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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30 09:00

TOP밴드 스페설 "148일간의 기록..."

TOP밴드 시즌1의 끝을 아쉬워하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아직도 필자는 토요일 오후 10시만 되면 습관처럼 KBS2로 채널을 고정시킨다. 그리고는 아쉬움과 상실감에 컴퓨터 하드에 저장되어 있는 <TOP밴드> 녹화본을 찾아 재생한다. 일상이 되어 버렸다. 토요일에는 드라마보다 탑밴드!

그 보고서였을 것이다. 지난 148일 동안 토요일 오후 10시 15분 한국방송 KBS2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 그 70분 남짓한 시간을 위해 그 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울고 웃고 놀라고 환호하던 그 순간들을 위한 기록이었을 것이다.

"모든 소리는 음악이 되고, 음악은 밴드로 완성된다!"

아마 첫 회 방송이었을 것이다. 조금은 낯설기도 했었다. 이렇게나 많은 시간이 흘렀던가. 김세황과 남궁연, 송홍섭의 하늘과 땅과 사람을 잇는 연주가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조금은 잔망스럽기도 했던 서툰 어색함과 미숙한 어수선함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던 무렵이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TOP밴드>는 괄목상대라는 말로도 부족할 것이다.

사실 처음 <TOP밴드>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한 가지 뿐이었다. 다름아닌 밴드에 대한 진정어린 관심과 무한한 애정. 그것이 바로 서로 다른 시간과 서로 다른 공간에서 연주하면서도 어느새 음악을 통해 하나로 어우러지던 첫 회 서두의 장면에서 그대로 느껴지고 있었다. 이것은 상당히 문학적이다. 그리고 미학적이다. 제작진은 진심으로 밴드와 밴드음악을 좋아한다.

아니나 다를까 1차예선을 거치고 2차예선을 거치는 동안 제작진이 시청자에 보여준 것도 별다른 것이 없었다. 밴드를 하는 즐거움과 밴드를 하는 대단함.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필수라 할 수 있는 캐릭터와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은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것은 자칫 무대에 올라 자신의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는 밴드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했었다. 그것은 본선이 시작되고 마침내 생방송이 시작된 두로도 제작진이 반드시 지켜 왔던 원칙이었다. 시청률을 위해 참가밴드들의 진정성을 해치지는 말자.

그같은 진정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 것이 <TOP밴드> 탈락자들로만 이루어진 'TOP밴드가 뭐라고' 취재장면이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패자들일 것이다. 24강에 든 승자가 있고, 그에 미치지 못하여 떨어진 패배자들이 있다. 오로지 승자만을 원하는 오디션에서는 단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소재 이상으로는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직접 탈락자들이 모여 기획한 공연을 취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영원한 탈락은 없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무대는 계속됩니다."

어차피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었고, 지금도 무대에 서고 있는 이들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고작해야 오디션프로그램 하나다. 거기에서 24명 가운데 이름을 올리고 마는 것으로 그들의 음악인생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영향은 있었을 것이다. <TOP밴드>에 참가하고 나서 내홍을 겪고 있다는 어느 밴드처럼. 기왕에 영향이 있을 것이면 좋은 영향이 있기를. 역시나 탈락밴드인 사운드힐즈의 말이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승자만을 보지 않는다. 누가 이겼는가만 살피지 않는다. 패자도 밴드다. 음악인이다. 오늘의 패배로 내일의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패자에게는 또한 패자만의 음악이 있다. 그것은 매우 배타적이며 독립적인 것이다. 이겼다고 해서 더 우월한 것이 아니고, 졌다고 해서 형편없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승자의 음악이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들을 가능성이 더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악일 것이다. 단지 흥미만을 생각했다면 승자들만으로, 그들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장면만을 내보냈으면 좋았으련만.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1차 예선에서 다시 보고 싶은 밴드로 꼽힌 팜팜과 이판사판과 로맨틱워리어. 조유진의 말이 아니더라도 팜팜은 그 화려한 외모만으로도 뭇남성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판사판은 늦은 나이에도 온갖 오디션에 도전하고 떨어지고 있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로맨틱워리어는 홀로 각박한 삶을 지탱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놓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TOP밴드>가 진정 의도하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대중에 선보일 수 있는, 음악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들일 수 있도록 훈련시킬 수 있는 첨병으로서. 원래도 심사위원들도 <TOP밴드>를 통해 밴드음악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스타밴드의 출현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 지나치게 특정팀에 편향적이지 않느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가장 많은 장면에서 게이트플라워즈가 보여지고 있었다. 마지막 결승까지 올라간 POE나, POE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톡식마저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아예 이들과 비교해 전혀 자기만의 분량을 확보하지 못한 팀들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게이트플라워즈는 아예 "TOP밴드 스페셜"이 아닌 "게이트플라워즈 스페셜"이라는 제목이 어울릴 정도로 모든 거의 모든 장면에 얼굴을 비추고 말았다.

