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4.12 08:09

[김윤석의 드라마톡] 동네변호사 조들호 5회 "잔혹한 비겁함, 동네변호사인 이유"

법이 정의를 배신할 때, 세 젊은 법조인의 고민

▲ 동네변호사 조들호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동네변호사 조들호. 패잔병들에게 질서란 없다. 전투에서 져서 쫓기는 순간 도덕도 윤리도 정의도 모두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당장 자신부터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생존의 본능 앞에 상관의 명령도 전우의 울부짖음도 그 의미를 잃게 된다. 내가 자신을 구하지 못하면 누구도 자신을 지켜 줄 수 없다. 돌아갈 곳도 의지할 곳도 없다. 그래서 전쟁이나 재해를 피해 피난을 떠난 길 위에서 사람들은 쉽게 가족을 버리고 자신의 양심마저 저버린다.

인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다. 염치도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다. 단지 익숙해진 것이다. 지는 것에. 지면서도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가져서는 안되는 현실에. 누구도 자신을 도울 수 없다. 무엇도 자신을 지켜 줄 수 없다. 어떤 미안함이나 고마움으로도 누군가를 구할 수는 없다. 혼자서 살아야 한다. 혼자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처음으로 현실을 깨달았다. 현실의 법은 결코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절대 자신들을 돕지 않는다. 혼자서라도 살아야 한다. 혼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나마 드라마이기에 모든 시장사람들이 함께 장사하던 이웃을 위해 빠짐없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었다.

법으로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법은 임차인을 더 곤란하게 만들 뿐이다. 재판결과 임차인들은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누구보다 이은조(강소라 분)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이쯤에서 돈 더 준다고 할 때 못이긴 척 그나마라도 받아들고 나가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이길 수 없다. 도저히 어떻게 해도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지면 더 큰 상처를 받는 것은 임차인 자신이다. 그래서 조들호(박신양 분) 역시 폭행에, 협박에, 심지어 사기까지 정상을 벗어난 수단까지 서슴없이 사용하는 것이었다. 법이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자신은 자신이 지키겠다. 법마저 무시한 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겠다. 힘없고 억울한 이들을 돕는 동네변호사 조들호였다.

법을 직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법을 사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었다. 처음 법을 직업으로 삼았을 때 가졌던 목표가 있었다. 세웠던 이상이 있었다. 현실이 배신한다. 그나마 조들호와 이은조는 낫다. 신지욱(류수영 분)은 법을 넘어선 권력 앞에 끝내 좌절하고 마는 자신을 견뎌야 한다. 대화그룹 정회장(정원중 분)의 아들 마이클 정(이재우 분)이 그동안 저지른 범죄에 대한 확실한 증거들을 수도 없이 모았음에도 정회장에게 굴복한 아버지 검사장 신영일(김갑수 분)에게 거부당하고 만다. 절대 정회장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법이라는 수단을 가지고서도 검사란 현실의 권력 앞에 너무나 무력하다. 법은 결코 정의가 아니다. 강자들을 위한 수단이다. 국내에서 제일 큰 로펌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로서 자신의 목표와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가운데 법마저 무시하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기려는 변호사가 있다면 과연 어떨까?

다른 누구도 아닌 조들호여야만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연히 변호사라면 법을 몰라서는 안 될 것이다. 법을 잘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용할 여지마저 없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까. 변호사가 되기 전 잘나가는 검사였다는 것도 그 가능성을 넓힌다. 대부업을 하는 전과자의 사무실을 빌려 마치 수족처럼 그를 이용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황을 만들어간다. 솔직히 유치하다. 너무 뻔한 이야기다. 설마 하다가 역시나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정해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로와 과정을 빠짐없이 거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익숙하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갑질논란은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해 크게 이슈로 불거지고 있기도 하다. 감동은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이다. 사람의 마음이, 인정이 마침내 법마저 넘어서 자신들을 지켜낸다. 그렇게라도 보여주려 한다.

이혼한 전처 장해경(박솔미 분)이 무심코 조들호와의 추억이 깃든 할매감자탕집을 찾았다가 우연히 마추치고 만다. 분명 그들은 사랑했었다. 행복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부부조차 아니게 되었다. 차가운 법이야기만이 한때 부부였던 그들 사이를 오간다. 할매감자탕집 문제를 일방적으로 해결하려는 마이클정과 맞서고 있었다. 이은조를 향한 조들호의 서툰 배려가 살포시 엇갈린다. 차라리 지난 인연들이 무정하고 무심하다. 재판이 시작된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