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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10 07:18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푸르른 청춘이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만개하다!"

두려움을 이기고 설레임으로써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솔직히 반칙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이 이번 KBS에서 주최한 대국민합창대회 '더 하모니'에서 은상을 수상했을 때, 이건 너무 불공평한 경쟁이 아니었는가.

당장 지휘자의 스승이 세계적인 합창지휘자 윤학원씨다. 심지어 윤학원씨는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던 '청춘합창단'에 무려 직접 와서 지도까지 해주고 있었다. 수많은 명곡을 써냈던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오리지널 합창곡을 쓰고, 그리고 그것을 윤학원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인천시립합창단의 편곡자 우효원씨가 편곡을 했다. 방송국차원의 적극적인 서포트와 박완규와 임혜영이라는 보컬트레이너. 하기는 합창단원들 면면이 오디션을 거친 실력자라는 것은 다른 합창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렇다고 쉬운 여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단 다른 합창단들은 최소한 수 개월 이상 함께 호흡을 맞춰 온 시간이 있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함께 호흡을 맞춰본 시간일 것이다. 그에 비해 '청춘합창단'은 고작 3개월을, 그것도 일주일에 한 번 전국방방곡곡에서 힘들게 모여 연습하고 있었다. 경험자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는 합창이라고는 처음인 사람도 있었고, 나이나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합창에만 전념할 수 없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희생해가며 연습에 임했고 마침내 무대에까지 설 수 있었다. 조금은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되는 신생프로젝트 합창단에 대한 핸디캡이었다고나 할까? 일단 지휘자부터가 초보자였으니까.

결국은 그 출발점이야 어떠했든 그동안 꾸준히 연습도 하고 무대에도 올라 은상을 수상하기까지 직접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선보인 것은 '청춘합창단' 단원들 자신이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일찌감치 그 많은 일들을 다 마치고, 주위에 부탁해서 수업을 조정해서 합창연습에 지장이 없도록 힘쓰고, 애써 딸들에 물어 MP3플레이어 조작법도 배우며, 아들에게 원래 아이돌들 부르는 노래가 어떠한가에 대해서도 물어 본다. 멀리 김해에서 올라와야 했던 김삼순씨나, 역시 벌을 치다가 연습이 있을 때면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김성록씨, 큰 수술을 하고 아직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다는 이만덕씨, 그저 윤학원씨가 있고, 우효원씨가 있고, KBS의 지원이 있어 그와 같은 무대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인가?

그렇게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어 연습 때보다도 더 서툰 엉망진창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무대에 오르자 그들은 무대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김태원이 말했다. 설레이는 자는 이기고 긴장하는 자는 진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두려움을 설레어하는 사람과 설레임을 두려워하는 사람, 앞으로 나갈 줄 아는 사람과 제 자리에 머물며 뒤로 물러설 생각만 하는 사람이다. 청춘이란 그런 것이다. 앞에 무엇이 있든 일단 도전하고 보는 것. 아직 젊을 때는 세상을 몰라서라도 그렇게 겁도 없고 무모하다. 더구나 그동안의 힘든 연습의 과정이 있지 않았는가. 자신을 믿어도 좋을 때다. 그들은 마침내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었고, 그 결과 연습 때보다도 더 멋진 무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두려움조차 즐긴다. 앞으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보는 시청자들마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어느새 50줄을 넘으면 황혼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하던 일에서마저 물러나고 나면 조용히 늙어갈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는 것보다 이제는 하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하기 쉬운 때다. 그런데 자신들의 힘으로 그들은 그 큰 무대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 떨고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무대에 올라 무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고 있을 때, 과연 그들은 이제 황혼을 준비하는 '실버'들에 불과한가?

오히려 선진국에서는 은퇴를 두고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제까지 열심히 일을 하며 돈을 벌었으니, 은퇴하고 나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머지 인생을 즐긴다.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해 내몰리는 것이 아니다. 진정 자신의 인생을 즐기기 위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일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자존이다. 자존이란 다른 게 아니다. 나란 얼마나 가치있는 인간인가. 사실 일을 하는 동안에도 그것을 느낀다. 매일같이 챗바퀴 돌 듯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때 불현듯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가 들게 된다. 그때 다시금 자존감을 찾아주는 것이 취미생활이다. 스포츠나 예술활동이나 기타 자기계발과 관련된 것들. 나이를 먹으면 그것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된다. 젊었을 적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몸과 마음에 대해 나는 아직도 가치가 있는가. 그래서 더욱 나이를 먹고 나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이제 대한민국도 고령화사회를 넘어 초고령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그다지 얼마 남지도 않았다. 갈수록 노인인구는 늘어나는데 지금처럼 공원에 나가 한적하게 장기나 두고 용돈으로 술잔이나 기울이는 무료한 노인인구만을 늘릴 것인가? 그것은 이미 노인이 된 자신들의 문제이며, 또한 장차 노인이 될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니 굳이 노인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란 과연 가치있는 인간인가.

