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1.22 10:41

계백 "나당연합군, 백제를 향한 공격을 시작하다!"

결국 이렇게 마지막회를 한 회 남기게 되었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이런 것을 두고 뜬금없다고 하는 것일 게다. 기껏 신라와 내통한 사실이 들통나는 바람에 백제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신라로 도망쳐서는 한 다는 말이,

"이 독으로 김춘추를 죽이려 했다!"

하기는 그러니까 뻔한 함정에 빠져 신라와 내통하게 되었던 것일 게다. 아무리 한 나라의 왕인데, 그것도 자신이 궁지로 내몰아 망명하도록 만든 적국의 왕후를 무엇을 믿고 독을 쓸 기회를 주겠는가? 철저한 감시와 경계가 뒤따를 것이다. 아무리 좋은 독이 있어도 그 독을 먹여야 사람이 죽을 것인데, 은고(송지효 분)는 도대체 어떤 수단으로 김춘추에게 독을 먹일 생각이었을까?

결국 은고를 놓치고 만 조미압 역시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은고를 잡아 서라벌로 압송하려 했다. 망명자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적국의 요인으로써 처형하여 그 시신을 백제의 왕 의자에게 보내기로 되어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도 굳이 사로잡아 압송해야 할 은고의 앞에서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신라의 조정에서도 백제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공격에 대해서는 최대한 기밀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은고를 죽이겠다며 명령을 내린 김춘추 또한 한심하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한 나라의 왕후다. 적국 왕의 부인이 신라와 내통을 하다 결국 신라로 망명하게 되었다. 죽임을 당하면 그는 백제의 왕후로써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살려두고 후대한다면 그녀는 어디까지나 백제의 배신자로서 백제의 치부가 된다. 전자는 백제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후자는 백제를 수치스럽게 만든다. 더구나 한 나라의 왕후까지 지냈으니 백제 내부에도 은고의 지지자들이 적지 않을 텐데 은고를 앞세우면 내부의 분열도 유지할 수 있다. 정히 은고를 죽여야 한다면 일단 백제를 멸망시키고 그 쓸모가 다 한 다음에 죽이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인 것이다.

백제공격을 앞두고 김춘추는 괜한 개인적 감정으로 중요한 패 하나를 놓치고, 조미압은 경솔하게 은고에게 백제공격에 관한 정보를 흘리고, 은고는 김춘추를 죽이겠다고 무모하게 신라의 국경을 넘는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드라마 <계백>의 작가는 참 낙천적인 사람이다. 이들 세 사람이 구제할 수 없는 바보이거나, 아니면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작가 자신이 낙천적인 탓이거나.

아무튼 결국 은고 역시 이렇게 소모되어 버리고 만다. 원래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할 당시 흥수(김유석 분)은 유배지에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의 흥수는 나당연합군이 공격해 온다는 은고의 보고가 있자 당당하가 대전으로 들어와 왕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은고 또한 상좌평의 책상에까지 올라앉을 정도로 위세당당하던 사료의 기록과는 달리 과연 백제의 내정에 있어 어떤 해악을 끼쳤는가? 기껏해야 정보 하나 건내고, 성충 하나 죽이고. 그런 반면 상좌평의 책상 위에 올라앉았다 할 만한 장면은 거의 없었다. 그녀는 어째서 요녀라 불리게 된 것일까?

전에도 말했지만 사택왕후 때문이다. 너무 길었고, 그리고 반복되었다. 은고가 사료에 나타난 군대부인이라 불리운 요녀와 동일인물이라 한다면, 그녀의 행보란 사택왕후의 말처럼 사택왕후의 그것과 상당부분 닮아 있을 것이다. 시간도 짧고, 더구나 한 번 보여졌던 것이고. 그러니까 사택왕후와 관련해서는 보다 간력하게 일찌감치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결국 은고가 요녀라 불리우게 된 이유란 몇 번의 편지교환과 김춘추의 계략 때문이었으니. 김춘추 하나로 인해 저리 휘둘리고 마는 백제 조정을 보고 있으면 김춘추가 지나치게 뛰어난 것인지, 아니면 백제가 생각 이상으로 멍청한 것인지. 하긴 앞서도 말했듯 김춘추 자신도 허점이 너무 많다.

