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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20 09:39

난폭한 로맨스 "유명인의 비애, 저리 많은 것을 누리는데 고작 이 쯤이야..."

의외로 진지한 코미디, 그러나 아주 약간이 부족해서 미치지 못한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유명인의 숙명이다. 모든 이들은 유명인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유명인이다. 하지만 관심 만큼 유명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당연히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되어 버린다. 더 깊이 자세히 알려 않고 단지 보여지는 것만으로 전부라 여기고 판단해 버린다. 이미지라고 하는 것이다.

과연 박무열(이동욱 분)이라고 하는 한 인간에 대해 제대로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 사람 있다. 바로 협박범이다. 이번 박무열의 폭행사건도 협박범이 배후에서 조종한 혐의가 있다. 박무열의 약점을 찌른다. 박무열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절대 사람들 앞에 밝힐 수 없는 이유를 공격한다. 박무열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사람들은 진실을 보지 않는다.

어째서 폭행이 일어났는가? 어째서 박무열은 대중의 스타로서 끝내 자제하지 못하고 일반인을 폭행하고 말았는가? 그러나 때린 당사자가 유명인인 박무열이고 맞은 것이 일반인이라면 이미 상황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대중을 위한 쇼라도 벌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모든 사실과 진실을 대신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스타에 대한 동경은 질시와 증오로 바뀌게 될 것이다. 도대체 초등학교 시절 정신과치료를 받은 것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증오는 모든 것을 정당화시킨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폭행의 피해자인 서윤이의 동기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회차에서 박무열을 유혹하려 했던 꽃뱀 유미진이 그랬다. 꿈을 꾸는 것마저 잊고 단지 꿈으로 인해 빛나고 있는 박무열을 질투하고 증오했다. 그를 곤란에 빠뜨리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기 진정으로 원망하고 있던 것은, 그러나 그럼에도 결코 원망할 수 없는 자신의 꿈이었다. 꿈으로부터 배반당한 이들. 그렇다면 이번에 서윤이의 동기는 무엇일까? 고재효(이희준 분)를 본다.

다행스럽게도 야구전문기자인 고재효에게는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동경이 없다. 취재대상인 프로야구선수 진동수에 대해 동류로써 선배로 여긴다. 그런 만큼 더욱 그가 느끼는 감정은 직접적이다. 자신은 야구로부터 배반당했는데 박무열은 모든 것을 누리고 있다. 자신은 야구로부터 배반당한 채 아이들에게 공을 던져주는 간단한 일조차 하지 못하는데 그는 최고의 정점에서 그가 갖지 못한 모든 것들을 누리고 있다. 질투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보다 화가 난다. 자신을 배신한 야구에 대한 분노가 박무열에게로 미친다.

"나도 야구밖에 없었어요. 엄마고 가족이고 다 버릴 수 있었어요, 나도. 야구만 할 수 있었으면. 까짓것 다 버리면 되지, 야구만 할 수 있었으면. 그런데 나는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었어요."

차라리 진동수는 고재효에게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떤 이에게는 비극이 연민의 대상이 되지만, 어떤 이에게는 비극이란 오히려 더 큰 분노로 다가온다. 비슷한 비극을 가지고 있을 경우. 스스로 자신을 연민하고 있는데 타인에 대한 연민을 요구한다면 더욱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치 자신은 그럼에도 버려진 것 같고 상대는 그럼에도 선택받은 것 같다. 세상이란 참 불공평하다. 고재효의 행동에 불을 지르고 만다. 반드시 자신과 같이 만들어주겠다.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로 인해 뜻하지 않게 야구를 그만두어야 했던 자신처럼.

하기는 그렇다고 크게 악의가 있어 그러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 서윤이에게도 묻는다. 얼마나 받고 싶냐고? 상이라 말한다. 연봉도 많이 받는데. CF도 찍고 FA로도 이번에 대박을 터뜨렸다. 서윤이가 받아낼 합의금따위 박무열에게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어차피 모든 것을 가졌고 누려왔는데 지금의 작은 곤란 쯤이야 박무열에게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부자의 곳간을 헐어 당장의 주린 배를 채운다. 그의 좌절과 분노가 주린 배이고, 박무열이 누리는 영광이 부자의 곳간이다. 악의가 있어 그러는가? 그 쯤 해도 괜찮다 여기니 그런다.

