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26 10:28

해를 품은 달 "이훤과 연우의 7년만의 재회, 친절이 지나치다!"

지나치게 친절하여 남는 애절함이나 간절한 없이 너무 밝고 산뜻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원작 <해를 품은 달>에서 필자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다름아닌 왕이 된 이훤과 무녀가 된 연우가 7년만에 다시 만나는 도입부의 첫장면이었을 것이다. 유부와도 같이 불길한 외딴 집에서 이미 죽은 사람이 되어 있는 연우가 실체가 없는 귀신이 되어 이훤과 다시 만나게 된다. 연우가 죽음으로부터 다시 살아나 현실로 돌아오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죽음으로부터의 부활이었다.

어쩌면 지난주 6회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예상했어야 했을 것이다. 아니 연우(한가인 분)가 실제로 죽은 것이 아닌 도무녀 장씨(전미선 분)이 연우를 보호하기 위해 죽음을 위장한 것이라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을 때 이미 짐작을 했어야 했다. 이미 연우의 얼굴을 보았고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을 아는데 두 사람의 만남이 원작에서처럼 애절하고 비장할 까닭이 무엇이 있을까? 마치 현실이 아닌 것처럼 몽환적이고 기괴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드라마에서의 만남은 단지 7년만의 재회에 불과하다.

물론 당사자인 연우나 이훤(김수현 분)의 입장에서야 그조차도 너무나 애닲고 간절한 이별이며 만남이었을 것이다. 연우는 기억을 잃었고 이훤은 연우를 죽은 사람으로 알아 전혀 알아보지 못하니 서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이보다 슬픈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드라마는 너무나도 친절하여 이훤에게조자 지나치게 상세한 단서를 남겨주고 만다. 굳이 연우를 만나러 가는데 연우의 모습이 보일 까닭이 어디에 있는가? 어른 연우와 어른이 된 연우 둘을 모두 보았으니 어지간히 둔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너머에 있는 월의 존재가 연우와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앞으로 이훤과 연우는 수도 없이 만나 서로 부딪히게 될 것이다.

답답할 수 있다. 안타깝고 애절하기보다 그것도 몰라보는가 답답하여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이미 모든 진실을 알아 버린 시청자의 입장에서 시청자가 알고 있는 것들을 여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드라마의 내용에 대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나 드라마나 어느 정도 감추고 순기고 하는 것이 있을 때 흥미도 있고 매력도 있다. 너무 모든 것을 드러내 보이고 나면 더 이상 궁금할 것도 안달할 것도 남지 않는다. 그때는 정면승부다. 이미 드러나 있는 것을 가지고 사람을 감탄시키고 감동시켜야 한다.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미 아는 것을 가르쳐주면서도 감탄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드라마는 서사가 아닌 묘사를 추구하고 있다고. 일찌감치 원작에서는 비밀로 가려져 있던 것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비밀을 추적해가는 서사적인 재미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구체화하여 보여주는 묘사로써 승부를 걸려 한다고. 얼마나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흡입력있게 보여지는가? 이미 모두 아는 내용을 밝혀가는 과정임에도 얼마나 집중력 있게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가? 다만 그러자면 상당한 연출력과 더불어 그 구체적 그림을 직접 그려가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한데 본격적으로 아역을 대신해 드라마를 책임지게 된 성인연기자의 연기력에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불안과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내내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임금 이훤을 연기한 김수현의 경우는 기대 이상으로 사극에 어울리는 훌륭한 발성과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근래 젊은 배우 가운데 보기드물 정도로 김수현은 왕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당장 여주인공인 연우에서부터 이훤의 호위무사인 김재운(송재림 분)이며 연우의 오빠 허염(송재희 분)이며, 허염의 아내이며 이훤의 동생인 민화공주(남보라 분)이며 하나같이 발성과 연기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연우의 경우 공중파 드라마에 어울리는 다소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캐릭터에 변화를 준 것은 매우 적절했지만 전혀 사극에 녹아들지 않는 한가인의 연기와 발성으로 인해 드라마에서 붕 떠 있었다. 아니 이훤과 중전 윤씨(김민서 분)를 제외하고 모두가 어색해 하고 있었으니 별 문제가 아닐지 모르겠다. 어색한 것도 한꺼번에 어색하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

이훤이 김재운과 함께 암행을 나섰을 때 마주한 백성들의 모습마저 오히려 꾸민 듯 작위적이고 어색한데, 거기서 또 공교롭게도 어울리지 않는 분장을 한 아이와 부딪히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자연스럽게 상황과 동선을 만들었다면 좋았을 뻔했다. 기왕에 왕과 부딪혀 정보를 주려는 것 진짜 가난한 백성인 것처럼 꼼꼼히 분장을 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배우들의 대사도 녹아들지 않고 드라마 속의 현실 또한 녹아들지 않는다. 마치 꿈처럼 모든 것이 어색하게 겉돌고 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꿈이고 허구인 것을 강조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나중에 결정적인 순간에 반전처럼 큰 충격속에 드러났어야 했을 강녕전의 부적이 윤대형(김응수 분)과 임시도무녀의 대화를 통해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고, 도무녀 장씨가 다시 성수청으로 돌아가는 계기 또한 왕대비 윤씨(김영애 분)가 개입함으로써 너무나 분명해진다. 예정된 운명이었기에 더 애닲았을 연우의 액받이 무녀 또한 관상감 교수들의 독단에 의한 강요된 상황으로 몰아갈 듯하다. 곤란하기는 하지만 치명적인 비극은 없다. 드라마적인 재미는 잇을 지 모르지만 원작에서의 처절하기까지 한 그 음울한 분위기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연우는 죽음으로부터 돌아오고 이훤은 과거의 망령을 벗어던져야 하건만 이것은 그저 단지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서로 오해한 채 사랑을 키워나가는 흔한 로맨스에 다르지 않게 되어 버렸다. 감추어진 비밀도,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연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사건도 흘러갈 뿐이다. 마음도 흘러간다.

아쉽다. 물론 드라마에는 드라마만의 문법이 있겠지만 원작이 갖는 그만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게 여겨진다. 첫재는 대본의 각색이 문제이고, 그 다음은 연출의 부자연스러움의 문제이고, 역시 매력은 충분하지만 드라마속의 현실과 밀착하지 못하고 있는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문제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실을 무시한 판타지인데 이렇게까지 드라마속 현실에 밀착하지 못하면 허공에 붕 떠버린다. 그조차도 매력적일 수 있는 것은 원작 자체가 상당히 사람의 흥미와 감성을 자극할 수 있게 잘 쓰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원작을 보지 않는 쪽이 드라마에 더 몰입할 수 있을 뻔했다. 아쉬움은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아깝지는 않았다.

아무튼 너무 상세하다. 너무 친절하다. 너무 하나하나 낱낱이 다 보여주려 한다. 궁금해 할 것이 없다. 마음졸이며 추리하고 궁리할 것도 없다. 그냥 있으면 보여진다. 전혀 기다려지지 않는 것이 편리하기는 한데 진심이 와 닿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이는 것, 들리는 것들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소재가 참신하고 이야기가 재미있다. 지켜보아야겠다. 일단은 실망이다. 안타깝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