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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쇼셜톡] 금수저와 흙수저, 일상화된 절망의 임계점
흙수저로도 밥 잘 먹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2015년 11월 14일 (토) 08: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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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원래는 금수저가 아닌 은수저였다.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기 전 금속은 일상도구로 만들어 쓰기에는 너무 귀하고 비싼 소재였다. 가공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다 구하기 쉬운 나무등을 이용해서 일상도구를 만들어써야 했었다. 그런데 하물며 쇠나 구리보다 더 비싸고 더 귀한 은으로 수저를 만들어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자체의 빛깔과 광택도 아름다웠다. 쇠나 구리와는 달리 녹슬거나 변색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독과 반응하여 소유주에게 경고하는 기능도 있었다. 금속이라는 자체가 가지는 견고함이나 가공성은 당연히 따라가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런 만큼 어지간한 사람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귀하고 비싸다는 사실이 소유주의 허영심까지 충족시키고 있었다. 아예 은으로 만든 수저를 항상 지니고 다니며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징표로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부유한 신분의 아이들이 세례의식에서 은수저를 선물로 받는 것은 그런 연장이었을 것이다.

   
 

"be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

그대로 직역한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 은수저라는 말의 유래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금이 은보다 더 귀하고 비싸니 의미를 더 강조하고 심화하는 의도에서 바꾸어쓰기 시작한 것이 최근 회자되는 '금수저'의 유래인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입에 금수저가 물려 있을 정도로 부유하고 풍족한 혜택받은 환경에 있었다. 약간의 질시와 부러움을 담아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을 향해 쓰던 말이었다.

사실 말뜻 자체는 그렇게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 빈부격차는 문명화된 사회라면 어느 시대는 막론하고 항상 존재해 왔던 현실이었다. 부유한 사람이 있으면 가난한 사람이 있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 반대로 그 영향력 아래 놓인 보다 열등한 지위에 있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다. 다양한 신분과 계층, 조건과 현실이 공존하는 곳이다. 아예 사회적인 격차 자체를 없애자는 말은 사회 그 자체를 없애자는 말과 같은 뜻인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은수저를 금수저로 만든 것도 부족해서 반대편에 '흙수저'라는 말까지 만들어가며 그것을 문제삼으려 하는 것일까?

바로 윗문단의 내용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신분과 계층, 조건과 현실이 공존하는 곳이 사회다. 금수저는 그같은 사회를 이루는 수많은 다양성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단지 남들보다 돈이 조금 더 많고, 사회적 지위가 조금 더 높으며, 조금 더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저들에게 금수저가 있는 만큼 내게는 나의 수저가 있다. 은수저일수도 있고, 쇠수저일 수도 있고, 말처럼 흙수저일 수도 있다. 굳이 남의 것을 탐낼 필요 없이 내 앞에 놓인 내 몫의 식사를 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다. 즉 원래의 금수저라는 말 자체가 상대와 자신을 분리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의 수저가 금수저이든 아니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냥 현상이고 사실일 뿐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개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전통적인 공동체라는 관념에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이 더해진다. 승자와 패자가 공존하는 것이 아니다. 1등과 3등과 34등과 61등이 한 교실에서 사이좋게 어울리며 노는 것이 아니다. 모두는 승자가 되어야 한다. 모두는 1등을 목표로 해야 한다. 34등은 가치가 없다. 61등은 함께 어울릴 수 없다. 등수는 자신이 된다. 자신의 가치를 계량하는 기준이 된다. 등수와 자신을 분리할 수 없다. 금수저와 자신을 분리할 수 없다. 금수저를 가지지 못한 자신을 정의해야 한다. 가지지 못한 열등감과 가족 싶은 탐욕이 더해지며 증오라는 출구를 찾아나서게 된다. 내 것이어야 했다. 내 것이지 못했다. 부당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자라난다. 모순은 해소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모든 구성원을 한 줄로 세워 무한히 경쟁하게 만드는 구조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서로를 의식하며 비교하는 가운데 상대와 자신과의 경계가 사라진다. 내가 뒤쳐지면 지금 자기의 자리를 다른 누군가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앞서간다면 앞에 있던 누구가의 자리를 내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남의 것이 아니다. 남의 소유가 아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것은 남의 소유일 뿐이다. 그 결여다. 그 상실이다. 단순히 나보다 더 우월한 조건과 환경에서 나고 자란 누군가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을 넘어 그렇지 못한 자신에 대한 멸시와 비하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사회적 구조나 환경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그렇다기에는 정작 그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나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무기력하게 넋두리하며 감정의 배설을 통해 자기만족을 얻으려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모든 문제의 답은 문제 그 자체에 있다. 지금까지 해 온 모든 말들이 그 답일 것이다. 자기와 남을 분리한다. 나의 소유와 남의 소유를 분리한다. 남이 가진 금수저가 나의 것이 아님을 이해한다. 지금 내 손에 들린 흙수저야 말로 내 앞에 놓인 내 몫의 요리를 즐기기 위한 유일한 도구임을 스스로 인정할 줄 안다. 남은 것은 자신의 손에 들린 흙수저로 요리를 얼마나 맛있게 즐겁게 만족하며 먹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전제가 따라붙는다. 여러가지로 금수저에 비해 손색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요리를 먹는데 크게 지장은 없는 말 그대로 '수저'에 지나지 않는다. 인식의 변화다.

