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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29 23:26

남자의 자격 "남자와 가족여행, 가장 어색하면서도 가장 그리운 여행을 떠나다!"

가족이란 항상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가장 그립고 가장 어색한 존재다. 그래서 즐겁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방송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과연 필자의 경우 마지막으로 가족끼리 여행을 떠난 것이 언제였을까? 멀리 있는 친척을 만나려 가족끼리 동행한 것을 제하고다. 그건 여행이 아닐 테니까.

한참을 기억을 거슬러야 했다. 최소한 중학교 이후로는 없었다. 아마 아직 국민학교라 불리던 무렵 부모님과 동생들과 함께 경포해수욕장에 갔던 것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그때 하마트면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다시 나오지 못할 뻔한 기억이 있었다. 사람은 어떻게든 살려 하면 산다. 수영을 못하는 필자도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 보니 어느새 발 닿는 해변까지 기어나와 있었다.

어째서일까? 아마도 이경규가 한 말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 가장 어색한 여행, 가장 그립고 가까우면서도 가장 어색하고 먼 사이가 바로 가족인 때문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은 문 안쪽보다 문 밖의 삶에 더 익숙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곳에 대부분의 자신의 삶이 있다.

누구에게나 문 안쪽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문밖에서의 모습이 있다. 문밖에서 보이는 모습은 또한 문 안쪽에서의 모습과 다르다. 가족에게 보이는 자신과 친구에게 보이는 자신이 다르다. 회사에서 직장동료들에게 보이는 자신이 다르다. 사람은 그러한 사회적 역할에 맞는 수많은 자신의 모습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새 문 밖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며 문 안쪽에서의 자신에 대해 어색해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더구나 친구는 고를 수 있다. 직업도 고를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은 고를 수 없다. 설사 인연을 끊고 다시는 보지 않으려 해도 가족은 어디까지나 가족이다. 서로 원망하고 증오하여 영영 헤어져 살아도 가족이라는 하늘이 맺어진 관계가 어디 가지는 않는다. 평생 한 번 얼굴도 보지 못한 사이라도 가족은 가족이다. 다른 수식어가 앞이나 뒤에 따라붙을 수는 있지만 태어나서 바로 헤어진 사이라도 다시 가족으로 만났을 때 그들은 부모가 되고 자식이 되고 형제가 된다. 그것이 천륜이다.

책임이 강할수록 그래서 더 어려워진다. 애정과 집착이 강할수록 그래서 더 부담스러워진다. 혹시나 실수는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가족이기에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안다. 아니 그러면서도 오히려 가족이기에 문 밖에서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문 안쪽과 문 밖과의 괴리가 클수록, 그리고 문밖에서의 삶의 비중이 커질수록 오히려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점 때문에 오해가 쌓여가게 된다. 어제까지 알고 있던 가족이 전혀 모르는 타인이 되어 간다. 그것도 어렵다. 차라리 거리를 두고 마음만 간직하고 있는 쪽이 더 편할 수 있다.

사실은 도피다. 그냥 피하고 싶은 것이다. 미움받기 싫어서. 미워하기 싫어서. 가족이기에. 자신이 태어나고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가족의 품이기에. 그리움이기에. 어려서는 철이 없어 고집도 피우고 싸우기도 곧잘 싸웠지만 머리가 크고 나면 가족에 대한 소중함 만큼 그만큼 가족이 더 어려워진다.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어느새 더 거리를 두게 된다. 잘 보이고 싶고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어느새 서로에 대해 더 어렵게 만든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아마 많은 남자들이 그렇지 않을까? 남자들이 연락을 자주 않는 것이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주 얼굴을 보지 않는 것이 사이가 안좋아서가 아니다. 죽고 못사는 친구일수록 오히려 연락이 뜸하다. 그런 믿음이 있다. 굳이 연락을 주고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그리고 그런 사이이기에 서로에 대해 어려워하는 것이 있다. 배려하는 것인데 그것이 때로 서운하기도 하다. 그래도 만나면 어느샌가 격의없이 이야기도 나누고 어울리기도 하니 그것이 가족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양준혁이 아버지와 10년만에 여행을 떠나게 된 배경에는 역시 결혼에 대한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니 결혼하라 압력을 넣을 수도 있는 것이다. 친하지 않다면 전현무나 김태원이나 양준혁의 결혼문제를 가지고 농담을 하거나 하지 못한다. 김국진의 결혼이 <남자의 자격>에서 곧잘 회자되는 이유도 그만큼 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하기 때문에 그런 격의없음이 불편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예 단호하게 끊어버릴 수 없는 사이이기에 더 불편하다.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가족 아니던가? 싫은 소리도 가족이기에 얼마든지 거리낌없이 할 수 있다. 일로 만나는 사이라면 그럴 수 없다. 친구사이라면 자칫 그로 인해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라면, 그리고 형제라면, 아무리 불만스럽더라도 일단은 참고 들어주어야 한다. 싸울수도 있을 것이다. 대들거나 반박할수도 있을 것이다. 역시 가족이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도 그 어떤 관계에서도 가족과 같이 진심으로 부딪히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말하기는 어려워도 일단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깊이 들어간다. 그게 가족이다. 그러나 역시 어색하고 불편하다.

