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1.29 08:06

리멤버 아들의 전쟁 14회 "선택의 순간들, 박동호 남일호에 선전포고하다"

석주일과 안수범의 선택, 남여경 남규만을 놓아보내다

▲ 리멤버 아들의 전쟁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리멤버 아들의 전쟁. 누구에게나 선택의 순간이 온다.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나갈 것인가? 멈춰있을 것인가? 아니면 아예 물러날 것인가? 그것이 곧 자신의 신념이고, 가치관이고, 추구이며, 삶이고, 존재다. 그동안 선택해 온 결과가 지금의 자신이며, 앞으로 선택하게 된 끝에 내일의 자신이 있다. 과연 자신은 누구이고 누구이고자 하는가. 시련이고 시험이다.

감옥에서 당장 나오고 싶다면 자식같고 친동생같던 박동호(박성웅 분)를 자기 손으로 제거해야만 한다. 검사로서 마약사범을 체포하기 위해 출동한 현장에서 그만 자신의 이복형제와 마주치고 말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직접 전화까지 걸어 불러내서는 자신을 도와달라며 정중히 손을 내밀고 있었다. 만일 자신이 그 손을 잡는다면 앞으로 인생이 바뀔 정도의 대가가 주어질 것이다. 검사로서의 양심과 현실의 이익, 과연 자신은 어느쪽을 선택할 것인가.

서진우(유승호 분)가 남일호(한진희 분)와 남규만(남궁민 분)을 상대로 승산없는 싸움을 시작한 것은 다름아닌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억울함을 밝혀야 했고, 아버지를 춥고 외로운 감옥에서 구해내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했었다. 아버지가 끝내 감옥에서 비참하게 돌아간 뒤에는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자들을 찾아 그 고통과 한을 그대로 돌려주어야 했었다. 진실을 밝히고 진범과 그 공모자들이 법에 의해 처벌받도록 만든다. 심지어 시간마저 부족했다. 인내하며 있지도 않은 세상의 정의가 저들을 심판하기를 기다리기에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선택할 것도 없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당위였다.

박동호(박성웅 분)의 선택 역시 분명하다. 단지 방법이 문제였을 뿐이었다. 상대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일호그룹이었다. 이미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사회 여러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 일호그룹 총수부자가 서진우가 상대해야 할 적이었다. 최악의 경우 서진우만이라도 지켜야 한다.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서진우만큼은 살려야 한다. 하지만 서진우가 포기하지 않고 있기에 자신 역시 포기할 수 없다. 

어쩌면 17년 전 아버지가 일으킨 사고의 배후에 남일호가 있었다는 사실마저 박동호에게는 단지 핑계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그 사고로 인해 서진우는 그때 이미 어머니와 형까지 잃고 있었다. 차라리 아버지의 일이기만 했다면 그동안 아버지와도 같았던 석주일(이원종 분)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조금 더 신중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아버지의 몫까지 서진우 앞에 무릎꿇고 용서를 구해야만 했었다. 서진우가 겪어야 했던 모든 비극의 배후이고 원흉인 남일호와 남규만 부자를 무릎꿇리고 용서를 구걸하도록 만들어야만 했었다.

목숨까지 걸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남일호를 상대로 정면으로 싸움을 걸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였다. 누구보다 박동호 자신이 그것을 더 잘 알고 있었다. 일호그룹에 소속되어 남일호 부자를 위해 일해온 시간이 무려 4년이었다. 자신이 남일호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결국 남일호에 의해 죽고 말 것이다. 결의였고 각오였다. 도발이었다. 선전포고를 하는 순간 그동안 갈등과 방황이 길었던 만큼 누구보다 비장하고 단호했다. 싸움은 시작됐다.

과연 이인아(박민영 분)는 좋은 사람이었다. 차라리 서진우에게 느끼는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그녀의 장점을 희석시킨다. 겨우 버스에서 악연으로 만난 것이 전부인 사이였었다. 혈연도 아니었고, 별다른 친분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서진우를 믿었고, 서진우의 아버지 서재혁의 무고함을 믿었을 뿐이었다. 아직 다른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선의로써만 서진우와 아버지 서재혁을 믿고 그들을 돕겠다고 나섰던 것 뿐이었다. 처음부터 이인아에게도 선택이란 없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따라야 할 당위와 지켜야할 정의만 있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사이라 해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규만의 말 그대로였다. 서진우와의 데이트에 설레고, 서진우의 병에 대해 알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 서진우를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따뜻하지만 강인하다. 다정하지만 올곧고 용기있다. 처음 서진우와 법정에서 만나게 된 것도 단지 성추행 피해자의 증언만을 선의로써 믿고 그녀를 위해 싸우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세상을 더 낫게 더 살기좋게 바꾸는 것은 이처럼 아무 이유도 조건도 없이 다른 사람을 위해 무모하게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고단한 싸움에 지친 서진우가 외로운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연보미(이정은 분)와는 또 다른 의미다.

