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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7.27 07:21

[김윤석의 드라마톡] 닥터스 12회 "전부인 사랑의 위험, 그리고 비로소 사랑하다"

유혜정의 타협, 홍지홍의 나머지까지 사랑하다

▲ 닥터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닥터스. 오로지 이 사람 뿐이다. 다른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랑도 없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한다. 내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반드시 사랑을 이루려 한다. 그래서 만에 하나라도 지금의 사랑이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무엇을 어쩌려는 것일까?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으로 이후의 시간들을 살아가려는 것일까?

그래서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뒤도 옆도 위아래도 없이 오로지 눈앞의 상대만이 남아 있다. 아니 정확히 그 상대를 바라보는 자신이 남아 있다. 어째서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손으로 죽일 결심까지 하고서 사람들이 밀려오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칠 궁리부터 하는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 안에 비친 그림자만을 사랑한 것이었다. 자신을 투사한 이미지만을 사랑한 것이었다. 자기가 그린 그림을 지우듯 그렇게 자기가 만든 이미지를 지우려는 것이었다. 고작 그 정도 결심과 각오였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만큼 무겁고 무서운 일이다. 때로 감당할 수 없이 힘들고 아플 때도 있다. 때로 실망하고 때로 분노하며 때로 원망하고 미워한다. 그런 모든 순간들을 견디며 그마저도 사랑해야 한다. 모든 것이어서는 안된다. 내가 보는 그와는 전혀 다른 그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그와는 전혀 다른 그가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 자신마저 그를 사랑하는 이외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결코 사랑할 수 없는 부분들까지 그의 일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랑하는 자신은 결코 멋지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정윤도(윤균상 분)는 벌써부터 그러고 있었는데 유혜정(박신혜 분)이 한 발 늦었다. 오로지 혼자서 완벽한 홍지홍(김래원 분) 또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힌트였다. 확실히 홍지홍의 아버지 홍두식(이호재 분)이 죽고 진성종(전국환 분)과 진명훈(엄효섭 분) 부자가 병원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굳이 자신과 불편한 관계인 김태호(장현성 분)를 쫓아낼 생각도 없고 당장 홍지홍과 얼굴을 붉힐 계획도 없었다. 그저 방해가 되는 홍두식도 사라졌고 진성종이 이사장이 되어 배경까지 튼튼해졌으니 새롭게 가지게 된 힘으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음껏 해 보일 꿈에 부풀어 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그보다는 지난회부터 2회에 걸쳐 이야기의 중심에 있던 안성수(조달환 분)와 조수지(한혜진 분)가 홍지홍과 유혜정 커플을 위한 주제가 되어 주고 있었다.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오로지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다. 자기가 믿고 있는 사랑만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이기에 불과하다.

홍지홍에게 자기가 필요없어도 자기에게 홍지홍이 필요하다. 홍지홍이 자신을 거절하더라도 자기가 홍지홍의 곁에 있고 싶다. 하지만 역시 홍지홍은 바뀌지 않았다. 유혜정이 원래 바랐던 것은 힘들고 외로울 때 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갑자기 죽고 혼자서 모든 뒷정리를 해야 했을 때 불현듯 유혜정이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먼저 연락을 하는 것이었다. 역시 정윤도는 아직까지 홍지홍의 정반대편에 있다. 간절히 보고 싶어도 그것을 참는 자신의 사랑에 스스로 도취되고 만다. 그래도 유혜정에게는 의사로서의 자기 일이 있고 할머니가 있었다. 오히려 불안하다. 만에 하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유혜정이 갑자기 정윤도를 선택해서 그와 함께하게 된다면 홍지홍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역시 정윤도는 좋은 사람이다. 자기가 거절했고, 그래서 자기를 원망하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자기 수술의 어시스트로 불러 그녀를 위한 조언을 해준다. 진서우(이성경 분)와 함께 있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해도 여전히 그녀를 위해 필요한 말과 행동을 할 때는 주저함이 없다. 그러니 삼촌 정파란(이선호 분)도, 서로 본 지 며칠 되지도 않는 조인주(유다인 분)마저 스스럼없이 그의 집에 머물며 그를 부려먹을 수 있는 것이다. 기대는 것이다. 마음편히 그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상하관계에 따라 단지 그 표현이 달라질 뿐이다.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나 표현이 단호하지만 사리에 어긋나는 것은 없다. 엄격하면서 사람을 대하는데는 허술하다. 너무 사람이 좋아서 조역으로도 많이 아쉽다. 라이벌이 되지 못한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간다. 여전히 홍지홍은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유혜정이 먼저 다가와 그를 뒤에서 안아준다. 그를 뒤에서 감싸고 지탱해준다. 너무 멋있으려 해도 그다지 멋있지 않은 법이다. 나레이션이 흐름을 깨뜨린다.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이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만한 연기가 된다. 작가 자신이 쓴 대본에 자신을 가져도 되겠다. 상상하는 재미가 없다. 때로 너무 답이 직설적이어서 흥미를 잃고 만다. 약간은 가려지고 감춰진 부분이 있어야 호기심도 생기는 법이다.

결국은 진명훈과도 한 번은 만나야 한다. 진서우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윤도를 사랑하고 유혜정에게 미안해한다. 진명훈의 계획에는 정윤도의 아버지까지 관여되어 있다. 남은 분량이나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봤을 때 그렇게 어렵게 복잡하게 멀리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홍지홍과 유혜정 커플이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떼었다.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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