어쨌거나 그런 까닭에 일년에 한두번 보는 사이라면서도 어느샌가 한 눈에 보기에도 형제가 되어간다. 저렇게 응석부리듯 솔직해지고 두려움 없이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가족 뿐이다. 한참 나이가 들어서도 어느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유치해진다. 김국진의 형 김재진씨나 김태원의 큰형 김용원씨, 전현무의 사촌형 전형주씨, 결혼하고 자주 못봤다는 이윤석과 누나 이연경씨도, 따로 나가살다 보면 부모자식이라도 얼굴 보기가 그다지 쉽지는 않다.

단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꼬옥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다 큰 자식인데 어머니는 그리 좋아하신다. 어색하고 쑥쓰럽지만 손으로 전하는 온기가 바로 마음이다. 윤형빈과 어머니의 맞잡은 손이 정겹다. 이경규의 조카 최윤경씨를 보면서는 어려서 무척 따랐던 외삼촌을 떠올렸다. 나이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더 가까웠던 외삼촌처럼 최윤경씨에게도 이경규란 그런 의미였을까? 36이라는 나이에도 외삼촌 이경규 앞에서 최윤경씨는 어린 그 시절로 돌아가 있는 것 같다. 필자에게 있어서도 외삼촌이란 그런 의미였다. 그리웠다.

하여튼 입담들이 좋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입담이 좋다기보다는 즐거운 것이리라.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이, 그리운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기쁘고 설레었으리라. 원래 가족 사이에서는 말재주가 없어도 어느새 입이 열리고 울고 웃게 된다. 정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지나쳐서 가끔 나와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죽어줘야겠어!"

억삼이 김태원이 털리고 있었다. 이제껏 김태원이 늘어놓았던 모든 허풍들이 그의 형 김용원씨로 인해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결혼에 대한 압력이 상당한데 친형인 김재진씨까지 방송에 출연해 압박하니 김국진이 끝내 카메라를 가리고 만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래서 또한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여행 떠나기를 꺼리는가? 어디선가 자신조차 잊고 있던 부끄러운 과거가 드러날지 모른다.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들이 들추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조차도 좋다.

김태원과 큰형 김용원씨와는 확실히 형제였다. 외모도 닮았지만 말하는 것이 너무 닮았다. 가만 보고 있으면 김태원이 두 사람 있는 것 같았다. 평소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털어놓으며 항상 비교의 대상으로 놓던 그대로 잘생기기도 잘생겼다. 이경규와 동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김국진과 김재진씨도 무척 닮아 있었다. 의외라면 이윤석과 누나 이연경씨일까? 앙상한 이윤석에 비해 누님은 무척 체구도 있고 건장하다. 거꾸로 양준혁의 아버지은 많이 마른 체구였다. 미인대회에도 출전했었던 윤형빈의 어머니와  가족 가운데 최고의 비주얼이라는 전형무의 사촌형 전형주씨, 외삼촌과 닮았다며 즐거워하던 이경규의 조카 최윤경씨. 그래서 즐거웠다. 그다지 크게 재미있을 것이 없는데도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것마냥 오가는 마음들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의 대화처럼 즐거웠었다.

이런 게 바로 <남자의 자격>이었다. 기복은 있지만 <남자의 자격>이라는 중심은 잃지 않는다. 한 순간 흐트러졌다가도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남자의 자격>인 때문이다. 웃기려 해서 웃는 것이 아니다. 보고 있는 자신이 즐겁기에 웃는다. 출연하고 있는 연기자 자신이 즐겁기 때문에 웃고, 그것을 함께 공감할 수 있기에 웃는다. 다음주에는 또 어떤 행복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 처음으로 부모님 모시고 어딘가 떠나고 싶다. 그러나 그런 한 편으로 여전히 부담스럽기도 한 것은 필자 또한 어쩔 수 없는 남자인 때문일 것이다. 어렵고 어색하다. 하지만 여행을 떠난다면 <남자의 자격>에서와 같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결심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그러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언젠가는. 그것이 오늘이었으면.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누군가 골탕먹고 곤란을 겪는 것을 보고 웃는 짓궂은 웃음이 아니다. 그 정이 즐겁다. 그 진심이 기쁘다. 나도 그처럼 되고 싶다는 부러움이며 동경이다.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며 다짐이다. 공감일 터다. 정말 오랜만에 진짜 <남자의 자격>을 본 기분이었다. 그것도 반가웠다.

다음주를 기대해 본다. 이번주는 모두가 따로따로 각자의 여행지로 출발하고 있었다. 한데 모이면 그래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리라. 제주도는 무척 아름다웠다. 재미있었다.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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