하기는 그래서 벌써부터 DJ DOC는 그렇게 노래하고 있었을 것이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먹나요? 잘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먹어요!"

금수저여야지만 잘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더 유리한 것은 있다. 녹이 슬지 않는다. 요리와 반응하여 변색되지 않는다. 부서지지도 않는다. 그렇더라도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맨손으로도 얼마든지 앞에 놓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그렇게 만들고 배려한다. 금수저가 더 유리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다른 수저로도 같은 식탁에서 얼마든지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고려한다. 흙수저가 부서지지 않도록 불에 굽고, 혹은 요리에 녹지 않도록 표면을 코팅하고, 쇠수저와 구리수저도 도금하여 녹스는 것을 막는다. 호스트로서 갖추어야 할 예의인 것이다. 과연 누가 눈앞의 만찬을 주재하는 위치에 있는가.

단지 흙수저라는 이유만으로 만찬에서 배제된다. 일부러 찾아가도 아예 문앞에서 내쫓는다. 나오는 요리란 흙수저로는 먹기 곤란한 그런 요리들이다. 거칠고 투박한데다 부서지기 쉬운 흙수저로는 눈앞의 요리를 즐길 수 없다. 금수저여야 한다. 금수저만이 온전히 만찬의 요리들을 즐길 수 있다. 체념하거나 아니면 금수저에 대한 더 강한 탐욕과 갈망을 가지게 된다. 다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금수저를 가져야 한다. 금수저를 가지지 못한 자신에 실망하고 분노한다. 원점으로 돌아간다. 어째서 흙수저여서는 안되는가. 흙수저로는 안되는 것인가. 금수저가 더 좋은 것이지 흙수저가 나쁜 것은 아니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내 수저다.

그것이 바로 복지사회라는 것이다. 부유한 이들의 소유를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이들이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다. 금수저와 더불어 흙수저도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흙수저 역시 요리를 먹기 위한 도구 가운데 하나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불편없이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돕는다. 흙수저가 나쁜 것이 아니다. 질투도 부러움도 여전하지만 그것이 원망이나 증오로 바뀌지는 않는다. 최초의 복지정책이 오히려 보수적인 지배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런 이유인 것이다. 단지 자기가 가진 흙수저로도 만족하며 즐길 줄 안다. 행복할수도 존엄할 수도 있다.

임계점에 와 있을 것이다.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가르친다. 법과 제도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금수저가 되라. 금수저를 가지라. 그런데 현실에서 그럴 수 있는 것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벌써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과 금수저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갈수록 가능성은 줄어드는데 여전히 금수저만을 요구하고 바라고 있다. 아니어도 된다는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하지만 그러자면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모든 구조와 방식이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 시작은 항상 빨라도 너무 늦다. 늦어도 아직은 빠르다. 과연.

헬조선이라는 말 역시 같은 의미일 것이다. 아등바등 금수저를 가지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데 내 몫의 금수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은수저로도 사실은 너무 부족하다. 바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유지하기조차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다. 출산률이 떨어진다. 취업을 포기한다. 절망이 일상화된다. 두려운 이유다.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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