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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2.06 06:18

하이드 지킬 나 6회 "아직 선명하지 못한 그림, 아쉬운 이유"

류승연 구서진의 비밀을 눈치채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범인 안기사의 동기가 전혀 단서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긴장감이 떨어진다. 강희애(신은정 분)를 공격한 이유가 어쩌면 구서진(현빈 분), 혹은 로빈과 관계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러나 그조차 전혀 확신이 생기지 않으면서 장하나(한지민 분)를 위협하던 용의자가 잡힌 것으로 모든 문제가 종료되고 만다. 과연 범인으로 인해 이후 어떤 사건과 관계들이 만들어져갈지.

더구나 악역이라 여겨지는 류승연(한상진 분)조차 아직 뚜렷하게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류승연에 의해 위협받아야 한다. 자극받아야 한다. 초반 구서진과 장하나를 압박하던 구명한 회장(이덕화 분)조차 지금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선 상태다. 위협도 자극도 없으니 좋은 말로 평온하고 보다 직설적으로 말해 지루하다. 기껏 사건이라고 해봐야 구서진과 로빈, 그리고 장하나와 민우정(혜리 분) 사이의 흔하고 뻔한 오해 정도가 고작이다.

특별한 관계다. 무려 이중인격이다. 같은 사람이 서로 다른 두 개의 인격으로 장하나와 만나고 있다. 그에 어울리는 특별한 사건들이 일어나야 한다. 특별한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같은 사람이지만 서로 다른 인격이라는 구서진과 로빈의 특수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남들과 다른 오해와 갈등을 겪고,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화해와 이해의 과정을 지나고, 사실 그렇게 얽히고 섥히는 이야기만으로도 하나의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안되고 있는 것은 처음부터 외적 요인에 의한 영향의 비중을 너무 높게 잡았던 때문이다. 그 외적 요인들이 잠잠하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도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 SBS 드라마 '지킬 하이드, 나' 포스터 ⓒ에이치이앤엠
위기일 것이다. 정작 중요한 로빈과 장하나의 로맨스는 지루하고 한 편으로 유치하기까지 하다. 로빈을 둘러싼 민우정과 장하나의 어설픈 삼각관계 역시 허술하고 작위적이다. 매력적인 주연들이기에 그들이 보여주는 로맨스란 그 자체로 하나의 판타지여야 한다.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아니 어쩌면 전혀 볼 수 없는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멋지고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준다. 이러지저러니 해도 불특정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중파드라마에서 로맨스를 빼놓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주인공 두 사람이 함께 있는데 전혀 설레거나 안타까운 감정이 들지 않는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단막극이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보아야 하는 영화가 아니다. 너무 많은 것을 작가 혼자서 감추고 있어서는 어느새 기대는 지루함으로, 이내 실망으로 바뀌고 만다. 격정이 필요하다. 일부러라도 감정을 고조시켜야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자신을 이입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시청자와 심박수를 맞춘다. 같이 위기를 느끼고, 분노와 공포를 느끼고, 희열을 느끼는 순간 시청자와 드라마속 인물들은 하나가 된다. 열심히 뒤를 쫓아오는데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당황스러울 뿐이다. 류승연 역시 구서진을 주시하며 노리고 있는데 악의가 드러나지 않으니 덤덤할 뿐이다. 이제 류승연이 구서진의 비밀을 일부나마 알게 되었으니 드라마에도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까?

외부의 위협과 만나면 사람은 누구나 숨고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 자주 다치는 부위에는 굳은살이 생기며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내부를 지키게 된다. 그래서 갑옷을 두른다. 굳은살이 생기듯 단단한 무엇으로 자신을 감싸게 된다. 여전히 겁많고 마음 여린 자신이기에, 그리고 여전히 많은 것들이 두렵고 불안하기만 한 자신이기에, 그래서 그렇지 않은 척 또다른 자신으로 가면을 쓴다. 과연 로빈이 진짜 자신일까? 아니면 구서진이 진짜 자신일까? 그러나 지금 구서진에게 필요한 것은 로빈이 아닌 구서진 자신이다. 로빈이 아닌 구서진이어야지만 그는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류승연이 흥미로운 이유다. 그는 의식적으로 자신을 분리할 줄 안다. 위선과 이중성, 그리고 서로 다른 인격, 많은 철학자들에게 오랜 숙제 였었다.

누군가 자신과 같다는 사실이, 그러면서도 자신과 다르다는 깨달음이, 그리고 서로 다른 자신을 같은 사람으로 여기는 주위의 눈이, 그러나 그런 모순된 현실과 관계가 그다지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듯하다. 구서진으로 인해 로빈과 장하나의 사이에 오해가 생겼다. 로빈으로 인해 구서진이 장하나와 동거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전에 아직 초반이라 미성숙한 로빈과 장하나의 사이가 그 오해마저 서툴게 품고 만다. 역시 더 구서진과 로빈의 갈등이 고조되고, 그 갈등이 장하나와의 사이에서 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구서진은 구서진, 로빈은 로빈, 장하나 역시 그들과 아직 그럴만한 관계가 아니다. 어설프고 따로 논다. 아직 많이 이르다.

놀이공원이라는 배경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배우고 온 서커스단 단장이라는 장하나의 설정이 묻혀 버린 때문이다. 놀이공원이란 일상에서 벗어난 오로지 유희만을 위한 공간이다. 서커스란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비일상의 광경들을 유희로써 제공한다. 장하나와 로빈이 건물 옥상에서 줄타기를 하듯. 트램블링 위를 함께 뛰듯. 오히려 강희애를 납치한 범인이 전혀 어떤 극적 긴장도 고조시키지 못하고 놀이공원이라는 배경마저 봉인해버리고 만 탓이다. 더구나 로빈의 직업은 인기 웹툰작가였다. 보여줄 것이 많았을 텐데 아직은 그저 평범한 일상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대단할 것도 없고 놀랄 것도 감동할 것도 없다.

설정도 흥미롭고, 배우의 매력이나 연기 역시 만족스럽고, 그러나 정작 드라마가 자꾸 지루해지려 한다. 그나마 윤태주(성준 분)가 범인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에서 잠깐 움찔한 것이 고작이었다. 류승연이 윤태주를 속여 구서진의 비밀을 알아내는 장면에서는 기대라는 것도 조금은 생겨난다. 역시 사건이 일어나야 드라마도 재미있다. 드라마는 자극적인 것이 좋다.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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