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2.27 05:11

착하지 않은 여자들 2회 "평범하지 않은, 불편할 정도의 우울함"

김혜자, 채시라, 도지원, 베테랑의 무게를 느끼다

▲ '착하지 않은 여자들' ⓒIOK미디어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착하지 않은 여자들' 무언가 우울하다. 꿈도 희망도 없다. 지금의 현실이 암울해도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슬퍼도 웃을 수 있고, 아파도 즐거울 수 있다. 때로 내일이란 현재를 잊게 만드는 마약과도 같다. 그런데 그마저도 없다. 어떻게 이 답답함을 견뎌야 할까?

아마도 강순옥(김혜자 분)의 둘째딸 김현숙(채시라 분)이 메인일 것이다. 그만큼 굴곡이 많다. 격정이 많다. 아직까지는 김현숙을 통해서만 사건이 일어나고 감정이 모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김현숙은 장점이라고는 없는 사회적 열등생이자 낙오자다. 그렇게 시작한다. 어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한다며 모두 날리고, 그것을 복구하겠다며 도박에 손을 댔다가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괜히 아버지가 사랑했던 여자 장모란(장미희 분)로부터 돈을 받아와서는, 더구나 그 사실을 눈치없이 어머니에게 털어놓아 분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도대체 그런 그녀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래서일 것이다.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어린 시절을 어머니의 외면속에 자라야 했었다. 더구나 너무 잘난 언니를 둔 탓에 언니 김현정(도지원 분)과 항상 비교당해야 했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지시에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가 아이들로부터도 따돌림당하는 처지가 되어야 했었다. 결국 선생님의 선입견과 오해로 인해 누명을 쓰고 학교에서 내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했었다. 그야말로 인생의 모든 굴곡 그 자체일 것이다. 어쩌면 그 가운데 어디선가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 시청자 자신과 만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한가지씩 자기만의 상처와 열등감이 감춰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인정받기 위해 능력도 안되면서 돈을 벌어보겠다 무모한 시도를 하고, 결국 모두에게 피해만 끼치고 만다. 나같은 것 살아서 무엇하는가.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될까? 잘하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그나마 내세울 것이라고는 하나 있는 딸 정마리(이하나 분)를 박사까지 만든 것 하나 뿐이다. 벌써 중년을 넘어가는 그녀의 인생에 이제라도 내세울 수 있는 것이 하나쯤 생길까? 어쩌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한 가지가 그녀에게도 생기게 될까? 딸도 아닌, 오랜 친구도 아닌, 오롯한 자신으로써 자신을 자신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날 수 있을까? 우연히 신문기사를 통해 마주한 옛악연과 죽어가던 자신을 구원한 어머니의 옛악연은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그래도 마지막에는 당당히 웃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지금의 실패와 굴욕조차 언젠가는 웃으며 말할 수 있는 한바탕 헤프닝으로 넘길 수 있도록.

아직은 한참 젊은데도 정마리의 인생은 마치 모두 끝난 것처럼 보인다. 억지로 부여잡고 있던 시간강사 자리마저 이제는 그만둬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공부 뿐인데 이제 와서 다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그녀를 기다리는 가능성들이 있다.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인연들이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할머니, 엄마, 이모, 모두 이제는 잠잠해질 시기다. 그래서 더 흥미로운 것일수도 있다. 엄마 김현숙과는 다른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앞으로의 일상이 그녀를 어떻게 변화시켜갈 것인가. 통속적이면서 전형적인 이야기들은 김현숙의 주제와 더불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두 개의 큰 줄기가 될 것이다. 역시 보편적인 재미는 젊은 이야기가 책임져야 한다.

과연 마지막 장면에서 장모란의 가슴을 강순옥이 걷어찰 때는 비명까지 터져나오고 있었다. 과연 시간이 흐른다고 남편의 사랑을 빼앗아간 여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 아무리 시한부 인생을 산다고 그 굴욕과 분노를 선선히 잊어 줄 수 있을까? 어쩌면 진심이었는지도 모른다. 딸 김현숙에게 장모란을 찾아가려는 이유라며 이야기한 것들은. 그러나 정작 장모란을 만나는 순간 더 깊은 더 진실한 감정이 자신을 지배한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 때로는 예고편이 없는 쪽이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김혜자의 원숙하면서도 노련한 연기가 드라마를 다채롭게 만든다. 김혜자의 표정에 따라 드라마의 색이 바뀐다.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가는 채시라의 망가지는 연기 또한 드라마에 숨과 온기를 불어넣는다.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과 캐릭터들이 실제처럼 생동감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덕분이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들이 특별해지기도 한다. 뻔한 것 같으면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대본은 아직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배우들이 보여주는 것만을 그저 보고 듣고 즐기며 누린다.

판단하기 꽤나 어려운 드라마였다. 무엇보다 불편했다. 재미있자고 드라마를 본다. 특히 평일의 드라마는 고단한 일상의 사이에 작은 휴식과도 같다. 벽에 막히면 돌아가면 되고, 폭풍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사람이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