그러니 나오는 것이다. 당은 고구려를 공격하려 하지 백제를 공격하려 하지 않는다. 당이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킨 까닭이 무엇일까? 바다를 건너는 것이 쉽지 않던 당시에 무려 수천척의 전선을 동원해 물경 13만의 대군을 멀리 백제로 원정을 보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신라가 부탁해서? 김춘추가 장손대인과 친해서?

고구려를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계백이 먼저 황산벌로 신라군을 막으려 결사대를 이끌고 출진한 이유이기도 하다.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황해를 건너온 당군을 먹여살리는 것은 다름아닌 신라군이었다. 바다를 건너 군량을 수송하기보다 신라에서 육지로 군량을 조달하는 쪽이 훨씬 편하고 빠르다. 이미 여러 차례 고구려를 공격하면서 요동, 혹은 바다를 건너야 하는 긴 보급로로 인해 곤란을 겪어 왔던 당나라 조정은 그래서 육로로 군량을 수송해주겠다는 신라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백제를 멸망시켜준다면 후방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신라의 전력을 기울여 당군에 군량을 보급할 수 있다.

거래였던 셈이다. 당은 신라에게 백제의 위협을 없애주고, 신라는 당이 고구려를 공격하는데 보급을 통해 힘을 보태고. 물론 일단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시점에서 그같은 약속은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기껏 점령한 백제와 고구려의 영토를 당으로서는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신라 또한 마저 정복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고 있었으니. 어쨌거나 단순히 당과 신라가 사이가 좋아서 신라가 부탁하니 들어준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고구려를 치기 위해 먼저 백제부터 친다.

그런데 그러한 사정을 꿰뚫어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아마도 계백이 먼저 황산벌로 신라군을 막으려 출동하게 된 이유가 신라군과 당군이 합류함으로써 멀리 바다를 건너온 당군에 보급물자가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는데. 신라군만 일단 저지할 수 있으면 바다를 건너와 보급선이 길어진 당군은 시간이 적이 되어 버티기만 잘만 버티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 계백의 결사대가 실패하고 사비의 백제군이 부랴부랴 당군과 일전을 겨루게 된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런데도 당이 백제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말만 되뇌이고 있으니. 성충(전노민 분)이 살았으면 조금 달랐을까? 계백의 식견이라는 것도 고작 고만하다.

어쨌거나 드디어 마지막이다. 연도가 많이 헷갈렸다. 의자왕 즉위 15년인 서기 655년인가도 싶고, 그런가 하면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하던 5년 뒤 660년 무렵인가도 싶고. 물론 이 드라마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을 기대한다는 것은 꽤나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나당연합군이 바다를 건넌다면 서기 660년, 이해 백제는, 아니 정확히 의자왕은 나당연합군에 항복했다.

그러면 의자왕이 항복했으니 백제는 멸망했느냐? 아마 그렇다면 이미 백제는 고구려의 장수왕에게 개로왕이 죽은 시점에서 멸망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로왕이 죽고도 개로왕의 아들 문주왕은 웅진으로 남하하여 백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의자왕이 항복하고 당으로 끌려간 뒤에도 일본으로 건너가 있던 부여풍이 귀국하여 귀실복신 등과 함께 백제부흥군을 이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는 백제부흥군이 흩어지고 부여풍이 고구려로 망명한 663년에 비로소 백제가 멸망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계백이 죽고서도 백제는 무려 3년을 더 이어가는 셈이다. 물론 드라마에서 그런 것은 다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기대도 없다. 겨우 한 회 분량 남았는데 새삼 무슨 기대를 새로 가지겠는가? 어디까지 가려는가 지켜보았고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도 확인하고 있었다. 습관이다. 참으로 오랫동안 긴 인내심에 의해 지탱되던 습관이었다. 이렇게 백제는 멸망한다. 허탈하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