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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16 08:17

남자의 자격 "진부한 동어반복의 스테레오, 말초만 살짝 걸치고 지나갔다!"

여러차례 반복되어 온 주제, 단순한 답습이고 아류다. 아쉽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솔직히 지겨웠다. 너무 뻔했다. 스테레오였다. 그 동안 너무 많았다. 세대간의 공감이란 <남자의 자격>에서도 여러차례 다른 제목으로 시도되었던 미션이었다. 그 내용마저 안이하게 단지 다른 나이대의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구태의연한 것이었다. 퀴즈대회도 이미 다른 미션에서 했었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한두번은 재미있다. 재미란 충격량에 비례한다. 놀라게 하고 당황하게 한다. 신기하게 여기게 만들고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한다. 하지만 그것도 반복되면 지겨워진다. 한 번 놀란 대상에 사람은 그다지 다시 그렇게 놀라게 되지 않는다. 이미 모든 것이 드러나 있는데 호기심이나 흥미를 가지게 될 일도 없다. 호기심도 흥미도 없는데 긴장과 관심이 생기지도 않는다.

물론 방법은 있다. 한두번 놀래키던 것에서 서너번을 넘어가면 진부해지고 식상해진다. 그러나 그 이상 반복되면 그때는 그것은 전통이 된다. 양식이 되고 스타일이 된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반화라고 한다. 일반적이 되는 것이다. 더 이상 놀라거나 흥분하게 되는 일은 없지만 당연하게 그것을 기다리고 기대하게 된다. 원래 그런 것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반복의 미학이다. 그것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다.

차라리 장기미션으로 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이번주느 10세 미만, 다음주는 20세 미만, 혹은 10대를 초등학생과 중학생과 고등학생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20대의 삶과 30대의 고민과 40대의 가치관과 50대의 연륜과 60대의 경험, 그리고 그러한 세대간의 차이에 대해 반응하는 30대와 40대와 50대가 있다. 스타플레이어출신이며 개그맨이며 전설로 불리우는 음악인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더 쉽게 소통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험을 하더라도 대조군이 필요하다. 메시지를 던지더라도 그와 비교할 수 있는 다른 대상이 있으면 좋다. 누군가는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만 다른 누군가는 다르다. 다른 누군가 문제없이 소통하는데 그 반대편에서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벽을 쌓는 경우도 있다. 그것을 비교하며 보여줄 수 있었다면 더 훌륭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용준형과 윤두준에게 자신들의 세대에 대해 이야기하듯 선배인 누군가로부터 그러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전효성과 송지은이 양준혁과 김국진에게 자신들의 세대의 이야기를 전하듯 선배들에게 또한 마찬가지로 자기 세대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 세대차이란 비단 위에서 아래로만 나는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위로도 난다.

워낙에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다 보니 저것이 잘된 소통인가 아닌가도 알 수 없다. 그러고 보면 2009년 <남자의 자격>이 아직 저조할 때 '남자, 그리고 젊은 그대'의 미션에서 그러한 차이를 분명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현역아이돌과 가까울 수밖에 없는 윤형빈과 그러나 전혀 그런 것들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이경규와 김태원의 차이는 <남자의 자격> 안에서도 세대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자체로도 재미였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2PM의 춤을 따라배우는 과정에서도 서로간의 다른 점들이 웃음의 소재가 되고 있었다. 그 답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남자, 다른 세대와 하루를 보내라' 미션은 그런 주제는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단편적인 소재와 그를 가지고 웃기고자 하는 뻔한 제작진의 의도만을 내보이고 있었다. 단지 서로의 다른 점을 보여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로 인해 당황해하고 어색해하는 장면들을 내보내고, 마지막에는 하는 일 없이 소통한 결과를 보여준다. 미완이더라도 이전의 미션들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는데 이번에는 단지 흥미로울 것 같은 소재들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반복하는 진부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과연 이번 방송분에서 세대간의 소통을 위한 어떠한 단서가 보이기는 했는가?

차라리 말한 것처럼 서로 다른 세대들에 대해 멤버들이 함께 한꺼번에 부딪힘으로써 서로의 나이나 가치관 방식으로 말미암은 차이를 드러내는 쪽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잘 어울리고 누군가는 어색해한다. 누군가는 마치 같은 세대인 양 통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한 멤버들이 있다. 이유는 무엇이고 대안은 무엇인가? 멤버들 자신들이 역동적일 때 장면도 쉽게 나온다. 아쉬운 이유다. 굳이 그런 주제여야 할 이유가 있는가? 그러나 그렇게 나와 버렸다.

확실히 PD가 바뀌고 나니 이제까지와는 그 표현방식이나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고 달라졌다. 아쉬워해야 할까? 공허하고 맥락없다.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단지 모여서 한바탕 퀴즈게임으로 요란한 예능을 보인 것이 고작이다. 그런 것은 굳이 <남자의 자격>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앞으로의 <남자의 자격>이라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것이 또한 아쉽다. 소중한 보물을 하나 잃은 것 같다.

아무튼 이경규가 고수는 고수일 것이다. 새삼 이경규가 전현무에 대해 그의 단점을 지적하며 했던 말을 떠올리고 말았다.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스케이트를 처음 타며 넘어질 때, 그리고 바이킹을 타면서 무서워할 때, 어쩐지 연기가 서툰 콩트의 느낌이었을까? 여기서는 넘어질 필요가 있다고 여겨 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쯤에서 무서워서 기절하는 쪽이 분량이 나오지 않을까 계산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호의적인 시청자의 눈에까지 그렇게 보인다는 것은 전현무 자신의 문제도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욕심을 부린다. 예능에 대한 욕심이 지나치다 보니 가끔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그러한 전현무의 이미지의 연장에서 어쩌면 가능할 법도 한 상황까지 우습게 의심되고 만다. 사람이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지면 자세가 한두가지가 아닐 텐데 매번 엉덩이로만 넘어지고, 기절해서 동행한 오재무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장면도 작위적이다. 오해에도 이유는 있다.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많이 실망했다. 아니 실망조차 없었다고 보는 쪽이 옳을 것이다. 혹시나 다시 세대간의 소통이라는 동어반복이 이어지지 않을까. 설마 그럴까 싶었는데 결론은 아니나다를까였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그 어떤 것도 공감하지 못했다. 필자가 겉돌고 있었다. 그들만이 웃고 있었다. 철저히 겉돌며 그 웃음만을 지켜보는 자신이 있었다. 더 이상 <남자의 자격>은 내 이야기가 아니었다.

세대간의 소통이란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전하거나 들으려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직접 자신이 되어야 한다. 직접 자신이 되어 겪어야 한다. 그러한 체험 위에 서로의 다른 부분, 소통을 저해하는 이유들이 드러난다. 문제가 보이지 않는데 답이 보일 턱이 없다. 피상적이다. 웃음도 부족한 <남자의 자격>이 공감마저 아쉬워져간다.

아마 언론의 비판을 귀담아 듣고 있을 것이다. <남자의 자격>에 대한 여러 비판들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전임 PD는 오만하다 싶을 정도로 자의식이 강했다. 목적의식도 강했다. PD는 바뀌고 프로그램도 바뀌려 하고 있다. 실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쉽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깝다. 남 말 들어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남의 것을 탐낼 때 아류의 딱지가 붙는다. 끝이다.

서로 다른 연령, 다른 배경을 지닌 이들로 일곱 멤버를 구성한 이유를 생각할 일이다. 너무 뻔하다는 것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너무 남의 의견을 의식하는 것도 중심이 없다. 조금 더 PD 자신이 프로그램에 이입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다시 보고 싶지 않다.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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