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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1.21 09:20

남자의 자격 "예능보다는 안전을, 웃음보다는 진지한 공감"

늦가을 청풍호의 바람이 부럽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기억나는 것은 한 가지, 청풍호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곳을 달리는 일곱 대의 바이크와 두 대의 스쿠터 뿐이었다. 다른 것은 없었다. 늦가을 청풍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김동규, 이훈 두 사람의 경험자와 더불어 바이크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달린다.

하지만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필자가 항상 강조해 말하는 <남자의 자격>만의 강점일 것이다. 기왕에 김동규도 이훈도 게스트로 불렀다면 그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게임을 한다거나, 상황극을 한다거나, 아무거라도 재미있게 만들려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자의 자격>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위험한 까닭이다. 사실 전현무가 그래도 안전한 상황에서 바이크에 올라 장난을 치는 것만으로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한 것이 있다. 오토바이는 사고가 나면 아주 크게 난다. 아주 잠시 방심하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오토바이다. 그런데 그런 오토바이를 타면서 재미있으려 한다? 바이크를 타면서 재미있으려 한다면 오로지 하나, 달리는 것 뿐이다. 그것도 최대한 안전하게. 사고가 나면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상대에게마저 크나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

김동규와 이훈도 그래서 부른 것이었다. 정말 하는 것 없었다. 말조차 전혀라 할 정도로 하지 않았다. 그저 앞서 달리고 뒤에서 달렸다. 앞에서 멤버들을 이끌고 뒤에서 멤버들을 받쳐주었다. 이제 갓 면허증을 따고 도로로 나온 초심자들을 위해 경험자로써 안전하게 바이크를 즐길 수 있도록 선배로써 보조해주고 있었다. 김동규의 경우는 스케줄이 맞지 않아 중간에 공연이 있어 빠지고 말았는데 예능욕심이 있어서 방송에 출연했을까? 설사 그런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바이크에 오르는 순간 그들은 라이더일 뿐이었다.

과연 방송을 보고 오토바이를 만만하게, 가볍게 여기고 타려는 사람이 있을까? 자막으로도 경고한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런데 그런 오토바이를 타면서 예능을 하겠다 욕심을 부리는 것은 만용인 것이다. 아니라면 오토바이를 포기하고 그 사이에 안전한 곳에서 예능을 해야 한다. 오토바이 여행이 끝나고 밤늦게 바베큐로 회식을 하면서 나누는 대화처럼. 오토바이를 타기 전, 그리고 타고 난 뒤 그들은 마음껏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지하다. 그래서 <남자의 자격> 미션을 보고 있으면 예능이라기보다는 마치 내 이야기처럼 여겨지게 된다. 만일 오토바이를 타면서 이런저런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려 했다면 그것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단지 예능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 하나 없이 오로지 안전만을 최우선으로 라이딩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저들과 같아지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나 또한 저들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청풍호 주위를 달릴 수 있으리라. 그런 자신을 상상해 본다. <남자의 자격>이 그다지 크게 화제가 되거나 하고 있지 않음에도 일요일저녁 황금시간대에 조용한 강자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공감이 되는 것이다. 면허증을 따고 제작진이 여행을 위해 준비한 오토바이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마치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 모습이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라이딩을 마치고 노을을 보면서 괜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면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딸에게 멋진 아빠이고 싶은 욕심에 오토바이를 빌려 자기가 탔던 것인 양 보내는 이경규 역시. 남자란 그렇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토크가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유난히 불미스런 사건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김성민을 떠올리게 만드는 에피소드였다. 야구 이외에는 상당히 어눌한 양준혁에 비해서도 김성민은 이것저것 모두 잘하는 팔방미인이었다. 그러면서도 전현무처럼 정신없이 날뛰는 가운데서도 일정한 선은 지키는 절묘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토크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일단 김성민이 있음으로써 사람들은 기분좋게 웃을 수 있었다. 아마 김성민이었다면 전현무처럼 위험한 바이크를 가지고 그처럼 무모한 장난을 치거나 하지는 않지 않았을까? 무언가 바이크를 타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리드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도 이미 떠난 사람이니까. 과거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현재 <남자의 자격>의 멤버는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 윤형빈에, 양준혁과 전현무를 더한 일곱명이다. 이제는 이들 일곱 명이 <남자의 자격>의 멤버로써 프로그램을 끌어가야 한다. 아마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길었던 초장기미션 '청춘합창단'으로 인해 채 프로그램에 녹아들기도 전에 사라져버려야 했던 양준혁과 전현무를 비롯 한 번 점검하고 넘어가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각자 무엇이 장점이고 무엇이 문제인가? 허심탄회한 이야기는 더욱 멤버들의 거리를 줄이고, 프로그램의 거리를 줄이게 된다. 이 자리에서 오간 진솔한 이야기는 이후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금석이 되어 줄 것이다.

토크가 약한 양준혁에게 오프닝을 맡긴다 하고, 김국진은 더욱 멤버들과 친해지기 위해 평소 끝나면 가장 먼저 집으로 돌아가던 것과 달리 가장 마지막까지 남았다. 3년을 함께 했어도 아직 모르고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다. 어쩌면 이번의 오토바이 여행은 과거 석모도편이 그랬던 것처럼 멤버들의 단합을 위한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조금 더 양준혁과 전현무가 프로그램에 밀착했으면 싶기는 하지만 그게 그리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말 아름다웠다. 늦가을 청풍호의 풍광은. 그리고 부러웠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청풍호가를 달리는 아홉 남자들은. 그렇게 라이딩을 끝내고 함께 석양을 보고. 끝나고서 바베큐파티를 열며 정담을 나누고. 머릿속은 벌써 여행을 떠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재미없어도 재미있다. 모순되지만 모순되는 말이 아니다. 재미에도 여러가지가 있으니까. 보아서 즐거우면 재미있는 것이다. 보아서 기분이 좋아지면 그것이 재미일 것이다. 그래도 간간이 터져주는 농담들은 이것이 예능임을 알게 한다. 즐거웠다. 흐뭇했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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