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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2.21 09:14

브레인 "너무나도 바보같은 남자 이강훈의 매력..."

세상 사는 법이 서툴러 사람이 못되게 보인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역시 이강훈(신하균 분)이 그동안 여성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와 자기를 버리고 집을 나갔던 어머니가 아버지가 죽고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해서 돌아왔다는 사실이 여성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증오를 심어준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 이강훈 자신도 윤지혜(최정원 분)에게 상당한 호감이 있었을 것임에도 그동안 겉으로 드러내어 표현하지 못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어머니에 대한 오해가 모두 풀려버린 지금 이강훈에게 굳이 윤지혜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속이거나 억눌러야 할 이유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확실히 이제는 더 이상 전처럼 장유진(김수현 분)에게도 가시를 세우고 덤벼들지 않는다. 굳이 가시를 세우고 덤벼들 만큼 장유진은 증오스러운 적도, 위험한 괴물도 아니다. 다만 이미 윤지혜를 선택해 버린 탓에 장유진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그 동안에 비하면 확실히 사람이 되었지 않은가? 물론 더 좋은 것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한 윤지혜다.

이강훈이라는 남자의 본질일 것이다. 이강훈과 같은 사람은 두 가지 생각을 못한다. 영악한 것 같지만 의외로 외골수다. 그가 아예 드러내 놓고 자기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속물이라고 겉으로 보이고 다닌 것부터가 그렇다. 만일 그가 진정으로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속물이었다면 그렇게 서툴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위의 평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고, 다른 사람들의 눈과 귀와 입이 얼마나 무서운가도 안다. 어쩌면 의사로서의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굳이 주위를 모두 적으로 돌려가며 그렇게까지 못된 캐릭터를 연기해 보여야 했을까?

그래서 올곧게 어머니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그로 인해 자기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자들에게도 한결같이 차갑게만 대하고,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오해가 풀리자 아예 주위는 돌아보지도 못하고 오로지 어머니를 위한 마음 한 가지로만 내달린다. 그의 그러한 폭주하는 진심은 김상철(정진영 분)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서준석(조동혁 분)이 비밀번호를 바꿔 놓은 저장고를 해머로 부수고 약을 꺼내려 한 것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미 폭주하여 브레이크가 고장난 이강훈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마 김상철도 그것을 알았을 것이다.

김상철과 거래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환자를 위해 김상철의 지시마저 어기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만을 생각한다. 생각이 많은 것 같지만 그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오로지 한 가지다. 지금 자지가 할 수 있는 최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때로 환자를 위해서. 혹은 어머니 김순임(송옥숙 분)을 위해서. 다만 이강훈이 그렇게 할 만한 대상도 그다지 많지 않고, 무엇보다 이강훈 자신이 그것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 당장 시험약저장고를 해머로 부수고 약을 꺼냈으면 그 다음에는 어쩌려는가?

뻔히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부위를 모두 드러내면 더 이상 어머니가 살 수 없으리라는 것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슬프게도 최소한 천하대학병원 안에서 이강훈은 김상철과 비교할 수 있는 매우 뛰어난 의사였다. 그럼에도 그는 수술을 하려 한다.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를 살리려 마지막 시도를 해 보려 한다. 조용히 보내달라는 어머니의 유언과 같은 말에도 그는 어머니를 위한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김상철 앞에서 그래서 그는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 해서는 안 될 말까지 내뱉고 만다. 그 순간 그는 아이와도 같다.

어쩌면 장유진은 그러한 이강훈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강하지만 약하다. 무정하지만 사실은 한없이 다정하다. 이강훈이 장유진에게 후원을 부탁했다면 그는 더 이상 이제까지의 오만하고 당당한 이강훈이 아니게 될 것이다. 장유진에게 한없이 약해지겠지만 그녀가 바라는 무섭도록 냉정하고 강하기만 한 이강훈은 아니게 될 것이다. 그에 비하면 윤지혜는 그저 한결같이 바보같기만 해서 이강훈과 함께 있으면 그저 좋다.

