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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5.25 07:59

[김윤석의 드라마톡] 또 오해영 8회 "냉정해진 오해영과 불안한 박도경, 비로소 시작을 위해서"

뒤바뀐 관계, 박도경에게 공이 넘어가다

▲ 또 오해영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또 오해영. 원래 사람의 감정이란 논리로만 설명이 되지 않기에 감정이라 부르는 것이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가 있기에 비로소 원인을 찾게 되는 것이다. 직접 겪고 나서야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사랑할 것을 알고 사랑하게 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랑하려 해서 사랑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고 나니 원인이든 이유든 떠오른다.

사랑하고 보니 상대가 유부남이었다. 유부남인 것을 알고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유부남인 것을 알았어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토록 아파하면서도 한 번을 직접 찾아가 만나지 않는가.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지독한 자기애다. 하기는 상대로 인해 자기가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다. 자기가 사랑하고 보니 상대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짝사랑도 가능하다. 얼마든지 혼자서도 사랑할 수 있다.

그토록 단정하고 당당하게만 보이던 낮의 박수경(예지원 분)과 술에 취해 몸도 못가누는 한심한 모습이 정확히 대칭을 이룬다. 완전히 자신을 잃어 버린다. 전혀 다른 자신이 되어 버린다. 술에 취하면 습관처럼 프랑스어가 튀어나온다. 프랑스에 연수갔을 때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다. 아직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기 전 그저 행복하기만 하던 시절로 돌아가려 한다. 중독이다. 그렇게까지 자신을 속여가며 사랑이라는 달콤함을 놓치고 싶지 않다.

하필 결혼 직전 자신을 찼던 옛약혼자 한태진(이재윤 분)과 우연히 마주치고 말았다. 한태진의 차에 다른 여자가 타고 있는 것도 보았다. 차라리 확실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 박도경(에릭 분)과의 줄다리기에 지쳐있기도 했었다. 분면 자기에게 호감이 있어 보이는데 정작 무엇때문인지 한사코 거부하고만 있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듯 사랑이라는 감정 역시 수명이 있다. 언젠가는 시들어 버린다. 언제였냐는 듯 차게 식고 만다. 이미 한 번 겪어 보았다. 너무나 아프게 새겨진 그때의 기억이 의심하게 만든다. 과연 자신은 언제까지 이 기약없는 사랑은 계속할 수 있을까? 지금의 감정이 끝나고 난 자리에는 이번에는 무엇이 남게 될까?

너무나 적절하다. 목놓아 운다. 목청껏 노래를 불러제낀다. 부모에 기대어 세상이 끝나기라도 한 듯 함께 눈물을 쏟아내더니 이번에는 아예 세상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노래부르며 광란의 시간을 보낸다. 정화다. 더 큰 감정으로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을 쓸어낸다. 눈물에 섞어 모든 설움과 아픔을 쏟아내고, 노랫소리에 실어 모든 원망과 분노를 토해낸다. 남은 것은 허무에 가까운 허탈함 뿐이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듯한 공허감 위에 박도경의 전화가 걸려온다. 조건을 건다. 확신을 요구한다. 더이상 전처럼 맹목적이지만 않다. 영악해진다. 냉정해진다. 다만 아직 그 빈 공허가 다 채워지기 전까지는.

벌써 오래전에 치러야 했을 과정인지도 모른다. 어설프게 이별했다. 제대로 정면으로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그래서 비틀려 있었다. 마음껏 울지도 못했고 마음껏 아파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다 털어버리지도 못했다. 어설프게 남아있는 상태에서 새롭게 사랑을 시작했었다. 새롭게 시작된 감정이지만 여전히 이전의 기억과 감정에 구애되고 있었다. 한태진과의 남은 기억과 감정들을 정리하며 뒤섞인 부분들마저 함께 털어낸다. 냉정해진다. 객관적인 된다.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다. 마치 박도경에 대한 감정마저 지난 감정처럼 여겨진다.

이번에는 박도경의 차례다. 오해영(서현진 분)에 대한 예지가 이번에는 자신에 대한 예지로 옮겨온다. 자연스럽다. 이제는 박도경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도경으로 하여금 오해영을 향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들을 치워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으로 인해 파멸할 뻔한 한태진과 더구나 그때문에 겪지 않아도 되었을 아픔을 겪어야 했던 오해영에 대한 미안함은 반드시 털고 가야 할 부분이다. 차라리 맞겠다. 열 대를 맞고, 아니 백 대를 맞고 딱 한 대만 때리겠다. 자신이 한태진에게 지은 죄와 한태진이 오해영에게 입힌 상처에 대한 나름의 계량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자신으로 인해 빚어진 오해영의 아픔에 대한 계산은 빠져 있다. 뒤에서 차가 달려와 부딪힌다. 실제와도 같은 고통을 느낀다. 그는 또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의 과거들을 털어낼까.

예쁜오해영(전혜빈 분)이 다시 박도경을 만나려 하는 이유다. 헤어졌으면 끝났어야 한다. 아무런 미련도 아쉬움도 남아있지 않았어야 한다. 그저 추억으로만 남았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박도경을 향한 감정과 그동안의 기억에 구애되는 자신이 있다. 덕분에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한다. 그때 미처 하지 못한 이별들을 마저 하려 한다. 라이벌이 아니었다. 바로 그 무렵 오해영도 한태진과의 관계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처음처럼 박도경을 대할 수 있었다. 또 한 사람의 오해영과 한태진은 박도경이 극복해야 할 과거의 업이고 미련이다. 이제는 홀가분해진 박도경이 오해영에게 먼저 다가서야 한다.

바보다. 아마 그래서 많은 여성시청자들이 박도경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계산하지 않는다. 말했듯 사람의 감정이란 이성으로 계량할 수 없는 것이다. 우연히 만났고 무작정 따라갔다. 아무 계산없이 바로 그대로 한태진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범죄다. 절대 현실에서 따라해서는 안되는 위험한 행위다. 하지만 멋있다. 솔직하게 고백조차 못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무모해지고 악역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처주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은 책임이다. 너무 무겁다. 사랑하기에 불쌍하게 여기는 것은 사람이 가지는 감정이 아니다. 어쩌면 환경이 그를 그렇게 몰아간 것인지도 모른다.

냉정히 바라보고 불안하게 눈길을 피한다. 관계가 역전되었다. 앙금이 없다. 찌꺼기가 없다. 오히려 후련하다. 하지만 아직 치우지 못한 나머지가 있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돌아온다. 예정에 없이 오해영은 박도경에게 선언한다.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고려하고 계산한다. 하지만 아직 바로 방을 빼지는 않고 있다. 기회가 남았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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