대중이 유명인에 대해 유독 가혹한 심리다. 항상 유명인과 관련한 이슈에서 따라오는 이유들이다. 그만한 댓가를 누리는 이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인기를 누리고, 더 대단한 대접을 받는다. 그런데 이쯤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유명인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이 누리는 만큼 그런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하나의 게임이다. 대중은 유명인을 상대로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배설하고 유명인들은 그를 통해 자신의 유명세를 확인한다. 이번 경우처럼. 괜히 유명인이라고 집적거려 폭력사태로 몰고가는 수많은 평범한 일반의 대중들처럼.

그래서 고독하다. 그래서 외롭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오히려 유명인이 됨으로써 실제의 자신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가깝다 여겼던 진동수도, 김태한(강동호 분)도 그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 아니 그에 대한 믿음이 없다. 철저히 사무적인 김태한의 태도는 그러한 박무열의 고립감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그러한 불신은 박무열로 하여금 더욱 자기 안으로 파고들게 만든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의지하려 하지 않는다.

상당히 의미심장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박무열의 욕을 했다. 박무열 안티카페의 열혈회원이다. 하루의 시작을 박무열에 대한 비난으로 대신했다. 여전히 박무열의 불은을 기뻐하며 박무열을 비난하고 잇는 가족들과 유은재는 원래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박무열의 경호를 맡으며 인간 박무열을 더욱 가까이 이해하게 된 유은재에게 박무열이란 더 이상 당순히 심심풀이로 비난할만한 대상이 아니게 된다. 허구의 박무열이 실체로서 유은재에게 다가온다. 당장 박무열을 비난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그런 경우가 상당하지 않을까? 인간 박무열이 아닌 미디어를 통해 보게 되는 파편화된 이미지에 대한 증오이고 비난일 뿐이라는 것을.

고재효에게 있어서도 그가 진정 원망하는 대상은 박무열이 아니었다. 박무열을 통해 보는 자신이었다. 자신의 것이어야 했을 잃어버린 꿈이었다. 미래였다. 그것이 박무열에게 투사되었다. 못돼 쳐먹은 박무열에게 그 모든 분노와 좌절이 원망이 되어 투사되었다. 꿈으로부터 배반당한 억울함이 쏟아낼 대상을 찾은 것이다. 고재효 자신의 나약함이다. 차라리 그는 유미진보다도 약했다. 유미진은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지만 고재효는 자신의 허상만을 쫓을 뿐이다.

확실히 이쪽이 원래의 의도인 것 같다. 다만 엇박이다. 대부분 이런 경우 에피소드나 주단위로 이야기를 끊는데 그 끊는 시점이 절묘하게 다음주를 기약하게 만든다.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주일을 추측만 하며 보내야 한다. 서윤이가 박무열의 폭행을 부른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가 그러한 일들을 벌인 이유는 또한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부모가 돌아가고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좁고 초라한 집이 그 단서가 되어줄 것이다. 대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역시 추측이다. 모든 진실은 다음주나 되어야 볼 수 있다.

의외로 심각하다. 진지하다. 하기는 야구에 대해서도 전혀 허술하지 않다. 최근 프로야구를 잘 보지 않아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 실제 현역인 선수들까지 출연하며 리얼리티를 높여주는데, 매우 상세하고 디테일하다. 야구에 진지한 것을 알겠다. 사람들에 대해 진실한 것을 알겠다. 코미디 속에 진한 인간의 페이소스를 감춘다. 정통코미디다. 그리고 제대로 된 스릴러다.

물론 아주 약간이 모자르다. 아, 재미있다 싶은 그런 짜릿함이 부족하다. 격정의 문제다. 감정이 고조되고 해소되는 그 순간의 감동이 아주 약간 못미친다. 그 차이가 시청률로 드러난다. 나쁘지는 않지만 좋지도 않다.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직 같을 뿐이다. 그 차이는 크다. 아주 크다.

연출에서의 세련됨이 필요하다. 더욱 시청자에 다가갈 수 있는 조금은 친절한 이야기와 연출이 필욯라 것이다. 코미디로서 마냥 우스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지함이 한참을 고민케 할 정도도 아니다. 둘 다 아우르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아직은 아쉽다. 그래도 재미있다.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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