역시 드라마가 부족하다. 아무래도 자꾸 장유진에 이끌리는 이유일 것이다. 이강훈과 윤지혜와의 사이에는 이렇다 할 드라마가 부족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상상케 만드는 드라마틱한 계기가 아직까지는 그다지 없다. 항상 무언가 관계를 만들고 그런 가운데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장유진에 비해 윤지혜가 잘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구나 장유진은 남모르는 비밀까지 하나 가지고 있는 듯하니. 이강훈과 식사를 하는데 문득 결려온 받지 못한 전화는 무엇일까? 지금으로서는 윤지혜는 단지 이강훈이 좋아하고 이강훈을 좋아하는 정공의 이상의 의미는 없다.

하기는 변화가 있을까? 예고편을 보아 하니 다음주 상당히 극적인 많은 변화가 있을 듯하다. 김상철이 궁지에 몰리고, 이강훈은 그런 김상철에게 책임감이나 의리를 느낄까? 그런 와중에 서준석의 극적인 변신 만큼이나 윤지혜의 역할을 요구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다만 윤지혜에게 이강훈과 서로 좋아한다는 사실 이외의 어떤 능력이 있어 상황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갈 것인가? 사람 좋은 것만으로는 저 살벌한 전쟁터에서 큰 의미가 되지 못한다.

역시 그래서였다. 분명 좋은 사람은 아닌데 계속 눈에 밟히고 마음이 끌렸던 이유. 그는 올곧다. 한결같다. 불리한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조차 거짓말로 둘러대지 못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대로 그는 너무나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다. 너무 솔직해서 자기 자신을 속이려 할 때도 너무나도 솔직하게 드러내며 속인다. 그것이 보인다. 이강훈의 말이며 행동 사이사이로 드러나는 그러한 진심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끌리게 만드는 것이다. 드러내 놓고 보이는 진심보다 위악한 척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그러한 진심이 사람의 마음을 잡아끌고 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바보다. 아마 요즘 세상에 천연기념물 쯤 될 것이다. 나름대로 계산을 한다고 하지만 그 계산쯤 모두 훤히 읽히고, 이기적이라고는 하지만 워낙 뻔히 알기 쉽도록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여기면 그만일 뿐이다. 사실 그렇게 이기적이지도 못하다. 그냥 세상살이가 서툴다. 고재학(이성민 분)에게도 서준석에게도 만만한 먹잇감으로 보이는 이유가 그것이다. 맹수가 아무리 사나워도 사람의 영악함에는 당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는 단지 길들여지지 않은 맹수다. 그것도 사람을 무는 것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맹수. 위험하지만 가련하다. 연민이 인다.

김상철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비밀들이 너무 많다. 지금 이 순간 확실한 것은 어쩌면 이강훈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당시의 집도의가 김상철 자신일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어느새 이강훈의 진심을 알고 인정할 수 있게 되어 나름대로 그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것. 그의 선량함은 꾸며진 선량함이다. 과연 연구비조차 없어서 반 년 넘게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를 생각했을 때 마냥 기업의 투자를 거부하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당장 어머니의 병 때문에라도 어떻게 해서든 연구자금을 만들려는 이강훈의 절박함과 비교된다. 짐짓 그리 해야 한다는 강박에 자신을 맞춰가려는 모습이다. 과연 그의 숨겨진 이면에는 어떤 얼굴들이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그의 본모습과 이강훈이 만나게 될 때에는?

아무튼 오랜만의 쉬어가는 타임이었다. 더 이상 이강훈에게 고난이라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윤지혜와는 어찌어찌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한 사이가 되었고, 김상철로부터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김상철의 도움으로 임상시험중인 약을 어머니에게 써 볼 수도 있었다. 그를 위해서 그는 그 수모를 견디고 김상철의 밑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그리 만만한가? 어머니 김순임은 오히려 임상시험중인 약을 쓰고서 병이 악화되는 바람에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김상철의 묵인 아래 이강훈이 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김상철마저 곤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또 무엇이 이강훈을 괴롭힐까? 작가가 아예 맛을 들인 모양이다. 이강훈이 타고난 팔자가 그러하다. 이제는 그저 보며 즐길 뿐.

이강훈과 같은 타입을 좋아한다. 워낙에 솔직해서 남을 속이려 해도 속이려는 의도가 훤히 보이는 사람을.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대로 이마에 써놓고 다닌다. 볼 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다. 신하균은 훌륭한 배우다. 일주일이 길게만 느껴진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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