선택을 하고 나서도 씁쓸한 여운이 남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남일호의 제안은 검사로서 올곧은 신념과 양심을 지켜온 부부장검사 탁영진(송영규 분)에게조차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었다. 당장 한때 자신의 상관이었던 전부장검사 홍무석(엄효섭 분)이 일호그룹의 총수 남일호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자신을 향해 말을 돕고 있었다. 내사의 대상이 되어 쫓겨나듯 검찰을 그만두어야 했지만 결국 그동안 일호그룹을 위해 그야말로 개처럼 일했던 대가를 누리고 있었다. 만일 지금 여기서 남일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자신 역시 홍무석처럼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용기다. 의지란 존엄이다. 정의롭다는 것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남여경(정혜성 분)은 결국 마약파티 현장에서 마주친 남규만을 그냥 놓아보내고 만다. 정확히 놓아보냈다기보다는 남규만이 자신의 곁을 지나쳐 빠져나가는 동안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쪽이 옳을 것이다. 검사로서 자신에게 지워진 공적인 책임과 의무, 개인의 신념과 양심이 혈연에 대한 인정과 충돌하고 만다. 검사로서 자신은 분명 마약현행범인 남규만을 체포해서 법정에 세워야만 옳았다. 그러나 동생으로서의 자신은 오빠 남규만이 경찰에 체포되어 처벌받는 것을 어떻게듣 막아야 했었다. 남규만도 친구인 판사 강석규(김진우 분)에게 묻고 있었다. 과연 친구가 살인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사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서진규의 대답은 단호하다.

친구와 고용인의 경계에 있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동창이고 친구였다. 공적으로 사장이고 비서실장이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혼동된다. 공적인 관계가 개인적 관계와 서로 혼동되고 만다. 공적인 상하관계가 개인의 인정과 의리와 서로 뒤섞이고 만다. 한 마디로 노예다. 자신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때리고 모욕주더라도 무조건 복종하고 따라야 한다. 안수범(이시언 분)이 자신의 앞에서 인간임을 드러내자 오히려 남규만은 그를 술자리로 불러 수표를 건넨다. 안수범과 자신의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안수범이 복종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돈이다. 친구지만 친구가 아닌 이유다. 안수범은 자신의 돈에 복종하고, 자신은 그 돈을 갖는다. 모멸적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기것이 안수범의 선택일 것인가. 인간으로서 그동안 남규만으로부터 받아온 모멸과 굴욕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인내해왔던 것들을 되갚아줄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남규만에게 불려가 그가 마련한 술자리에서 달래듯 건넨 수표들을 무심히 받아들고 있었다.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인가, 아니면 단지 남규만이 건넨 수표들에 대한 미련과 욕심인가. 서진우를 괴롭히기 위해 이인아를 수단으로 삼으려는 남규만과 홍무석의 계획을 들었다. 어차피 정리해야 할 부실계열사를 이용하여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주가조작을 계획하는 것도 바로 옆에서 듣고 있었다. 마약파티 현장에서 들이닥친 경찰들에 의해 남규만이 현행범으로 체포될 위기에 몰리자 안수범은 옷까지 바꿔입고 그의 차를 몰아 모두를 따돌리고 있었다. 단지 고용인으로서 고용주의 지시를 따른 것 뿐인가.

박동호의 오른팔 편상호(김지훈 분)가 안수범의 토로를 듣고 박동호를 찾아가 보라 조언하는 장면이 흥미를 잡아끈다. 그리고 바로 안수범은 자신이 감추어 둔 4년 전 서촌여대생살인사건의 진짜 살해도구를 찾아 살펴보고 있었다. 분명 흔들리고 있었다. 남규만의 돈을 받는 표정도 편치만은 않았다. 친구라 여기던 배철주마저 단지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모두의 앞에서 멸시를 드러내며 폭력을 휘두른다. 고립되고 있다. 떠나가고 있다. 단지 그들이 가진 부와 권력이 그것을 가려주고 있을 뿐이다. 남여경도 아직 판단을 끝내지 않았다. 석주일도 아직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과연 17년 전 일어난 사고로 남일호를 검찰이 기소할 수 있을 것인가. 아직은 남규만이 모두를 뒤로 하고 유유히 빠져나간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만의 이유와 목적과 동기가 있다. 존엄과 존재를 가진다. 그것을 무시한다. 인간을 단지 수단으로서만 대한다. 실제 그렇게 수단으로써 살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다. 오로지 스스로를 위해 생각하고 판단한다. 행동에 옮긴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스스로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목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싸우는 이유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