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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문화
  • 입력 2012.08.04 09:58

NC, 블레이드 앤 소울의 우려와 한계에 대해서..

MMORPG란 단순한 게임이 아닌 하나의 사회이며 세계다.

▲ 사진제공=엔씨소프트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경제란 사회가 운용되는 방식이다. 생산하고 소비한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끊임없이 소비한다. 그럼으로써 사회는 유지된다. 어느 한 가지만 지나치게 커지거나 작아져도 사회는 동요하고 끝내 무너지고 만다. 그것을 조율하는 것이 바로 정치이고, 제도이고, 규범이고, 관계다. 이른바 사회 활동이라 부르는 것이 대부분 여기에 속할 것이다.

MMORPG라고 하는 게임의 장르가 이전의 다른 게임들과 다른 이유일 것이다. 아니 MMORPG에 비해 사회의 규모가 턱업시 작고, 더구나 소규모로 파편화되어 있는 MORPG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디아블로>시리즈에서조차 생산과 소비라는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디아블로2>에서는 원래 게임내 아이템거래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유저 스스로 자체적으로 거래의 룰을 만들고 방식을 정하고 있었다. 수요가 있고 그를 충족하는 생산이 있고 그 사이에 경제활동이 있다. <디아블로2>가 팩키지 게임으로서는 경이적일 정도로 긴 생명력을 유지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기존의 RPG게임에서도 생산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냥을 해서 돈과 아이템을 얻고, 채집을 통해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을 모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들로써, 게임의 각 과정을 클리어하고 마지막 엔딩을 보기 위해 개발자가 미리 준비해둔 요소들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 또한 개발자의 의도에 의해 미리 준비된 자원들을 엔딩을 보기까지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그같은 준비된 모든 것들을 소비하는 순간 게임의 수명 또한 소진되고 말았다. 엔딩까지 본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는 경우란 그다지 없었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이 접속해서 함께 플레이하는 MMORPG의 경우는 기존의 싱글플레이 게임들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는 자기가 필요로 하는 자원들을 자기가 직접 찾아서 모으지 않으면 안되었다. 돈을 벌어야 했고, 아이템을 직접 게임 안에서 구하거나 사야 했다. 하지만 MMORPG를 비롯한 온라인게임에서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게임을 이미 가지고 있는 다른 유저가 인터넷을 통해 게임에 접속하고 있었다. 수요란 또한 대상과 수단이 존재할 때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비로소 다른 유저로부터 자신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당연히 그러고자 하는 의도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같은 의도들이 중첩되며 하나의 거대한 구조가 만들어진다. 게임 안에 온라인을 통한 거대한 사회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순환이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세계다.

1998년 9월에 정식서비스되기 시작한 <리니지>가 무려 1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역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리니지>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원을 소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 좋은 아이템을 갖추고, 다른 유저들과 경쟁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혈이라고 하는 게임내 커뮤니티간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고 그것을 소비해간다. 그런 가운데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 온라인만으로도 부족해서 오프라인에서까지 거액의 현금을 주고 게임내 화폐와 아이템등을 거래하는 모습들이 그래서 심지어 사회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었다. 그만큼 강한 욕구와 욕망이 있고, 그것을 충족하기 위한 생산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단순한 사냥이 아닌 그것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경제활동으로서의 생산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다.

사실 어차피 한 번은 잡았던 몬스터다. 어차피 한 번은 지나갔던 맵일 것이다. 그런데도 매번 매번 새로운 동기가 부여된다. 새로운 의미를 다지게 된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질리지도 않고 <리니지>에 매달리고 있다. 전성기만큼은 못할지라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리니지>에 접속하고 있다. 이따금씩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몇 세대 이전의 한참 열악한 그래픽수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놓지 못하도록 하는 힘이 <리니지>에는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바로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하는 <리니지>의 구조 자체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말부터 정식서비스중인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이하 블소>에 대해 우려를 갖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리니지>와 같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리니지>는 너무 지나쳤다. 지나쳐서 사회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후 만들어진 게임들은 <리니지>의 강하게 받고 있으면서도 <리니지>의 문제와 한계들을 극복하려 노력해오고 있었다. 다만 그렇더라도 <리니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정된 맵에서 몇 년을 반복해서 플레이하더라도 질리지 않는다. 새로운 동기와 의무가 부여되며 여전히 활력을 유지한다. 생산이다. 소비다. 순환이다. 구조다. 결국은 사회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가 있다.

