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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03 07:34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무대에 오르기 직전..."

단 1초도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말라.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사실 보다 말고 중간에 끊으려 했었다. 지난주 폴 포츠 출연장면에 대한 불만이 아직도 여전한 터라, 또다시 강부자라는 유명인의 이름을 빌어 이슈를 만들려 하는구나. 그러나 다행히 이번에는 단지 동년배로써 응원차 찾아와서 몇 마디 소회를 이야기했을 뿐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그동안에도 <남자의 자격> 미션이 있으면 그 미션에 대한 남성 자신, 혹은 아내나 가족의 이야기가 곧잘 곁들여지고 있었다. <남자의 자격>만의 매력이었다. 단지 TV속 예능인들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닌 우리자신의 일반적인 이야기다. 그렇다면 벌써 일흔을 넘긴 강부자씨라면 '청춘합창단' 멤버들과 동년배로서 그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노래를 들으며 공감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말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의 성급한 오해를 넘기자 역시나 <남자의 자격>다운 장면들이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저히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으로 인해 저리 민망해 하면서도 왁자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 작년 만화주제가메들리에서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아이돌메들리에는 아이돌의 춤동작에서 따온 간단한 율동이 곁들여지게 되었다. 몸이 아이돌 같지 않아 민망하면서도, 어쩌면 아이돌보다 더 젊고 유쾌한 몸동작들이었다. 때로는 누구도 감히 따르지 못할 멋진 퍼포먼스보다 작은 몸짓 하나가 더 아름답고 멋진 경우도 있는 법이다. 잘해서라기보다 즐거워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가장 보기 좋았던 것이 조석영, 박찬열 부부가 보여준 아이유-김슬옹의 '잔소리'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원래는 또래의 풋풋하지만 나름대로 진지한 사랑싸움을 다룬 노래였을 텐데, 그것이 오래된 부부를 통혀 불려지고 들려지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권영찬, 손경애 부부도 아들과 함께 2NE1의 'I don't care'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그와 비슷한 일들이 자신들에게도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젊은 아이들의 노래지만 그 가사는 당신들의 시대와도 통하는 것이 있다.

하기는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도 남주인공 차지헌은 여주인공 노은설에게 프로포즈하며 그리 말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새로운 방식을 찾으려 해도 이미 다 한 번씩은 해 보았던 것이더라. 인류가 사랑을 하기 시작한지가 도대체 몇 백만 년인데,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을까? 단지 10대의 아이유가 부를 때는 그것이 10대의 풋풋함으로 들렸을 것이고,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부르면 그들 나름의 삶의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박찬열씨가 뮤지컬을 하셨다고 하더니 연기력이 상당하다. 본공연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역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참가자 김삼순씨와 배용자씨, 그리고 권영찬, 손영애 부부의 홈비디오였을 것이다. 오디션에서 말했던 술 좋아한다는 경찰관 따님과 손주들, 그리고 역시나 부산아지매답게 야구장에서 열성적으로 자기 팀을 응원하는 모습까지. 그 순간에도 맥주캔을 놓지 않는 것은 오디션에서 말한 그대로였다.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 호쾌하고 활달한 것이 역시 어머니의 딸이구나.

배용자씨가 하프를 켜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프라는 악기가 그렇게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악기는 아닐 텐데. 한국 하프연주자 1세대, 그 말처럼 상당히 선구적인 진취적인 여성이셨을 것이다. 그러니까 느즈막이 합창단에 참가해 저토록 열심히 임할 수 있는 것이었으리라. 단지 시켜주는 이가 없어 문제지 지금도 얼마든지 일만 준다면 너끈히 소화할 수 있다. 그것은 자진삼이 아니라 이 시대 모든 실버들의 솔직한 속마음일 것이다.

관영찬, 손영애 부부와 그 자식, 손자들의 어울림은 참으로 정겨웠다. 역시나 예상대로 아이돌노래에 더 익숙한 아들과의 대화는 아이돌메들리가 결국 세대간의 소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을 것이다. 메들리에 포함된 'Heartbreaker'를 부른 '지드래곤'의 모습도 공연영상을 통해 직접 보고, '지드래곤'이 아이돌그룹 이름이 아닌 개인의 이름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2NE1의 'I don't care'에 대해서는 그 가사의 내용을 이해하느냐는 아들의 무심한 말애 과거 남편 권영찬씨의 치부를 폭로하고 있기도 했었다. 조금은 한 걸음 더 자식세대와 가까워진 느낌이었을까?

