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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13 09:46

난폭한 로맨스 "전혀 난폭하지 않은 코미디, 재미의 앞에서 한 발 물러서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칭찬한 것이 무색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진동수(오만석 분)가 박무열(이동욱 분)과 아내 오수영(황선희 분)과의 사이를 오해해서 극단의 선택을 하려 한 것이었으면 오히려 더 재미있었을 텐데. 하다못해 유은재(이시영 분)가 오해한 것을 박무열이 혼자만 알려 했으면 어땠을까?

뭐랄까 그냥 코미디를 본 느낌이다. 콩트 한 편을 보고 난 듯 그냥 우습기만 하다. 다만 그 길이가 콩트 길이였다면. 영화치고도 벌써 4회면 너무 길다. 첫회 누가 보더라도 딱 오해하기 좋은 모습으로 등장해서 온갖 밑밥을 뿌려놓고는 그것이 전부 오해였고 드라마의 내용과도 전혀 상관없다 말한다. 마치 필자가 유은재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결국 누구도 드라마에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역시나 <스파이 명월>이 범한 실수였다. 기왕에 오해를 할 것이면 박무열도 진동수도 오수영도 당사자들도 그 오해 속에 깊이 들어갔어야 했다. 유은재가 오해한 것처럼 진동수도 오해하고, 그로 인해 박무열도 오수영도 당황하고 곤란에 빠지고, 그러나 결국 오해인 것이 밝혀짐으로써 갈등은 극적으로 해소된다. 그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안타까움과 연민, 그리고 당혹감,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오해라는 데서 오는 희열, 그런 가운데서 오해의 소동 속에 있던 인물들은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진동수와 오수영은 몰라도 주인공인 박무열은 지금의 평면적인 캐릭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드라마에 깊이 빠져들어 자신의 다른 이면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박무열은 박무열일 뿐이었다. 오로지 유은재 혼자서만 심각해지려 하고 있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유은재의 오해도 마주 호응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극대화될 수 있다. 유은재가 오해하는 만큼 더욱 강하게 그에 반응하는 누군가가 있어주어야 하는데, 그러나 박무열은 단지 오해가 불쾌할 뿐이고, 유은재는 단지 터무니 없는 오해가 미안할 뿐이다. 진동수와 오수영은 소외된다. 그들은 왜 출연한 것이었을까? 더구나 이제까지의 협박에 대해 진범은 다른 곳에 있다 하고. 그나마 얻은 것이라고는 유은재가 세들어사는 집의 주인이며 유은재의 친구인 김동아(임주은 분)의 캐릭터일까? 주인공의 조력자에 어울리는 기괴함과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의 재주를 가졌다. 이번 4회는 그녀를 보여주기 위한 회차였을 것이다.

아무튼 아쉽다. 코미디란 것도 결국 격정일 것이다. 감정의 극한에서 울음도 터져나오고 웃음도 터져나온다. 허탈한 웃음은 웃음이 아니다. 그건 허무이고 좌절이다. 아무런 자극도 없는 무색무취한 웃음은 웃음이랄 수도 없다.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장면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 그래서 너무 안타깝다. 막장이라는 굴레를 두려워 한 것일까? 혹시나 불륜과 그를 의심한 치정살인의 이야기에 대한 비판을 꺼려한 때문이었을까? 재미만 있다면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역설이 없이는 코미디라 할 수 없다.

다시 박무열도 원래의 박무열로 돌아왔다. 유은재는 여전히 원래의 유은재다. 평면이다. 종이 위에 그려놓은 듯한, 아니 이력서 사진으로 쓰면 적당할 듯한 증명사진을 보는 것 같다. 어차피 증명사진을 찍을 때는 자세도 표정도 대부분 정해져 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드라마에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만을 보게 된다. 누구도 증명사진을 보면서 감탄하거나 감동하지 않는다.

아마 역시나 <스파이 명월>과 비슷한 길을 가게 되기 쉽지 않을가 싶다. 항상 겉도는 에피소드와 더 이상 드라마에 깊이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상황과 연출과 연기, 배우들 자신부터가 드라마에 녹아들지 않는다. 철저히 타자에 의한 타자의 드라마. 타자로서 지켜볼 뿐이다. 그런 것도 물론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난폭한 로맨스>는 그렇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제목 만큼이나 난폭하게 시청자를, 그 이전에 드라마와 출연진들을 휘두를 필요가 있다. 코미디란 더 난폭해져야 한다.

무언가 화끈한 사건이 터져주어야 할 것 같다. 더욱 깊숙이 드라마에 빠져들어 모두가 휘둘릴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시청자까지 함께 휘둘르며 마침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피식피식 웃는 헛웃음이 아니라 진짜 폭소다. 격정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기대가 컸었다. 많이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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