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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25 08:02

내사랑 내곁에 "항상 아이들이 가장 불쌍하다."

지은 죄는 항상 아이에게까지 미치는 법이다. 죄가 없더라도.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천망회회 소이불루 (天網恢恢 疏而不漏)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원래는 <노자>에서 비롯된 말로 처음에는 소이불루가 아닌 소이불실(疏而不失)이었으나 <위서> '임성왕전'에서 지금과 같이 바뀌어 그대로 쓰이고 있는 중이다. 뜻은,

"하늘의 그물은 너무 커서 얼핏 허술해 보이지만 그러나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비록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댓가를 치르고야 말 것이라는 인과율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중에라도 언젠가는. 당대가 아니라면 내 후손 가운데 누군가더라도. 하늘의 법칙은 그대로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행동을 삼가하여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말라.

그러고 보면 참 배정자(이휘향 분)라고 하는 캐릭터도 박복한 캐릭터다. 어지간하면 악역들은 그 악행으로 인한 댓가가 거의 드라마 끝무렵에 가서야 한꺼번에 밀어닥친다. 그때까지는 탄탄대로다. 그때까지는 별 다른 어려움이나 굴곡 없이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댓가를 충실히 누리며 마지막 파멸의 순간까지 마음껏 즐기곤 한다. 그러나 이게 도대체 무언가?

기껏 이소룡(이재윤 분)이 공옥순(서승현 분)과 만나는 것을 막기 위해 도미솔(이소연 분) 곤란하라고 방송국 게시판에 도미솔이 고등학교 시절 이미 임신하여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까지는 뜻대로였다. 나름대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사서 주도면밀하게 일을 꾸미고 있었건만, 그래서 봉선아(김미숙 분)이 찾아왔을 때 단호하게 잡아떼기도 했던 것이건만. 도미솔이 마침내 메인뉴스 앵커로 뽑혔다 취소되고 휴직처분까지 받았다 했을 때는 미안하기는 해도 마음먹은 대로 되었다 기꺼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설마 며느리 조윤정(전혜빈 분)이 자신이 올린 그 글로 인해 도미솔의 아들 봉영웅의 친아버지가 고석빈(온주완 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리라고는 미처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 더구나 도미솔의 일이 밝혀지면서 덩달아 도미솔의 아들임이 알려진 봉영웅마저 주위로부터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상처를 입고 말았다. 아버지라고도 불리지 못한 채 형이라 불리며 우는 봉영웅을 보아야 했던 고석빈의 울 것 같은 표정은 바로 배정자 자신의 표정이기도 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봉영웅이 고석빈의 아들임이 밝혀지며 조윤정이 다시 당당하게 나오는 것은 좋은데, 봉영웅의 일과 조윤정에 대한 반감이 배정자 그녀로 하여금 해서는 안 될 말마저 입밖에 내뱉게 만든다. 그것을 하필 조윤정이 문밖에서 듣는다. 아이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강정혜(정혜선 분)와 고진국(최재성 분)에게 양자로 보낼 조윤정의 뱃속의 아이가 절실한데, 그러나 조윤정은 매정하게 그녀를 두고 미국으로 떠나고 만다. 그녀가 이제까지 꾸며 온 모든 계획이 한 순간에 허물어지도록.

안타깝다면 그 죄를 대신 뒤집어쓰게 된 아들 고석빈과 손자 봉영웅이랄까? 그나마 고석빈은 스스로 선택한 댓가를 치르고 있다 하겠지만 아직 어린 봉영웅은 도대체 무슨 죄인가 말이다. 단지 아이의 죄라면 자신도 모르는 새 태어나고 보니 어머니가 도미솔이었고 아버지가 고석빈이었다는 것 뿐. 그조차도 아버지가 고석빈인지도 모르고, 어머니가 도미솔인지도 모른 채, 외할머니 봉선아를 엄마라 여기며 자라왔었다.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상처다.

