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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2.19 19:26

하이드 지킬 나 9회 "구서진이 된 로빈, 구도가 명확해지다"

로빈의 존재의 이유, 구서진 로빈 뒤에 숨다

▲ '하이드 지킬, 나' 공식 포스터 ⓒ에이치이앤엠, KPJ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과연 거울 앞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리 모든 사람들이 찬양해마지 않는 미남미녀라도 거울 앞에 서면 항상 자신의 단점부터 보게 된다. 헤아릴 수 없이 보아왔고, 그래서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차라리 저주와도 같다.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 묻자 왕비의 거울은 '백설공주'가 가장 아름답다 대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바로 자신이다. 가장 먼저 알고, 가장 먼저 말하고, 가장 먼저 듣는다. 그래서 묻는다. 답을 듣고자 한다. 뻔한 거짓말이라도. 단지 자기가 듣고 싶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사실조차 다름아닌 자신이기에 누구보다 지나치도록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자신에 대한 분노와 혐오의 감정마저 가지게 된다. 자기를 외면하고 자기를 부정하려 한다. 자기를 믿으라! 어쩌면 너무 쉬운 말이지 않을까?

구서진(현빈 분)에게 자기란 없다. 구서진에게 자신이란 아버지(이덕화 분)가 기대하는 자신이다.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자신이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지 않고, 탐욕스러운 친척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그를 위해 버려야 하는 것이 있다. 어떤 거짓말로도 속일 수 없는,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되는 진실이다. 그래서 자신조차 볼 수 없도록 자신을 더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둔다. 자기를 자기로부터 분리한다. 그것은 자신이 아니다. 지금 여기 있는 것만이 진정한 자신이다. 그러나 진짜 그가 부정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자신이 아니었을까.

비로소 깨닫는다. 자기에게 결여된 것을. 자기에게 진정 필요한 것을. 그럼에도 그것을 가질 수 없는 이유를. 자기를 믿어야 한다. 진정한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 그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자신의 모습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차라리 숨는다. 차라리 도망쳐 버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아무것도 들리지 않도록.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또다른 자신이란 훌륭한 핑계거리다. 마치 타인처럼 뒤에 숨어 탓하고 비난한다.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이 두려워서다.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럴 의도가 없더라도.

지난번에는 구서진이 로빈이 되어 로빈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로빈이 구서진이 되어 구서진에 대해 알아간다. 구서진은 어떤 식으로 말하고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구서진의 주위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완벽한 구서진이 되기 위해 외우고 익히고 흉내낸다. 그러나 구서진이 로빈이 될 수 없었듯 로빈 역시 구서진은 될 수 없다. 로빈의 존재를 아는 권영찬(이승준 분)과 무엇보다 아버지를 속일 수는 없다. 끝끝내 구서진의 아버지는 로빈도, 구서진도 믿지 않았다. 로빈이 구서진이 되어 구서진의 일상을 대신해야 한다.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 로빈이 결국 구서진의 그림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서진은 단지 존재하기에 존재한다. 다른 이유따위 필요없다. 진정한 자신이든, 혹은 억지로 만들어 꾸민 자신이든,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든 구서진은 오로지 구서진일 뿐이다. 그러나 로빈에게는 이유가 존재한다. 그가 세상에 태어나고, 현실을 살아가고, 혹은 언젠가는 소멸하게 될 이유다. 마치 신의 말씀을 쫓는 사도처럼 로빈은 그것을 쫓아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다. 피조물이며 필멸자로서 창조주의 의지를 쫓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는다. 상당히 종교적이다. 장하나라는 모태에서 그는 생식없이 태어나고 있다.

구서진이 범한 과거의 죄가 그의 뒤를 쫓는다. 윤태주(성준 분)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자신과 과거를 공유하는 이수현이 어느새 그의 곁으로 바짝 다가와 있다. 강희애(신은정 분)를 납치하고, 목격자인 장하나(한지민 분)까지 살해하려 하다가, 이제는 로빈의 정체마저 눈치채고 말았다. 강희애의 제자로서 강희애의 논문에 나온 멘탈해킹을 현실에서 실제로 성공시켰을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윤태주가 구서진의 적으로 등장한다. 숨어버린 구서진을 위해 로빈은 윤태주와 맞서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의 곁으로 장하나가 다가온다.

확실히 조마조마한 것이 있으니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등장인물의 위기에 함께 긴장하고, 엇갈리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 판단한다. 누군가의 편에 서서 상대를 바라본다. 의미가 부여된다. 로빈과 같다. 드라마속 인물들은 그 이유가 주어졌을 때 그 의미도 가지게 된다. 존재하게 된다. 아무 관계도 아니던 구서진과, 그리고 로빈과 윤태주와의 사이에 살벌한 긴장이 흐른다.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던 로빈이 구서진을 대신해서 자신을 노리는 윤태주와 맞서게 된다.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기대하게 된다. 드라마를 보는 재미다.

구서진과 로빈의 관계가 보다 명확해진다. 구서진과 특히 로빈이 경계해야 할 대상, 즉 적도 보다 분명해진다. 그리고 대신 장하나와의 로맨스는 약해진다. 로빈이 아닌 구서진이어야 한다. 우정(혜리 분)의 개입으로 계기가 쌓여간다. 언제 구서진이 로빈을 대신하더라도 무리가 없도록, 구서진이 된 로빈의 이후 모습도 무척 흥미롭다. 재미있어졌다. 늦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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