하지만 어차피 방송국 PD란 교사가 아닐 것이다. 반드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기계적인 중립을 지켜야 하는 존재가 아닐 것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위화감이나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로지 시청자가 보고 싶아 하는 바를, 시청자가 보고싶어지도록 보여주는 직업일 것이다. 대중은 무엇을 가장 궁금해하고 기대하는가? <TOP밴드>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하필 방송분량이 가장 많았던 네 팀 - 게이트플라워즈와 브로큰발렌타인, POE, 톡식이 모두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팀들이라는 점을 유의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느 쪽이 더 재미있을까?

이미 얼굴도 익고 해야 사소한 농담을 해도 웃어준다. 얼굴을 보았어도 얼굴이 익지 않으면 그 하는 말이나 행동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PD 자신도 재미있었을 것이다. PD 자신이 재미있게 자신감을 가지고 만들어야 지켜보는 시청자도 함께 즐거울 수 있다. <TOP밴드>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마침내 결승까지 치르고 마칠 수 있었는가? 그 중심에 누가 있었는가? 누가 관심의 중심에 있었는가? 비록 4강에 머물기는 했지만 게이트플라워즈가 톡식과 더불어 <TOP밴드> 화제의 중심에 있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출연밴드를 고루 배려해야 하는 경연이 아닌 것이다. 누가 이기고 지는가 하는 싸움이 아니다. 이미 결과는 나왔고 그 과정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를 위한 보고서였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는 각자의 역할에 따른 비중의 차등이 가해진다. 그러한 비중의 차드까지 포함한 것이 바로 보고서인 탓이다. 그리고 그것은 PD 자신의 판단에서 비롯된다. PD가 가장 최선이라 여긴 판단에 문제가 있다면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만 비판하면 그만이다.

다만 아쉽다. <TOP밴드>가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가장 결정적으로 다른 점일 것이다. 연주밴드가 존재한다. BBA와 제이파워, 연주밴드들이 24강에까지 올랐고, 이 가운데 제이파워는 게이트플라워즈와 더불어 4강까지 올라갔었다. 4강에서 제이파워가 맞선 밴드가 바로 우승팀인 톡식이었다. 문자투표에서 지기는 했지만 그 전 주 라떼라떼와의 8강전에서도 제이파워는 시청자 문자두표의 힘으로 라떼라떼를 꺾고 4강에 오르고 있었다. 과연 어느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보컬이 없는 연주중심의 밴드가 그토록 주목받을 수 있겠는가? 힘들다.

그래서 아쉬운 것이다. 워낙에 조용했던 밴드였기에. 게이트플라워즈처럼 굴욕에 가까운 연주를 동영상으로 남긴 것이 아니다. 주위와 부딪히고 충돌하는 장면도 적었다. 굴곡도 안타까움도 없었다. 자연히 제이파워와 관련한 분량이 예능적으로 반드시 필요할 수도 없는 것이고, 더 나은 분량이 있다면 배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오로지 연주만으로 쟁쟁한 보컬그룹들을 꺾고 4강에까지 올라온 저들이었는데.

어쨌거나 기회였다. 특히 홍대 인디씬에서도 비주류에 속해 있던 밴드들이번에 대거 오디션에 출연하며 주류로써 발돋움하고 있었다. 음반도 팔리고, 공연 티켓도 매진되고.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게이트플라워즈, 브로큰발렌타인, POE. 과거 대학로와 홍대가 언더그라운드의 양대 산맥이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홍대와 방송국이라는 이원을 통해 그 활동폭을 넓힌다. 어쩌면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밴드들을 알리고, 홍대와는 다른 스타일의 밴드음악의 주류를 만든다.

다행이라면 그토록 시청률까지 낮아 걱정을 끼치더니만 내년 시즌2 제작이 결정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TOP밴드>의 실천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공중파를 통해 밴드를 알리고 저변을 늘린다. 밴드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키운다. 밴드의 감동을 전한다.

다시 보아도 좋다. 매 순간의 감동과 흥분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다. 몇 번을 반복해 보았음에도. 그를 위한 선물이었으리라. 방송에 나가지 않은 그 뒷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과연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구나. 게이트플라워즈의 4강탈락은 여전히 뼈아팠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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