당장 MORPG로써 장르는 다르지만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디아블로3>를 보자. 맵은 오히려 <블레이드 앤 소울>(이하 블소)보다 작다. 여러개의 난이도로 나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같은 맵을 난이도만 달리해서 반복해 도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난이도의 차이가 동기를 부여한다. 그리고 난이도가 달라진 만큼  얻어지는 아이템의 가치가 동기를 강화한다. 나중에는 거의 아이템을 모으기 위한 전문용어로 '앵벌이'수준의 반복플레이가 이어질 뿐임에도 사람들은 그래서 게임을 놓지 못한다. 그렇게 얻은 아이템을 시장에 내다 팔고, 다시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구한다. 그를 위해 다시 돈을 모으고 아이템을 모아 판다. 다만 <디아블로3> 역시 그렇게 생산이 이루어지는데 소비에 대한 동기가 뚜렷하지 못한 것이 문제로 남는다. '불지옥' 난이도를 클리어한다는 목표 이외에 다른 목적동기가 없다. <디아블로2>에서와 같이 PvP존을 하루빨리 열어야 하는 필연적 이유라 할 수 있다. 현재 사용자가 매우 급속히 빠지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다시 <블소>의 경우로 돌아가서, <블소>의 경우는 생산은 있는데 소비가 없다. 아니 생산조차 없다. 플레이만 있다. 오히려 MORPG인 <디아블로3>보다 더 팩키지게임에 가까운 구조다. 아이템거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치있는 것들은 거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말 가치가 있어서 구하고 싶은 아이템들의 경우는 자기가 직접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보스몹을 잡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거래를 통해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은 그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퀘스트를 클리어할 의도가 있다면 굳이 구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템이다. 거래도 뜸하고, 따라서 아이템의 가치도 그다지 높지 않다. 하기는 그래서 돈도 그다지 모이지 않는다.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 메인퀘스트를 수행한다. 그러면서 곁들여 일반퀘스트를 함께 해결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음 퀘스트를 위한 레벨이 된다. 사실 퀘스트만 해결하며 레벨만 올리려 할 경우 그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아무래도 보다 좋은 아이템으로 갖추려 할 때 일일퀘스트를 따라가게 된다. 일일퀘스트의 대부분은 파티플레이를 요구한다. 용기둥에서 파티를 모으고 함께 퀘스트를 깬 후 아이템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필요한 수에 부족하면 다시 퀘스트에 도전한다. 사실 돈이 있어도 쓸 일이 없다는 것이, 결국 일일퀘스트를 통해 얻게 되는 아이템이 거래를 통해 사들이는 아이템보다 훨씬 좋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쿨하고 나쁘게 말하면 메마르다. 그래서 차라리 온라인게임의 탈을 쓴 팩키지 게임이라 말한다. 반복해서 퀘스트를 해결하고 던전을을 클리어할 때 그 동기가 약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래서 더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보다 가벼운 캐주얼한 플레이가 가능하기도 할 것이다. 여성유저들을 많이 보게 된다. 가볍게 접근하여 가볍게 게임플레이 자체만을 즐긴다. 마음에 맞는 파티를 만나 맵을 돌고 던전을 클리어한다. 몹을 잡고 아이템을 얻는다. 다만 이 경우에도 보상이 문제다. 단지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이상의 아이템을 통한 보상은 말했듯 처음 원하는 아이템을 얻는 그 순간까지인 것이다.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무엇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임내에서의 커뮤니티와 이후의 지속적인 게임업데이트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흥미는 쉽게 사그라들 수 있다. 실제 벌써부터 <블소>에 대해 지루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만렙까지 하고 모든 던전을 다 돌았더니 할 일이 없다. 손을 놓게 된다.

<블소>의 앞으로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이유일 것이다. 결국 팩키지게임과 다르게 온라인게임의 성패는 그 게임이 얼마나 지속성있게 서비스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업데이트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 이 또한 개발사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한정된 맵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되어 있기에 유저들의 플레이시간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유저를 유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게임내 커뮤니티인데 그것을 유발할만한 장치도 부족하다. 다른 커뮤니티와의 경쟁을 촉발할만한 매개 역시 지금으로서는 필요하다. 무엇하나 준비된 것이 없다. 게임은 재미있지만 그 다음이 없다. MMORPG는 게임만으로는 부족하다.

혹시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원래 개발사에서 의도한 것이었는지는. 이를테면 개발사에서 캐쉬템을 만들어 파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보듯 게임내부에서의 거래를 최소화하는 대신 그 이익을 개발사가 독점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가능성이다. 특히 개발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큰 의상의 경우 게임에서 그다지 크게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역시 여성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일 것이다. 유저의 임의로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에 자기만의 의상을 어떻게든 구해 입힌다. 그런데 그 의상을 개발사에서 돈을 받고 팔고 있다. MMORPG의 특성상 무기는 곤란하더라도 의상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자면 돈을 함부로 써서는 안되니 시장의 가격도 제한한다. 돈은 유저간의 거래가 아닌 캐쉬템을 통해 개발사로 흘러간다.

가능성은 하나, 바로 여성유저다. 그리고 지인간의 친목플레이다. 아는 사람끼리 모여서 던전을 클리어하면 즐겁다. 서로 다른 직업이면 부담없이 가볍게 한 게임 즐길 수 있다. 레벨만 맞춰두면 어떤 던전이든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 강력한 적을 상대로 게임플레이 자체를 즐길 수 있다. 의상은 시각적인 만족을 준다. 자신의 분인이나 다름없는 캐릭터에 멋진 옷을 입혀줌으로써 정서적 만족감을 얻는다. 실제 여성유저들이 적지 않다. 만족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무적인 부분이다.

그래픽은 훌륭하다. 게임플레이도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스토리도 재미있다. 하지만 그 뿐, <블소>는 결국 팩키지게임이 아닌 온라인 게임인 것이다. 싱글플레이어 게임이 아닌 MMORPG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한 것이 아니었을까. MMORPG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하나의 사회이며 세계다. 세계를 만든다. 그것이 결여되었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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