윤아에게는 아름다운 외모와 더불어 비주류적인 감성의 신선함을, 그리고 독설의 이은미, 방시혁과 예능을 위한 김태원, 아마 제작진 입장에서도 각각의 역할을 고려해 다섯 명의 멘토를 캐스팅한 것이 아니었을까. 김태원의 말이 맞다면 처음 멘토에 대해 스포일러가 떴을 때 김태원을 배제할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김태원의 비중이 당시까지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문제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나타났다.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분명 이은미와 방시혁의 독설은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사람들은 호불호를 드러내면서도 이은미와 방시혁의 독설에 귀를 기울였고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 엇갈림이 또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를 높이고 있었고. 그런데 그런 사이로 단지 개그캐릭터였던 김태원의 의외의 명언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김태원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오디션 내내 독설이라는 것을 거의 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김태원을 두고 심사위원으로써 심사를 포기했다 혹평할 정도로 그는 참가자에 대해 특별한 어떤 지적이나 비판을 자제하고 있었다. 비판하더라도 에둘러 우회하여 상처가 되지 않게 배려하며 비판하고 있었다. 그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마 여기에는 <위대한 탄생>이 한창 방영중이던 작년 2010년 12월 KBS에서 김태원의 일대기를 담은 <락락락>이라는 4부작 드라마를 방영한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김태원의 눈물겨운 인생역정까지 더해지며 그의 참가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점점 사람들 가슴에 스미기 시작했다. 더 이상 독설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거부감까지 느껴지는 불편한 존재였다. 그보다는 김태원의 이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느껴지는 따뜻한 조언이 더욱 사람들의 가슴을 사로잡았다.

상황이 바뀌었다. 이슈의 중심에 있어야 할 이은미와 방시혁의 독설은 김태원의 명언과 비교되며 대상에 대한 예의가 없는 무례와 오만으로 비쳐지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독설도 그렇게 여겨지는 경향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마추어에 대한 전문가적인 판단이라는 전제가 따라붙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에 비해 결코 음악적인 커리어에 있어서도 떨어지지 않는 김태원이 그들과는 전혀 다른 대중의 가슴을 사로잡는 명언들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부분은 모조리 김태원이 가져가 버리며 부정적인 것들만 두 사람에게 남게 되었다. 즉 김태원이 선이라면 이은미, 방시혁은 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은미, 방시혁을 비판하기 위해서 김태원이 그 이유로 쓰이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김태원을 응원하는 말이나 글에서도 이은미와 방시혁이 등장하고 있었다. 이들 세 사람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대척점에 있는 존재가 되었다. 적이었다.

생방송 이후 유독 이은미, 방시혁과 김태원 세 사람의 갈등구조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세 사람은 적이다. 서로 반대편에 선 존재들이다. 그런 대중의 무의식이 그런 갈등구조를 사실이든 아니든 만들고 즐기게 만든 것이었다.

물론 가장 크게 손해를 본 것은 덕분에 세 사람의 갈등구도 속에 무존재가 되어 버린 신승훈과 김윤아 두 멘토들이었다. 모든 이슈는 김태원과 이은미, 방시혁 세 사람이 가져가 버리고 신승훈과 김윤아는 철저히 주변으로 떠밀리고 말았다. 그동안 <위대한 탄생>과 관련해 올라온 기사나 각종 블로그의 글, 게시판의 게시문들을 통계 내 본다면 거의 맞아떨어질 것이다.

김태원이 승리한 이유이고, 이은미, 방시혁이 실패한 이유다. 단지 자신의 멘티를 결승에 올려보내지 못했다고 실패인가? 그보다는 예능에 출연한 첫번째 이유 인지도를 높이고 대중에 대한 호감을 키운다고 하는 원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때문이었다. 오히려 독설로 인해 이미지만 나빠졌고 대중으로부터 비호감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에 비하면 김태원은 철저히 두 사람과 비교되며 <위대한 탄생>의 일약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은미와 방시혁이 운이 나빴다 할 수 있다. 하필 김태원이 아니었으면. 그때 <락락락>만 방영되지 않았다면. 하지만 역시 대중이 독설을 바라는 한 편으로 독설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위로를 듣고 싶다고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일 게다. 어쩌면 누구로부터도 듣지 못하는 그런 말을 듣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누구도 해주지 않는 그 말을 김태원이 해주었다. 더욱 김태원의 멘티들에 대중이 자신을 이입하고 즐기게 되었던 이유였다.

참 이래저래 신기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정작 독설로 떠야 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독설이 비난받고 독설을 하지 않는 것이 찬양받게 되다니. 패러다임의 변화일까? 하지만 어설프게 좋을 말만 해서는 <슈퍼스타K>에서의 엄정화가 될 뿐이다. 독설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듯 위로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색하지 않게 좋은 말을 하기는 더 어렵다.

<위대한 탄생>이란 그런 점에서 위대한 멘토 김태원의 발견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나 할까? 그래서 정작 결승에 올라간 것은 백청강, 이태권임에도 여기저기서 여전히 김태원 이야기 뿐이다. 그리고 한 편에서는 이은미, 방시혁에 대한 끊이지 않는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제는 거의 습관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어찌되었든 이은미, 방시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음에 만들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많은 고민이 있지 않을까. 독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그 한 가지를 더하기가 무척 어렵다. 김태원의 말마따나 머리로 생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자칫 독설캐릭터가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 김태원이 둘이 아님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자극적인 독설을 기대하던 대중, 그런 대중을 의식해 독설에 기대던 제작진, 그리고 그 제작진에 부응해 독설을 하던 심사위원, 그러나 한 편으로 다뜻한 배려와 조언을 바라던 대중.

세 사람의 운명이 엇갈리고 만 이유일 것이다. 대중은 그렇게 알기 어렵고 변덕스럽다. 누가 기대나 했을까? 이은미와 방시혁의 독설에 대해서. 김태원의 뜬구름잡는 이야기에 대해서. 아니 처음 김태원에게서 박완규가 귀신까지 봤다는 독설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결과를 결정했다. 김태원이 승리하고, 김태원의 제자들이 승리하고, 오히려 무색무취였기에 신승훈의 셰인은 TOP3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멘티의 오디션이 아니라 멘토의 오디션이었다.

김태원의, 김태원에 의한, 김태원을 위한, 아마 시즌2에서는 김태원을 캐스팅하지 않겠지? 너무 커버렸다. 그리고 너무 예상을 벗어나 버렸다. 과연 김태원이 시즌2까지 남아 있을 때 어떻게 되겠는가? 김태원 자신에게도 너무 큰 부담일 테고.

아무튼 고민할 부분이라 할 것이다. 정작 가수지망생의 오디션이 아닌 멘토의 오디션이었다. 어떻게 하면 가수지망생을 위한 오디션으로 돌려놓을 것인가? 시즌 2에서는 그리 가능할 것인가?

아직 한 주가 남았는데 벌써 다 끝난 것처럼 이야기하는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위대한 탄생>의 가능성이며 또한 한계였다. 처음이기에 당연히 겪는 시행착오이기를.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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