아들부부도 떠나고, 딸네도 오지 못한다 하고, 그러나 여전히 함께 하고 있는 가장 오랜 인연,

"36년 전, 낯선 여자와 낯선 남자가 만나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 하게 되었는데, 조금은 느린 템포로 서로 의지하는 만년의 삶"

부부 둘만 남아 조금은 쓸쓸하지만 설거지하는 권영찬씨의 뒷모습에는 그런 오랜 정이 있었다. 운동삼아 산길을 오르며, 그리고 막걸리를 따라 마시며, 돌탑을 쌓는 모습을 번갈아 촬영하고, 그렇게 아옹다옹 다투시면서도 가장 가까운 옆자리에는 서로가 있었다. 불현듯 조석영, 박찬열 부부의 '잔소리'가 그렇게 정겹게 들린 이유였다. 자식들이 다 떠나고 빈 자리마저 함께 지키는 것이 바로 부부인 까닭일 것이다. 그리 원망하고 화내고 싸우고서도.

이런 것을 기대했던 것이었다. '청춘합창단'을 보면서 사람들이 기대하던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그들의 일상들. 그들의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감정들. 그분들의 삶을 함께 공유하며 그분들이 느끼는 모든 것을 공감할 수 있도록. 어느새 같은 '청춘합창단'의 연습장면인데도 더 정겨워진다. 한 분 한 분이... 단순한 TV속 출연자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으로써, 공감할 수 있는 주위의 누군가의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게 된다. 폴 포츠가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 프로그램에는 필요했던 것일 텐데.

그리고 전혀 익숙하지 않은 아이돌메들리의 율동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쑥스럽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너무 정겨웠다. 이런 말 하면 실례인 것 같지만 솔직히 귀여우셨다. 분명히 힘들고 결코 쉽지는 않을 텐데도 오히려 쉬었다 하자는 트레이너 임혜영의 말에 더 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들이 멋있었다. 그래서 '실버합창단'이 아닌 '청춘합창단'일 테지만. 오랜만에 기대했던 모습에 한껏 기꺼워할 수 있었다.

역시 지휘자 김태원의 어록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단 1초도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말라."

하필 같은 날 경쟁방송사에서 하는 프로그램에서 김태원의 동갑친구이기도 한 조관우가 단 한 번의 가사실수로 인해 나머지 무대를 모두 망쳐버리고 말았다. 무대에 서기 시작한 것이 몇 십 년인데도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실수를 극복하는 것이다. 초보들은 그것이 더 심하고, 베테랑들은 경험이 있어 그나마 더 쉬울 뿐. 오래도록 반복해 온 일이기에 본능처럼 바로 대처할 수 있기도 하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보다 다가온 시간을 맞으라. 지나온 시간에 미련을 가지기보다 다가올 시간에 기대를 가지라. 그래서 긴장하면 지고 설레이면 이긴다 하는 것이 아닐까.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성공과 영광에 설레어하라. 필자의 수첩에 적어 놓았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제 실천하려 하면 쉽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리라.

어쨌거나 그래서 마침내 합창대회 당일, 어쩔 수 없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모두 얼어 버리고 말았다. 긴장한 것이 한 눈에 보인다. 겁나고, 두렵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더 잘해야 하고, 힘이들어가니 이제까지 해 온 것과 엇나가고. 하지만 어차피 합창에는 초보들이니까. 지휘자 김태원도 무대에 서 온 것이 몇 년인데 눈에 보이도록 떨고 있다. 작년에도 무대 서는 것이 일인 사람들마저 하나같이 긴장하여 떨고 있었다.

과연 지금의 떨림을 '청춘합창단' 단원들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고약스런 기사로 인해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합창대회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가. 그러나 일부러 모른 척 하려고 한다. 전혀 모르는 일처럼. 함께 긴장하고 설레어하며 무대를 기다리면서.

물론 여전히 <남자의 자격>에 대한 불만은 있다. 지난주 방송분으로 인해 참고 있던 불만이 터지고 말았다. 역시 <남자의 자격>답지 않다. 한창 재미있게 보던 당시의 <남자의 자격>만의 미덕을 많이 잃어버리고 말았다. '청춘합창단'이 끝나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올까? '청춘합창단'이 <남자의 자격>답게 대미를 장식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 본다.

서운할 것이다. <남자의 자격>에 대한 생각과는 별개로 '청춘합창단'과 그동안 든 정이 작지 않다. 언제고 이 분들을 다시 모시고, 오디션에서는 떨어졌지만 진솔하고 안타까운 사연들을 지는 분들도 함께 하는 자리에서 다시 이처럼 유쾌한 무대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너무 큰 바람일까? 평생을 함께 볼 수 있다면. 헤어짐이 벌써 아쉽다.

재미있었다.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다. 함께 긴장했으며, 함께 설레어했다. 어머니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계셨다. 언제고 필자도 저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푸르름을 간직할 수 있다면. 공감이 곧 <남자의 자격>이다. 깊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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