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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6.08.29 08:34

[권상집 칼럼] 개그맨 유상무 회사의 노예 채용 논란

인재보다 노예가 좋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기업의 채용 공고

▲ 논란이 된 ST기획 채용공고 (출처: ST기획 공식 페이스북)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개그맨 유상무의 회사라고 알려진 광고사 ST기획이 최근 노예 채용을 드러내놓고 공개하여 많은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는 콘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과연 채용 공고문 중 어디가 재미있었는지 필자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가학적인 채용 공고를 내걸고 재미있었다라고 내부에서 평가했다면 이미 그 회사는 정상이 아니다. 논란이 된 회사의 채용 공고문 중 문제가 되었던 항목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캬 ~ 너 맨날 야근인데 화도 안내내?” 소리 자주 듣는 사람

“우왕~월급을 자진 삭감하다니 참 대단하다!” 소리 자주 듣는 사람

“와우~어제도 회사에서 잔 거야?” 소리 자주 듣는 사람

“히야~ 대표님 명품가방 사드린 게 또 너니?” 소리 자주 듣는 사람

위의 사항은 놀랍게도 ST기획이 채용 공고에서 보여준 우대사항 항목 중 일부이다. 쉽게 말하면 야근해도 참고 월급 많지 않아도 인내할 수 있고 윗 사람에게 아부할 수 있는 사람이면 우대한다는 조건이다. 물론, 혹자는 재미있게 한 이야기를 보고 심각하게 평가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해당 회사를 지원하는 지원자들에게 저 우대사항 조건은 결코 가볍게 스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수 차례 기업에 지원을 해서 낙방하면 지원자들의 자신감은 바닥에 떨어지기 쉽다. 이런 지원자들을 열정페이로 현혹하는 기업 국내에 정말 많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은 열정페이 조건을 노골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취업 자체가 사회적 문제인 현실에 열정페이 자체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양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ST기획이라는 회사는 자진해서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월급 적게 받고 열심히 일할 사람을 찾겠다고 언급했다. 만약, 저런 문구를 재미로 생각하고 걸었다면 이미 ST기획의 경영 방식이나 경영자의 사고방식은 안 봐도 뻔하다.

특히, 입사 후 혜택은 채용 공고문에서 내건 그대로 ‘친절하게 대하겠습니다’가 전부였다. 즉, “우리는 친절하게 대해줄 테니 월급, 연봉 운운하지 말고 열심히 일만 했으면 좋겠다.”가 저 회사의 채용 의도였다. 논란이 일고 수많은 네티즌들이 비난을 퍼붓자 ST기획 페이스북 관리자는 ‘그럼 꺼지삼’, ‘피해망상’, ‘쓰레기 같은 댓글’이라고 오히려 비난을 쏟아낸 네티즌들에게 냉소를 퍼부었다. 개그를 개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다는 답변까지 내놓은 걸 보면 ST기획에 제대로 된 인사담당자는 과연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ST기획은 알려지다시피 성폭행 미수 혐의로 올 상반기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개그맨 유상무가 이끌었던 상무기획의 후신이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과거에도 ‘잠 없는 사람, 노동법을 잘 모르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회사가 일관되게 강조한 우대사항만 봐도 이 회사가 얼마나 지원자들을 우습게 여기는지, 그리고 사람을 얼마나 소중히 다루지 않고 소모품으로 취급하는지 알 수 있다.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인재 채용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 붓는다. 한 명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CEO들이 발벗고 나서기도 하고 심지어 전용기를 보내며 예우를 해주는 기업도 국내에 많다. 이러한 사례를 국내 대기업의 예외적 사항이라고 치부하면 곤란하다. 전체 대한민국 근로자 중 대기업에 재직하는 비율은 불과 1%에 불과하다. 즉, 99%의 근로자는 아직도 영세한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에 근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인재에 대해 더 정성을 쏟고 신경 써야 할 영세 기업의 채용 공고가 저따위니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저 채용 공고를 보고 ST기획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필자는 경영학과 교수 이전에 기업의 채용 담당자도 경험했기에 해당 기업의 채용 공고를 가장 심도 있게 살펴보는 편이다. 기업들이 내건 채용 공고만 자세히 들여다 봐도 해당 기업이 얼마나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지, 얼마나 사람을 아끼는지 알 수 있다. 필자가 아는 상당수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직접 인재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리고 대학생 상당수는 지금도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인턴 경험을 하며 땀 흘리며 보내고 있다. 이러한 고생을 ST기획 같은 회사가 알리 만무하다.

공고가 논란이 되고 ST기획의 반박 글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자 ST기획은 정식으로 공식 사과문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그러나 너무 뒤늦은 대응이었다. 상반기에 유상무가 성폭행 미수 논란으로 공식 사과를 한 시점이 불과 세 달 전이다. 즉, 3개월도 안되어 그와 연관된 회사는 또 다시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보이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리고 그 사과문에 진지한 반성이나 진정성이 가미된 문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과문을 게시했다고 해도 이 회사 경영자의 사고방식이 어떤지는 이제 확실해졌다. 인재 대신 노예만을 찾는 회사의 운명은 뻔하다. 동서양 기업 역사를 모두 살펴봐도 인재를 소중히 하지 않는 회사는 항상 급속도로 몰락했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상식이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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