그런데 '청춘합창단'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로써 그것을 훌륭히 입증해 보이고 있었다. 합창대회의 은상수상이란 그에 대한 작은 보상일 뿐. 사실 은상이 아니어도 좋은 것 아니던가. 그만큼 '청춘합창단'이 보여준 무대는 단연 최고였다. 그것은 온전히 그분들 자신들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내가 그러한 것마냥 보는 이들에게도 어떤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어떤 반성이며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였다. 합창대회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간 합창단원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무척 의미있게 다가온 것은. 물론 한 순간의 꿈이었다. 방송에 출연하여 자기가 그토록 좋아하던 노래를 마음껏 즐기며 큰 대회에서 은상까지 수상한 것은. 그러나 바로 그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 인간이 지금까지 문명을 발전시켜온 원동력인 것이다. 꿈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꿈이 된다. 꿈을 꿀 수 있었기에 인간은 현실을 꿈으로 만들 이유를 찾게 된다. 이유가 있다면 의지가 생기고, 의지는 노력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그야말로 '청춘'이라는 말 그대로였다고나 할까? 이분들을 푸르르다 하지 않으면 누구를 푸르르다 할까? 아직 어린 아이들마저 곧잘 주눅들어 설레임조차 두려워하여 뒤로 주춤거리기 일수인 현실에. 한 발 내딛는 것이 청춘인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청춘인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의 마지막 솔로를 위해 힘겹게, 그러나 누구보다 당당하게 한 걸음을 내딛던 84세 노강진 누님처럼. 아마 아름답다는 말도 이런 때 쓰라고 있는 말일 것이다.

꿈은 깨었지만 이제 현실을 꿈으로 만들 일만 남았다.

"앞으로는 소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소망을 나누는 일만이 남았다."

영원히 만나자는 말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얼굴 한 번 더 보자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의식이 있고, 의지가 있다면 서로 보지 않아도 마음은 이어진다. 그 의지가 아닐까?

김태원의 역할이 컸다. 많이 불안했었다. 과연 지휘자로써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겠는가? 실제 그동안도 중간중간 불안한 모습들이 보이고 있었다. 특히 윤학원씨가 잠시 '청춘합창단'에 과외를 해 줄 때는 프로지휘자와의 격차가 너무 크게 드러나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본선무대에서 역시 27년동안 한결같이 무대에 섰던 내공이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지휘란 합창단원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관객을 위한 것이기도 할 텐데, 과연 여기에서는 어떻게 부르고, 어떤 식으로 표현할 것인가를 지휘자는 몸짓으로 관객에 전달하게 된다. 합창단과 관객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김태원이다. 몸짓 하나하나가 정말 노래 그대로였다. 김태원의 눈과 그의 손과 그리고 그 손을 주시하는 합창단의 눈과 변화하는 목소리들.

27년 밴드의 리더라는 어디로 모래 빠지듯 시간이 흐른다고 새나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일 게다. 합창에 대해서는 초보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베테랑이다. 합창곡도 자작곡이고, 합창곡에 대해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게 합창에 대해서만 무지했지 음악에 대한 이해는 분명 남달랐다. 김태원이라는 선장이 아니었다면 '청춘합창단'이라고 하는 배는 어디로 향했을까? 나이도 많고 경력도 화려한 합창단원들을 이끌고 그들을 조율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지휘자 김태원의 리더십일 것이다. 억지로 가르치거나 끌고 가려 하기보다는 최대한 존중하며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지켜보는.

'남격밴드' 당시의 김태원과도 다르고 '합창단' 시즌 1에서의 박칼린과도 다르다. 리더십이란 항상 같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누구인가, 그리고 장소가 어디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예능을 하는 동료일 때와 젊은 신인연예인들과 함께 할 때와 노인들과 함께 할 때가 다르다. 그게 바로 리더십이라 하는 것일 게다. 그는 '청춘합창단'의 앞에 설 자격이 있었다.

사실 많이 지겨웠을 것이다. 무려 3개월. 그 사이 2주를 제외하고 계속해서 '청춘합창단'과 관련한 내용이 방송되고 있었다. 오디션에서, 다시 연습과정, 그리고 소년원과 군부대를 찾아가 공연하는 모습까지. 그러나 가치가 있지 않은가? 단순히 결과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기는 합창이었을 것이다. 하모니란 결과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모니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과연 상을 타지 못했다고 대국민합창대회에 출전한 다른 팀들이 서운해하거나 원망하는 감정을 가질까?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합창이란 함께 함으로써 의미가 있다.

즐거웠다. 처음에는 그저 눈물만 펑펑 쏟았고, 어느샌가 흐뭇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다름보다는 공감을 찾았고, 마치 내 이웃처럼, 가족처럼 그들이 하는 말 한 마디, 짓는 표정 하나하나에 울고 웃으며 기뻐할 수 있었다. 아쉽다면 지나친 자막만 아니었으면. 지나치게 시청자의 감정에 개입하려는 자막이 그같은 몰입을 깨뜨리고 있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 유명한 속설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 이번 '청춘합창단'만큼은 전편보다 나았다. 아니 전혀 새로운 그저 오리지날 '청춘합창단'이었을 것이다. 작년의 '남격합창단'도 분명 많은 의미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청춘합창단'도 결코 그에 못지 않다. 다만 좋은 것도 속편까지지 3편은 아니지 않겠는가. 과연 시즌3도 지금만 할까?

재미있었다.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설레임, 무대에 오르고 나서의 도취된 듯한 최고의 무대와 무대에서 내려온 뒤의 감동과 감격들. 최선을 다 해 온 시간들이 있는 만큼 그 눈물은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함께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진정한 대미를 완성한 무대였다. 청춘의 꿈을 품은 용이 눈을 그리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기꺼웠고 즐거웠다. 행복했다. 감격스러웠다. 이것이 꿈이다. 이것이 바로 청춘이다. 최고였다. 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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