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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12 10:54

부탁해요 캡틴 "판단불가, 재미를 말하기 전에 감정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

지나친 감정과잉이 시청자의 이입마저 튕겨낸다. 판단이 불가능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짜꾸 지치게 만든다는 데에 있다. 한 마디로 피곤하고 짜증난다.

분명 프로페셔널한 전문가들의 세계다. 파일럿이며 스튜어디스며 관제사며 모두가 프로들이다. 바로 그들의 프로페셔널함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맡기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정상적인 상황보다 비정상적인 상황이 더 많다. 나는 프로가 아니라 인간이다.

승객의 입장에서 보게 된다. 모든 게 정상적이다가 가끔 비정상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상황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다가 아주 가끔 비정상적인 상황이 펼쳐져 드라마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하나같이 비정상인데 가끔 정상인 사람이 있어 드라마가 된다. 기장 김윤성(지진희 분)이나 케빈매니저 최지원(유선 분)이 그들이다. 관제사 강동수(이천희 분) 역시 관제사로서 프로페셔널함을 보이지만 그래서 어딘가 정상에서 벗어나 있다. 항상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프로여야 할 당사자들은 자기 사정에 여념이 없다. 주인공 한다진(구혜선 분)은 그 대표다.

아무리 어머니의 죽음과 관계되어 있다고 수많은 승객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조종사가 감정에 휘둘려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할 뿐이라 자기 임무에조차 소홀하고 있다. 그것을 드라마는 아주 긴 회상장면을 통해 친절히 설명해준다. 어째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아마 동정하라 그런 것일지 모르겠지만 승객의 입장이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원망하던 최지원 그 이하의 행위를 한 것이다. 그러고서도 당당하다.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그것이 정상이다.

바로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감정을 자제할 줄 모른다. 주인공 한다진만이 아니다. 드라마 자신이 그렇다. 지나치게 감정과잉이다. 김윤성의 과거로부터 최지원의 과거 한다진의 과거까지. 스튜어디스며 조종사며 하나같이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기에 바쁘다. 한 번에 하나씩 프로로서의 완벽을 추구하다가 감정을 드러낸다면 그것은 감동일 수 있다. 하지만 내내 감정을 내보이려 한다면 보는 입장에서 지쳐버리게 된다. 아무리 가슴아픈 사연이 있어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아버지의 하소연조차 듣기 싫어지는 것이 사람이다. 하물며 드라마에서라면.

오히려 지금에 와서는 과연 이 드라마가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프로페셔널로서의 전문성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이면의 감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드라마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호소하고 하소연하고 이해해달라 동정을 구한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다진처럼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고서도 오히려 당당하게 되묻는다. 누군가 때문이 아니냐고. 짜증이 치민다.

개인으로서 아픈 사연을 이해한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음을 또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한두번이다. 한두번은 듣고 동정해준다. 동정하고 위로도 해준다. 매번 그대로다. 그리고 사고까지 친다. 사고를 치고서도 오히려 그 사정을 들어 당당하게 되묻는다. 그를 동정해줄까? 그런데도 전혀 자기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부음조차 조종석에서 들어야 했었다는 말을 바로 듣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태연히 잘못을 반복하고 있었다. 용서가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이 드라마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아들 걱정에 비행도 제대로 못하는 장대영 기장이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자기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한다진이나. 그리고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최지원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데 그녀마저 드라마에 우울함을 더하고 있다.

주인공으로서 말할 것 없이 최악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최악은 감정을 전혀 자제할 줄 모르는 드라마다. 구혜선의 연기도 물론 한 몫을 했다. 설사 캐릭터에 설득력이 없어도 설득력을 갖게 하는 것이 배우의 일이다. 그러나 그녀는 해맑기만 하다. 올곧게 힘차기만 하다. 도저히 힘이 넘쳐서는 안 되는 상황에마저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이 힘이 넘친다. 그래서 힘이 빠진다.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표정과 행동에 겨우 몰입하려 하다가도 이내 튕겨져 나오고 만다. 결국은 그런 상황을 만든 자제할 줄 모르는 작가의 책임일 것이다. 구혜선에게 그 이상을 바래야 했을까?

한국드라마의 가장 안 좋은 점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한국 드라마는 관계에 천착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그리고 그 사이에 오가는 감정에 관심이 많다. 제대로만 만들어진다면 보는 이마저 감정이 움직이는 감동적인 작품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분위기파악을 못한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분수없는 신파로 끝나고 만다. 지금 <부탁해요 캡틴>이 그렇다. 생뚱맞은 어머니의 유품에 심지어 엄마와 딸사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늦둥이를 부탁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런 황당함을 담보한다. 전혀 필요없는 장면이었다. 한 가지만 되었어도 감동적일 수 있을 것을 너무 지나치게 쓰는 탓에 면역을 넘어 알러지까지 생길 것 같다. 끔찍하다.

재미를 이야기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재미를 이야기하자면 먼저 드라마를 봐야 한다. 느껴야 한다. 즐겨야 한다. 충분히 몰입하고 난 다음에 과연 재미가 있는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몰입 그 자체를 거부하는 이 드라마를 무엇이라 평가해야 할까? 철저히 드라마 밖에서 오로지 드라마로서만 보고 거부하게 만든다. 드라마가 먼저 시청자의 이입을 거부하고 있다. 지나치게 과잉된 감정이 시청자의 감정마저 밖으로 튕겨낸다. 오로지 타인으로서만 지켜보게 만든다.

감동적인 사연은 한 번에 하나면 족하다. 안타까운 과거의 사정도 어쩌다 한 번 나오면 그때 더 극대화된다. 드라마틱한 상황이란 정상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항상 정상에서 벗어나 있으면 그것이 정상이 되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면 마음편히 보고 있기 힘들다. 그나마 배우마저 그러한 상황을 뒤집을 힘이 전혀 없다. 드라마로서 무엇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하다.

욕하기 위해 보는 드라마를 싫어한다. 어느새 중독된다. 욕하고 비난하는 것에. 그 우월감에 도취된다. 이번에는 어떻게 하나 보자. 비판 역시 한두번으로 족하다. 한두번 비판해서 그대로라면 더 이상 무어라 하는 의미가 없다. 드라마란 원래 보여주고 싶은 바가 있을 것이다. 안타깝다.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평가가 불가능한 드라마다. 평가를 거부하고 있고, 또한 굳이 평가를 하기 위해 봐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한다. 물론 그럼에도 누군가는 재미있어 하며 보게 될 것이다. 그 또한 판단불가다.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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