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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5.28 11:32

[김윤석의 드라마톡] 가면 1회 "부활과 윤회, 인간과 욕망의 이름으로"

인간의 욕망이 만든 지옥도를 보다

▲ '가면' 출연진 주지훈, 수애, 유인영, 연정훈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가난이 가족마저 지겨워지게 만든다. 고독이 풍요마저 지루해지도록 만든다. 마치 거울에 비친 모습마냥 두 사람의 모습과 처지가 서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 모두 삶에 지쳐 있었다는 것.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삶이 그들을 옭죄어 온다. 차라리 삶보다 죽음이 더 편할 수 있다. 도플갱어처럼 두 사람이 서로 만나게 된다.

어쩌면 또 하나의 전형일 것이다. 가난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가난은 두려움이고 절박함이다. 자존심마저 내려놓는다. 추억마저 의미를 잃어간다.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나러 간 것은 돈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3백이라는 말이 앞뒤 가리지 않고 눈앞의 커다란 술잔을 들어 한 번에 들이킨다. 3백만원이 아닌 3백원이었다. 자신을 일방적인 욕망의 대상으로 여기러던 남자로부터 3백만원의 돈과 함께 비웃음처럼 훈계까지 듣는다. 차라리 아버지가 자살에 성공해서 죽어 사라졌으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면'에서 어머니 강옥순(양미경 분)의 탄식은 변지숙(수애 분)의 솔직한 마음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면.

죽을 각오로 살라. 죽은 용기가 있으면 살아서 현실을 이기라. 굳이 죽는데 각오까지는 필요없다. 대단한 용기가 있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사는 것이 죽는 거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편하고 마음이 놓인다. 그토록 살고자 발버둥쳤건만 일단 죽고 나니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을 괴롭히던 못된 상사도, 도무지 갚을 길이 보이지 않던 빚과 빚쟁이들도, 무엇보다 벗어날 수 없는 족쇄와도 같던 가족들마저.

하지만 죽음이 끝이 아님을 안다. 부활한다. 환생한다. 영혼이 아닌 인간의 의지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다시 살아나게 된다. 신이 아니어도 귀신이 있다. 인간의 안에는 악마가 산다. 사제의 주술이 죽은 시체를 다시 살아나게 한다. 떠나간 영혼을 돌려놓는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이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욕망에 비틀리고 일그러진 군상들이 한 편의 지옥도를 보는 것 같다. 단절된 채 타인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거부하고 있다.

최민우(주지훈 분)의 눈에 모든 타인의 존재가 철저히 왜곡되어 보이고 있다. 누나 최민영(유인영 분) 역시 남편의 진심어린 조언보다는 무조건적인 복종과 지지만을 요구한다. 남편 민석훈(연정훈 분)에게 집착하는 최민영이나 타인과의 관계를 철저히 거부하고 배제하려는 최민우의 행동은 그래서 닮아 있을 것이다. 악은 악으로부터 자라난다. 최민우의 생모는 어려서 시체로 발견되었고, 최민영을 둘러싼 조건들이 그녀의 순수한 진심마저 오염시키고 만다. 그 중심에는 아버지 최회장이 있다. 인간이란 단지 자신이 가진 돈을 위한 수단이다. 피를 이은 자식조차. 그리고 죄로부터 다시 죄가 자라난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다. 어쩌면 서글프다. 술에 취해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와중에도 변지수는 혹시라도 돈을 잃어버릴까 먼저 안전한 장소를 찾아 숨기려 한다. 전혀 엉뚱한 곳에 숨기고서도 숨겼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한다. 그녀가 그 돈을 갖기 위해 다졌던 각오가 허무할 정도로 어이없이 잃어버린다. 삶이란 어째서 이리도 슬프고 사람은 이리도 어리석은가. 최민우와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된다. 그 돈을 찾아 최민우에게 전화를 건다. 마침 최민우에게 큰 사건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최민우와 함께 있던 서은혜가 풀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주워야 했고 찾아야 했던 그 돈이 그녀를 어디로 데려가게 될까.

상당히 익숙한 전형적인 스타일의 연출과 구성이 어쩌면 자칫 지루해지기도 한다.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것이 있다. 그럼에도 철저히 기대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기대를 배반할 것인가. 절대 어설퍼서는 안된다. 수애의 연기력이야 믿고 보는 것일 터다. 두 사람이며 한 사람을 연기한다. 이제 겨우 시작도 하지 않았다. 시작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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