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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육룡이 나르샤 21회 "선택과 집중, 어정쩡한 액션과 허술한 긴장감"
이성계 마침내 개경에 도착하다
2015년 12월 15일 (화) 06: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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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육룡이 나르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육룡이 나르샤. 무리수다. 방안의 공기가 그런 식으로 일정한 방향을 그리며 흐르지 않는다. 더구나 닫힌 문틈으로 스미는 바람일 것이다. 오히려 문을 닫은 채 초를 들고 벽을 따라 걷느니만 못했을 것이다. 그것을 예상했었다. 방안에 초를 가득 켜두었을 때 그 가운데 비밀통로와 가까이 있는 초에서 어떤 반응이 있지 않겠는가. 향 역시 바람이 스미는 문틈에 가까이 가져다 댔을 때 더 확실하게 반응이 있었을 것이다. 역시 분이(신세경 분)를 위한 것이었는가.

기대했었다. 이방지(변요한 분)가 홀로 도화전으로 쳐들어가서 분이와 이성계의 가족들을 구해내는 장면을. 이방지 혼자서는 안된다면 무휼(윤균상 분)이 가세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아니 서경에서 먼저 조영규(민성욱 분)와 함께 이방우(이승효 분), 이방과(서동원 분) 형제를 구하고 그들과 함께 빠르게 남하하여 개경으로 잠입한 뒤 이방지가 먼저 무모하게 뛰어든 도화원을 급습한다. 서경에서 이방우와 이방과 형제가 탈출하는 과정에서도 고려에서도 손꼽히는 검객인 이방우의 실력을 부각시켰다면 더 흥미로웠을 뻔했다. 마침내 모두가 모여 수많은 병사들을 물리치고 생사의 기로에 놓인 가족들을 구해낸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인질을 확보하려는 병사들에 맞서 미리 비밀통로의 존재를 알아낸 분이가 방에 불을 놓아 추격을 차단하고 통로 안으로 숨어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분이의 분량 역시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무협이란 그런 것 아니던가. 오로지 자신의 손에 들린 칼 한 자루만을 믿는다. 자잘한 잔재주나 책략보다 오로지 자신이 지닌 실력에 의지해 때로 무모하게 많은 적들 사이로 뛰어들기도 한다. 분이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아 통로를 막아선 채 수많은 적들을 베어넘기던 이방지의 모습은 그래서 너무도 멋있었다. 그런 것을 기대한다. 무휼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이방우는 병사들을 베어넘기고 담을 넘어 서경을 빠져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적의 추격이 다급할 때 무휼이 도착하여 그들을 도와 무사히 서경을 빠져나가게 한다. 이방원(유아인 분) 역시 굳이 이방지를 쫓아 하는 일 없이 비밀통로로 뛰어가기보다 정도전(김명민 분)의 허락을 얻어 분이가 이끌던 조직을 움직여 가족을 구출하는 것을 배후에서 돕는다. 어차피 이방원은 직접 앞장서서 칼을 휘둘러 적을 베는 타입이 아니었을 것이다. 분이를 직접 업어서 구하기보다 이방지가 구해 온 분이를 다급하게 맞이하는 쪽이 더 캐릭터에 맞았을 것이다.

그냥 재미없었다. 무척 심심하고 지루했다. 긴장감 같은 것은 없었다. 어처피 설정이나 고증, 혹은 이야기의 치밀함을 기대하고 즐기는 드라마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실재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다시 해석하고 다시 구성한 시대와 인물들의 묘사가 무척 흥미로웠었다. 무엇보다 삼한제일검 이방지와 장래의 조선제일검 무휼이라는, 그리고 이방지에 의해 목숨을 잃은 전대의 삼한제일검 길태미가 보여주는 원초적인 칼부림에 더 이끌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저런 복잡한 시정과 심오한 논리따위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손에 들린 칼끝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위화도회군까지는 시대를 움직이는 논리와 정치의 이야기였다면 이성계의 가족을 구하는 것은 그와는 상관없는 오롯한 개인의 육체와 실력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조심스럽다기보다는 결국 여건의 한계였을 것이다. 제작비도 제작기간도 너무 짧고 부족하다.

그럼에도 우왕이 최영(전국환 분)을 끝까지 곁에 붙잡아두고 요동으로 보내려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매우 설득력있게 들리고 있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가지는 분명한 미덕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요동정벌에 찬성하는 이가 최영과 우왕 자신밖에 없었다. 군권을 지닌 최영마저 곁에서 사라지고 나면 요동정벌에 반대하는 이들 가운데 자신을 노리는 이들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역시 한 나라의 국왕다운 명징한 현실인식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우왕이나 최영이나 고립된 외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 우왕은 알지만 최영은 그 사실을 모른다. 다시 한 번 최영의 한계가 드러난다.

이미 위화도에서 회군하려는 순간 조민수(최종환 분)는 우왕을 갈아치우려 마음먹고 있었다. 회군의 조건으로 이성계(천호진 분)에게 그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이미 스스로 왕이 되고자 마음을 다잡은 이성계였기에 너무나 수월하게 조민수의 그같은 제안을 받아들인다. 5만의 군사들을 자식으로 삼고, 5만의 자식을 둔 아버지가 되어 오롯이 그들을 책임지고자 한다. 위화도회군 이후 두 사람이 보이는 엇갈린 행보가 이 짧은 대화로 결정된다. 우왕의 퇴위에 대한 책임을 조민수에게 돌리는 한편 이후 노골화되기 시작한 이성계의 야심을 공식화한다. 마지막 개경을 앞두고 가족걱정에 머뭇거리는 이성계에게 구출된 가족들이 달려온다. 심지어 5만이라는 대군을 이끄는 장군인데 가족들을 그 앞으로 안내하는 병사들조차 하나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한계를 드러내고 만 것은 아닌가. 그저 역사적 사건들만을 따라가려 한다면 바로 자기모순에 빠지고 마는 것이 바로 퓨전사극이라는 장르일 것이다. 역사가 아닌 역사를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려는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 의도에 소홀하다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허술함만이 남게 된다. 위화도에서 회군하기까지 정도전은 너무 무력하다. 도화전에서 이성계의 가족들을 구하는 것 역시 정도전의 조직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고만 있었다. 위화도회군이라는 사건이 가지는 무게에 드라마가 짓눌려버린 것은 아닌가. 겨울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물량과 인력을 동원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것으로 끝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려 한다.

항상 재미있을 수는 없다. 결국 투입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다면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의 결과가 단지 이번에만, 그리고 필자에게만 그다지 좋게 다가오지 않았을 뿐이다. 아직 남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남은 장면들이 많이 있다. 아직 나오지 않은 인물들도 적지 않다. 싸워야 할 적들도, 싸워야만 하는 상황도 아직 다 나오지 않았다. 무휼이 이방원을 선택했다. 비극은 이렇게 하나씩 준비된다. 쉬어간다. 기대가 가끔 너무 지나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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