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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공소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7.08.17 20:48

[공소리 칼럼] “브래지어를 안 입고 살 수는 있어요. 하지만 몸매가 안 살잖아요?”

NO브라로 살고 싶다… BUT, 브래지어는 아름다움이고 패션…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지난해부터 사석에서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 덕분에 속이 편해지고, 흉부의 답답함도 없어졌다. 나는 고통에서 해방됐는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바로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것.

집에 귀가하면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입고 있던 브래지어부터 벗어 던진다. 혹은 저녁부터 후크를 풀어놓고 어깨에 걸치고 다닌다. 브래지어의 압박감은 엄청나다. 과식을 한 날, 몸이 안 좋은 날은 브래지어 때문에 소화불량이 생긴다. 그럴 때는, 브래지어를 던져버려야 속이 편안해진다.

요즘은 사석에서 노브라로 사는데, 계절이 따뜻해지면서 옷이 얇아지자 시선의 불편함이 생겼다. 어느 날은 편의점 여직원이 화들짝 놀래며 ‘노브라인 걸 알면서 다니느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넓은 오지랖 앞에 민망했지만 계속 노브라를 고수한다. 신체의 불편함이 시선의 불편함을 이겼다.

▲ 픽사베이 제공

하지만 브래지어는 많은 여성이 미의 목적으로 착용한다.

브래지어는 코르셋과 비슷하다. 착용하면 불편하고 건강에 나쁘지만, 보기에 좋다. 실제로 브래지어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이유 중 “가슴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인 것과 “몸매보정이 되기 때문”이 있다.

박 모 씨(여성·사무직)는 “브래지어를 입고 봉긋한 가슴, 큰 가슴이 되면 자신감이 생겨요”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이유도 있다. 길 모 씨(여·자영업)는 “시선이 개방되지 않는 한 노브라로 살 수는 없다. 특히 유두가 티 나는 건 너무 민망하다”며 “이상한 시선을 받는 것보다 불편함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르셋처럼 “여성은 아름다워야 하는 억압”과 “여성은 아름답게 가꿔야 하지만 자연 그대로 드러나는 것에 대한 불편한 편견”이 브래지어에도 적용된다. 여성에게 성적매력을 요구하지만, 번거로움을 감수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성적인 모습이 보이는 것은 부정적으로 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있다.

대개 한국 여성들은 브래지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은 약하다. 그보다 착용하면 몸이 불편하고, 착용 안 하면 남의 시선이 불편하다는 호소만 따라온다.

김 모 씨(27세·영업직)는 “브래지어를 안 입고 살 수는 있어요. 하지만 몸매가 안 살잖아요?”라고 말했다.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한국 여성의 단편적인 입장을 설명해주는 대목이었다.

필자는 신체의 불편함으로 노브라를 선택했다. 그런데 많은 여성이 신체적 불편함, 사회적 시선의 불편함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이유는 “몸매의 아름다움”이었다.

브래지어의 착용 유무를 코르셋과 비교하는 서구 페미니스트의 강한 외침과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브래지어가 불편해도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입장보다 “아름다운 외모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 더 우세해 보인다. 브래지어와 아름다움이 전혀 상관없다면 아마 노브라에 대해 관대하게 나아가자는 구호가 더 널리 퍼졌을까?

자연스러운 몸매 그대로도 아름답다. 서구적인 몸매, 화려한 몸매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브래지어 착용’에 있어 “시선의 불편함 처리”와 “더 예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 관점이라면, 더욱 우리가 우리의 신체 그대로를 아름답게 느끼고 타인의 신체를 불편하게 신경 쓰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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