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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1.22 09:38

브레인 "이강훈의 에고와 자격지심, 그가 독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강훈이 수단으로서의 의사에서 목적으로의 의사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윤리란 본질이다. 본질이란 목적이다. 정합성이다. 얼마나 타당한가? 얼마나 옳은가? 당연히 목적이 아닌 수단에 대해서는 윤리란 의미가 없다. 그때는 방법이라 부른다. 얼마나 효과적인가? 얼마나 효율적인가? 결과가 단지 그 수단을 정의한다.

유명한 말이다. 대중을 마음대로 통제하고자 한다면 먼저 수치스럽게 만들라. 현재를 수치스러워한다면 당연히 보다 위를 바라보게 될 것이고, 현재를 수치스러워하는 만큼 그 과정에서 부끄러움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타락한 대중은 단지 약간의 이익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쉽게 움직일 수 있다.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어떠한 도덕이나 정의가 아니라 이익 그 자체이므로.

어머니(송옥숙 분)를 부끄러워한다. 어머니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미워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어머니가 하는 일이 너무 초라해 부끄러울 뿐이다. 화가 날 정도로. 원망이 생길 정도로. 자신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그것이 부끄러워도 차마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강훈(신하균 분)이 그토록 악착같이 위로 올라가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자존심이 강하다. 장유진(김수현 분)과의 관계에서도 그것은 너무나 확연히 드러난다. 아무리 세컨드의 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굴지의 대기업 회장의 딸이다. 만일 그녀만 잡을 수 있다면 그는 이제까지 그를 얽매고 있던 그의 현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그만한 부와 권력이 그녀에게는 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철저히 외면한다. 계산따위가 아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고도 오로지 실력만으로 더 위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 자신감에, 그 자존심에, 그러나 현실은 그러한 자신감과 자존심을 받쳐주지 못한다. 아니 거꾸로다. 현실이 그토록 그의 성에 차지 않기에 그는 자신감과 자존심이라고 하는 갑옷을 겉에 두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돌아보고 싶지 않은 초라한 현실 앞에 그대로 무너져 버리고 말 것만 같기 때문이다. 두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장유진에게 의지하는 순간 자신을 잃어 버릴 것이라고.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강훈은 정작 학과장 고재학(이성민 분) 앞에서는 오히려 더 철저히 자신을 낮출 수 있다. 장유진의 경우는 장유진 개인의 선호에 의해 일방적으로 선택되어지는 것이다. 거기에는 이강훈의 어떠한 의지도 노력도 실력도 필요없다. 그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우연이다. 그에 비하면 고재학에 대한 아부는 또한 그의 노력이며 능력이기도 하다. 고재학에게 잘 보이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들은 성공에 대한 갈망 만큼 그의 자부심이 되기도 한다. 이강훈이 모두로부터 존경받는 의사로서의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김상철(정진영 분)과 거리를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그러한 이강훈의 노력을 전혀 인정해주려 하지 않는다.

이강훈이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 보다 나아지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향상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조건의 유리함에도 자신에 미치지 못하는 서준석(조동혁 분)을 내심 꺼려하면서도 결명하는 이유다. 윤지혜(최정원 분)도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은 당연히 더 위로 올라가려 하고, 거기에 그의 자존심은 있다. 더 높은 곳, 더 화려한 그곳에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 의사는 단지 그를 위한 수단이다. 그가 이제껏 갖지 못한 것들을 갖게 해주는 수단. 그래서 그는 또한 역설적으로 자신의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이강훈이 고재훈을 위해 김상철에게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를 빼돌린 이유였다. 그것이 필요했으니까. 다만 고재훈과 차이라면 이강훈은 그러면서도 고재훈을 믿었다. 실력은 김상철이 더 위일지 몰라도 고재훈 또한 각성수술에 대한 경험이 적지 않다. 그에 비하면 보다 권력욕과 현시욕이 강한 고재훈은 환자조차도 수단으로 본다. 이강훈은 환자를 위해 고재훈을 말리지만, 고재훈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그것을 듣지 않는다. 여기에서 이강훈은 고재훈에게 설득당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의사로서의 윤리보다 의사로서의 효율성을 생각함으로써.

바로 이 부분이 드라마가 그려갈 부분일 것이다. 아직까지 이강훈에게 의사란 그의 상승욕구를 해결해줄 수단에 불과했다. 더 높은 더 대단한 곳으로 그를 데려다 줄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그런 이강훈을 과연 환자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의사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는 진정한 의사로 각성시킬 수 있을까? 이강훈이 자신의 어머니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놓인 환경을 거리낌없이 드러낼 수 있을 때, 오로지 의사로서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할 수 있게 될 때 드라마는 완성되게 된다. 아니면 결국 그에 이르지 못하고 파멸하고 말거나.

과연 이강훈은 악당인가? 악당은 분명 아니다. 욕망에 충실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저버리지 않는다. 악당은 자신마저 욕망을 위해 던져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기에는 이강훈은 자존심이 너무 강하다. 그 만큼 상승욕도 강하다. 그가 악하게 보이는 것도 바로 그런 부분까지다.

이강훈의 위기다. 유력한 병원장후보의 아들인 서준헉은 학교에 남는다 하고, 고재훈을 위해 기획한 수술은 도리어 고재훈을 궁지로 몰고, 그의 그러한 부분에 대해 김상철이나 주위의 평판도 좋지 못하다. 하지만 아직 위기는 이르지 않을까? 지켜보는 단계다. 재미있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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