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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2.18 06:43

펀치 마지막회 "너무도 쉽고 어려운 한 마디, 법은 하나다!"

검사가 되려 하는 이유, 타락하는 이유, 단지 사람만 지나가다

▲ SBS 월화드라마 '펀치'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역설일까?

"법은 하나다!"

윤지숙(최명길 분)이 항상 누군가를 단죄하며 건넨 한 마디였을 것이다. 이 한 마디가 바로 이 드라마의 주제였다.

모든 사람에게 법이 평등했으면. 검찰총장이든, 법무부장관이든, 세탁소 아들이든, 법조계 명문가의 딸이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법이 적용될 수 있었다면. 이태준(조재현 분)과 박정환(김래원 분)이 검사가 되고자 결심한 이유이기도 했다.

신분상승의 통로였다. 사법고시라는 것. 판검사란 곧 개천을 벗어나고 싶은 이무기들이 바라던 궁극의 목표였었다. 남들과 다르기 위해서. 남들보다 위에 서기 위해, 불우하고 비참한 현실을 뒤집기 위해 차라리 돈이 목적이었다면 문제는 더 단순했을 것이다.

죄가 아닌 것도 죄로 만들 수 있다. 죄인 것도 죄가 아닌 것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럴 힘이 있다. 단지 법을 알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에 법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이유 때문에. 무엇보다 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누군가가 주위에 없었다. 법 위에 사람이 있었다. 정의 위에 권력이 있었다. 법을 배운다는 것은 그 권력에 다가가기 위한 지름길이었다.

법을 지켜야 할 검사가 오히려 법을 어긴다. 법을 속이고, 법을 기만하고, 법을 회피하며, 법을 개인을 위산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 법의 정의를 말하면서 자신만은 예외로 두고자 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법이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름의 충실함이다. 도덕적 판단 없이 오로지 법이 가지는 그 위력에만 도취된다. 그것이 지금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이태준(조재현 분)은 왜 검사가 되고자 했던 것일까? 박정환(김래원 분)은 어째서 검사의 신분을 지키고자 그리 필사적이었던 것일까? 이호성(온주완 분)이 꿈꾸던 검찰의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윤지숙에게는 그것들이 처음부터 주어져 있었다. 그것은 윤지숙 자신이 필사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무엇이었다. 마지막 선물이었을 것이다. 박정환 자신이 떠나듯 이태준 역시 자신의 죄로부터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잃은 순간 이태준은 아무것도 없던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간다. 박정환 역시 마찬가지다. 이호성은 그동안 잃기만 했었다. 이호성에게 지금 무엇이 남아있는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들조차 자신을 경멸하며 외면하고 있다. 돌아갈 곳이 없다. 윤지숙 역시 처음부터 모두 주어진 것이었기에 모든 것을 잃은 지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마지막 순간 두 사람이 보여주는 뒷모습이 그레서 크게 차이가 난다. 처음으로 돌아갔고, 미지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간만에 법대로 해보려 했더니 안되네?"

그것은 자조였을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총수로서 법대로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려 했건만 그조차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법보다 더 강한 것. 법의 위에 있는 것. 윤지숙이 가진 인맥이 그런 이태준조차 막아서고 만다. 그래서 더 위로 올라가려 했고, 윤지숙을 끌어내리려 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이 허무와 회한 뿐이다. 고작 이런 것이던가.

마지막 승부수였다. 이호성이 자신이 가진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에 집중하느라 정작 이태준 총장에게 건넬 퇴임사는 살펴보지 않기를.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마지막 진통제마저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 자신을 제물로 던진다. 자신이 의식을 잃는다면 그만큼 더 이호성과 윤지숙은 방심하게 될 것이다. 차안에서 물을 사러 편의점에 간 이호성과 눈을 마주친 이유였다. 아무것도 없이, 몸도 가눌 수 없는 처지의 박정환에게 그것은 필사의 시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성공했다. 이태준이 박정환의 의도를 제대로 이어받았다.

다시 처음으로 자신이 지은 모든 죄의 댓가를 치르고,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들을 원래대로 돌려놓고서 박정환은 죽고, 이태준은 감옥으로 간다. 차라리 홀가분하다. 역시 조강재(박혁권 분)과 이태준이 가지는 결정적인 차이였을 것이다. 자신을 위해 살았다. 비록 잘못된 길이었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 후회따위 있을 리 없다. 그들은 동지였다. 어쩌면 더 가까운 형제였고 부자지간이었을 것이다. 그토록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던 것은 그만큼 서로에게 서로가 중요한 의미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비로소 마지막 가는 길에 그 마음을 확인한다. 냉소처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기를 책과 함께 염려와 당부를 건넨다. 후회하지 않기를.

이태준이 아니었다. 이태준조차 어쩌면 지엽이고 말단에 불과했을 것이다. 열의에 불타던 초임검사가 어느새 부패한 검사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윤지숙의 말 몇 마디에 검찰과 사법부를 움직여주는 원로들이 있었다. 윤지숙의 이름만 믿고 그녀의 죄를 감춰준다. 이태준과 박정환이 그토록 바라던 그것일 터다. 이호성은 바로 그것을 위해 자신의 우정과 신념과 양심을 저버렸을 것이다. 그저 윤지숙 하나를 처벌했을 뿐. 이후 검찰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한 건 이태준도, 윤지숙도 검찰의 시작은 아니라는 것일 게다. 물론 끝도 아니다.

말미의 방송사고는 참으로 우려스러웠다. 여전히 시간에 쫓기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것조차 살피지 못하며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만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다시 한 번 감탄하는 바다. 조재현과 최명길, 김래원, 온주완, 서지혜, 김아중, 많은 부족한 것들을 배우의 연기력이 대신한다. 즐거웠다. 마무리도 훌륭했다. 좋은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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