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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24 08:18

빛과 그림자 "권력과의 관계, 한국사람들이 정치에 민감한 이유..."

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불의하며 불행하던 시절을 떠올리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어째서 한국사람들은 그렇게 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은가? 일상의 대화는 물론 만화나 소설, 영화, 드라마 등에서도 항상 가장 중요하게 의식하며 다루어지는 것이 바로 정치와 관련한 것들이다.

때로는 기업에서, 때로는 학교에서, 혹은 병원일 수도 있다. 시대물이기도 하다. 로맨스이기도 하고, 코미디이기도 하다. 장르와 형태는 각기 다르다. 그 구체적인 내용도 다르다. 하지만 인간과 권력에 대한 관심은 비상할 정도로 대중문화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도대체 왜? 어째서?

하기는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된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말처럼 되지 않는다. 음악인이 음악만 잘 만들면 되는데 전혀 상관없는 다른 이유로 인해 그 재능과 실력을 뽐내 보지도 못하고 철저히 매장당하고 만다.

잘 나가던 사업체도 한순간에 문닫게 만들 수 있다. 별 볼 일 없이 망할 날짜만 꼽던 회사도 한순간에 기회를 만나 살아날 수 있다. 얼마나 더 노력하고 투자하는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누가 더 재능과 실력이 뛰어나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내는가도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보다는 권력과 얼마나 가깝고 먼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누가 더 권력과 친한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연 강기태(안재욱 분)라고 하는 개인이 얼마나 쇼비즈니스에 재능이 있고 가능성이 보이는가? 그리고 그것은 기존의 쇼비즈니스의 실세인 노상태(안길강 분)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가? 그러나 그 이전에 강기태의 뒤에는 누가 있고 노상태의 뒤에는 누가 있는가? 강기태를 위협하는 것도 노상태의 흥행사로서의 실력이 아닌 장철환(전광렬 분)이라는 권력이고, 그런 강기태를 보호해주는 송미진(이휘향 분) 역시 중앙정보부 부장인 김재욱(김병기 분)을 배후로 두고 있다. 심지어 그러한 정치적 관계로 인해 이휘향이 장철환의 타겟이 되고 강기태마저 그 영향을 받는다. 그나마 송미진이라도 아니었다면 강기태는 어떻게 되었을까?

강기태의 집안을 망하게 한 것도 장철환이라고 하는 권력이었고, 강기태의 아버지 강만식을 고문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것도 중앙정보부라고 하는 권력기관이었다. 신정구(성지루 분) 역시 노상태로 인해 방첩대에 끌려가 흥행사로서의 모든 의욕과 의지를 꺾어야 했다. 그에 반해 장철환을 배후에 둔 노상태의 행보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권력이라는 하나로 인해 이렇게 수많은 인생이 뒤바뀐다. 그런데도 정치에 무관심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한국 드라마에서도 개인의 실력이나 개성보다는 주위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성취해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발견해주고 끌어주는 것이다.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필연 다른 사람들에 선택과 판단을 강제할 수 있는 어떠한 권위이거나 권력일 것이다. 강기태를 도우려는 송미진의 존재처럼. 송미진의 배후에는 유신의 실세 중정의 김부장이 있다.

다만 그럼에도 기대를 하게 된다. 송미진까지는 그래도 동종업계의 관계자다. 그러나 중정의 김부장은 다르다. 그는 권력의 실세다. 송미진의 도움은 받지만 김부장과의 관꼐에는 거리를 두려 한다. 권력의 힘을 빌지 않고 성공을 거두려 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권력은 바로 직전까지 멀쩡하게 운영되던 업소까지 하루아침에 문닫게 할 수 있다. 무고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빨갱이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판타지가 되거나, 아니면 더 치밀한 이야기가 되거나.

어쨌거나 그래서 입맛이 쓴 것이다. 어째서 쇼비즈니스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장이 나오고 중정의 부장이 나오는가? 정권의 실세가 나오고 그들의 권력다툼이 나오고 있는가? 어째서 강재욱이며 빛나라쇼단이며 그런 권력의 내부사정에 영향을 받고 휘둘릴 수밖에 없는가? 그러니 눈치를 보게 된다. 신경쓰게 된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당연한 본능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에 무관심해진 요즘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권력을 누가 쥐든 내 삶과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권력을 쥐든 그것과 나와는 전혀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항상 권력의 눈치를 보아야 하던 때에 비하면 한참 진일보한 것이다. 최소한 가수가 되어 활동하면서 정치권력으로 인해 자신이 뜻한 바와 다른 선택과 판단을 강제당할 일도 없다. 그로 인해 보복당할 일도 없다.

고작해야 서로 호감을 가지고 사귀려는데 권력으로부터 여자를 지키네 마네, 혹시나 권력의 눈밖에 날까봐 남자를 위해 여자는 좋아하는 감정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그런 상식을 벗어난 사회가 불과 수십년 전 이 땅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를 살아왔었다. 그럼에도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모순이며 역설일 것이다.

아무튼 필자 역시 한국의 평범한 대중이라 강기태와 김재욱 부장의 밀착을 바라는 마음이 없지는 않다. 김재욱이라면 김형국과 김재규를 합쳐놓은 이름일 것이다. 김형욱처럼 몰락할 것이고, 자칫 김재규처럼 정권을 끝장낼 수 있다. 어찌되었든 김재욱의 부침에 따라 강기태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당시 유신정권의 실상을 보게 된다.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된다면 드라마의 중심소재인 쇼비즈니스는 주변으로 전락하고 만다.

선택의 기로다. 장철환과 김재욱의 대립은 흥미롭지만 결국 승부는 쇼비즈니스로 봐야 한다. 권력의 방해가 있어도 결국 강기태와 노상태의 승부여야 한다. 강기태와 조명국의 승부여야 한다. 더 다체로운 디테일한 이야기를 기대한다. 괜히 장철환의 지시를 받고 유채영(손담비 분)을 노상태가 빛나라쇼단에 위장잠입시킨 것처럼 말이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위험요인일 수 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아주 무관하지도 않으면서 적극 활용한다.

김병기의 연기는 확실히 연륜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느물거리면서도 확실하게 상대에 대한 적의와 경계심을 드러내는 노회한 정치꾼의 모습은 어지간한 연륜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전광렬의 광기어린 장철환도 섬뜩했지만 웃음 속에 벼린 칼날을 감추고 있는 김재욱의 모습은 그보다 더 소름끼쳤다. 아마 김재욱이라면 웃으면서 사람을 고문하고 인정을 베풀면서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장철환보다도 더 무섭다. 김재욱과 장철환의 권력다툼은 역시 흥미롭지만, 그러나 드라마를 위해 자제해야 함이 너무 안타깝다.

애국주먹이라. 정치깡패를 말하는 것이다. 권력이란 곧 폭력이다. 그것이 정당한 폭력이냐 불의한 폭력이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 폭력이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부정하고 불의한 권력은 역시나 불의하고 부정한 폭력을 동원한다. 정권이라고 하는 공식적인 폭력과 조직폭력배라고 하는 공인되지 않은 폭력의 야합. 그것을 야만이라 부른다. 폭력이 지배하던 시대. 폭력이 정당화되던 시대. 말하지만 그것이 불과 수십년 전이었다.

마침내 강기태가 궁정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정혜(남상미 분)가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도. 차수혁(이필모 분)에게 그것을 따져묻는다. 오해가 시작된다. 갈등이 시작된다. 적이 더 분명해진다. 위기가 찾아온다. 흥미롭다. 불행한 시대 불운한 자화상. 낭만의 그림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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