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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22 20:06

뱀파이어 검사 "독특한 소재와 특별한 완성도, 재미있다!"

초능수사물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간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최근 무척 흥미로운 드라마 한 편이 케이블채널 OCN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제목은 <뱀파이어 검사>, 제목 그대로 뱀파이어인 검사가 뱀파이어로서의 권능을 이용해 사건을 수사하는 이른바 초능수사물이다. 상당히 어려운 장르다.

원래 수사물이란 머리싸움이다. 자신의 범죄사실을 숨기려 하고 수사관들의 추적을 피하려 드는 범인과 그러한 범인이 만든 트릭의 함정을 파헤치며 진실에 접근해가는 수사관 사이의 첨예한 긴장이 바로 수사물의 재미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건을 밝혀가는 수사관의 냉철한 이성과 예리한 직관을 어떤 초월적인 초능에 의존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처음에는 신기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흐르면 그 한 가지 패턴으로 스토리가 고정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사건이 벌어진다. 현장으로 출동해 몇 가지 단서를 이용해 초능을 발휘 그 트릭을 밝혀낸다. 집요한 추적 끝에 범인을 잡아낸다. 실제 <뱀파이어 검사> 1회 '프랑스 인형이 있는 방'에서는 그같은 문제가 분명히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피를 통해 사이코메트리를 하는 뱀파이어 검사 민태연(연정훈 분)의 캐릭터는 무척 신선하기는 하지만 결국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는가.

그러나 <뱀파이어 검사>의 제작진은 영리했다. 이와 같은 초능수사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안다. 첫째는 배후 이야기다. 사건과 관련한 배후의 이야기로써 사건을 추적해가는 수사물의 긴장을 대신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중트릭이다. 오히려 초능으로 인해 진실이 가려지게 되는 경우를 설정하는 것이다. 즉 초능에도 한계를 둔다. 물론 아직까지 뱀파이어 검사의 권능에 어떤 한계가 있는가는 드러난 바가 없다.

첫 회에서는 미용을 위해 어린아이의 피를 수혈하는 잔혹하지만 뱀파이어만큼이나 상당히 비현실적인 내용이 방송을 타고 있었다. 충분히 자극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때 내린 판단은 그저 그런 흔한 고어적인 이야기로 채워진 드라마이겠구나. 그러나 2회에서 살해당한 영화감독이 원래 구상했던 수법으로 정작 담당형사가 살인을 저지른 정황이 드러나게 되었을 때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검사 민태연의 뱀파이어로서의 권능은 그 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자신의 트라우마를 만나고 있을 뿐. 사건의 해결 그 자체보다 숨겨진 트릭과 그 트릭과 마주하는 민태연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며 상당히 기묘하면서도 신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3화에서의 2중적인 사건구조는 민태연의 초능에 제약을 가하는 동시에 관음적인 사회분위기에 대한 경종이 되고 있었다. 민태연이 비록 피를 마시고 사건 정황을 유추해 볼 수는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결국 민태연이 범인이라 여겼던 손가락 없는 남자는 단지 그 사건을 지켜보고 있던 목격자에 불과했고 정작 범인은 따로 있었다. 오히려 민태연의 사이코메트리가 목격자를 범인으로 확정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정작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 있던 신입 검사 유정인(이영아 분)을 하마트면 위험에 빠뜨릴 뻔한다. 묘하게 단속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화면이 변태적인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던 범인과 그것을 즐기는 인터넷의 관음적 도착과 묘하게 어울린다.

한 마디로 제목도 <뱀파이어 검사>이고 주된 내용도 뱀파이어로서의 권능을 이용해 수사하는 초능수사물이지만 드라마는 뱀파이어로서의 권능이라고 하는 함정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 뱀파이어의 권능이라고 하는 초능으로 인해 훼손된 수사물로서의 긴장에 대해서 그것을 다른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통해 벌충할 줄 아는 지혜도 발휘한다. 무엇보다 영상이 뱀파이어라고 하는 초현실적 존재과 무척 어울린다. 꿈을 꾸는 듯 이어지지 않는 단속적 영상이 고어적이며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남의 이야기 같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이끌릴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오히려 특수효과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극적 긴장과 밀도를 더욱 높이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특수효과가 쓰이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면서 결정적이다. 그 이외의 장면에서 뱀파이어로서의 민태연의 어떤 초능은 드러나는가. 물론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제한된 특수효과는 마치 약속처럼 시청자를 드라마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기대하게 만든다. 그 순간 만큼은 민태연은 뱀파이어다. 사건이 해결되고 찾는 은밀한 카페의 모습처럼. 소재에만 의지해 드라마를 만들지 않는다.

얼핏 허술한 듯 하면서도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어쩐지 뱀파이어의 권능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이후의 전개가 뻔해 보이는데도 다음을 궁금해하며 지켜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잘 만든 드라마다. 연정훈과 그의 비밀을 아는 수사관 황순범을 연기하는 이원종의 능청스런 연기가 보기에 즐겁다. 이영아가 연기하는 유정인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면서도 개성적이다. 드라마의 스팩트럼을 넓혀준다. 굳이 대단한 특수효과 없이도 이런 독특하면서도 특별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무척 보는 즐거움이 있는 드라마다.

이제 겨우 3회, 사실 단정짓기는 아직 이른 것인지도 모른다. 예전에도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처음의 신선함은 사라지고 자칫 더 큰 자극을 쫓아 드라마의 균형을 흐트리거나, 아니면 아예 소재의 특별함 자체를 무시하고 평이한 이야기로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드라마가 진행되면 시청자 역시 이야기에 익숙해질 테고, 그런 시청자를 지속적으로 만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후반으로 가 봐야 진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기대 이상이었다. 그저 흔하게 뱀파이어라는 특수한 소재에 의존하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이상이었다. 첫회에서의 평이함에 대한 실망은 2회에서 바로 바뀌게 되었다. 제대로 된 추리물이면서, 초능물이었다.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흥미를 더해간다. 특히 프롤로그를 통해 계속해서 보여지는, 그리고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민태연이 뱀파이어가 된 사연에 대해서 끊임없이 궁금증과 흥미를 자극한다. 일관된 이야기구조와 더불어 매번 완결된 이야기구조를 병행하며 완성시켜간다.

특별히 대단한 세트나 막대한 제작비만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엄청난 것이 있어야 뱀파이어와 같은 특별한 소재를 완성시켜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아이디어다. 창의력. 매우 창의적인 드라마일 것이다. 재미있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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