도미솔의 절규일 것이다. 자기를 두고 어떤 말을 하든 무슨 소리를 하든 상관 않겠는데, 그러나 아직 어린 봉영웅을 두고 무어라 손가락질하는 것은 못 견디겠다.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 어린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기에. 과연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이의 잘못이던가? 엄마 도미솔에게 죄가 있어도 아이에게 그러는 것은 부당한 일일 것이다. 죄가 없어도 잘못된 오해와 편견은 아이에게까지 상처를 입히고 만다는 것일 게다.

그러고 보면 올초 <무릎팍도사>에 나와 김태원이 아내와 가족들이 필리핀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야기한 바 있었다. 둘째아이가 마음에 병이 있는데 그 아이를 두고 주위에서 하는 말들에 아이엄마인 김태원의 아내가 무척 상처를 입고 견디기 힘들어했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필리핀으로 떠나 있는 편이 좋았다. 때로 말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차별과 편견 속에 살아가느니 차라리 외국으로 입양되는 쪽이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태연히 자기 아이에게 출생을 이유로 친구와 더 이상 놀지 말라고 하는 것을 교육이라 여기는 어머니에서부터. 그러나 그와 같은 행동을 드라마 초반 봉선아 역시 딸인 도미솔에게 하고 있었다. 도미솔이 이미 임신하고 있음에도 임신했다는 이유로 친구와 어울리지 말라고.

기분나쁘지만 그게 현실이니까. 단지 미혼모의 아이라서만이 아니다. 가난해서. 공부를 못해서. 혹은 어디에 살기 때문에. 아주 어려서부터 그런 말을 듣고 자란 아이가 과연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그런 것들이 너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참 강한 여성일 것이다, 주인공 도미솔은. 어려운 시절이다. 회사에서는 휴직처리당하고, 주위에서는 손가락질당하고, 그로 인해 아들 봉영웅마저 상처를 입고 자신을 거부한다. 그런데도 오히려 피하거나 도망치기보다는 정면으로 똑바로 제 길을 찾아 나서려 한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던 어머니로서의 자신을 되돌리는 것으로써. 비록 힘들고 어려운 일들만 한가득일 테지만 그녀는 어머니로서의 자신을 포기할 수 없다. 아들과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당당하고 싶다.

그래서 어쩌면 그녀는 고석빈을 용서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써 어느새 진심으로 아이를 걱정하는 고석빈의 모습에서. 과거의 원망조차 여성이 아닌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의 강인함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고석빈과 이어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아이의 아버지로서 고석빈을 인정할 수 있었다.

과연 그녀의 싸움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무엇보다 무슨 일만 벌이면 바로 돌아오는 댓가로 인해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이고 만 배정자의 앞날은 어떨 것인가? 그녀가 앞으로 꾸밀 일들과 그로 인해 도리어 그녀에게 돌아갈 결과들에 대해서. 운이 좋다기에는 항상 그 끝이 좋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어서. 하지만 파국은 그리 멀지 않았다.

여성은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 그러나 결국 어머니도 여성이기에 여성은 강하다. 딸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머니 봉선아도, 다시 세상과 맞서 어머니로서의 자신을 찾으려는 어머니 도미솔도, 마침내 사랑을 찾은 어머니 이주리(이의정 분)도. 어울리지 않는 악행을 저지른 배정자나, 끝내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고, 다시 단호하게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한 조윤정도 역시. 그러고 보면 어머니의 드라마일 것이다. 선하든, 악하든, 강하든, 약하든, 어머니로서의 그녀들이 드라마를 주도한다.

아무튼 참 재미있다. 말한 것처럼 배정자는 그래서 악역이며 광대 캐릭터다. 악행을 할 때는 그리 밉살맞은데, 이내 바로 그 댓가를 치르고 마니 그 장면들은 무척 우스꽝스럽다. 천연덕스레 그것을 연기해내는 이휘향에 대해서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할 뿐.

진심으로 해피엔드를 기다리는 드라마다.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 이소룡도 부디 용기를 내 보기를. 또 다른 어머니 최은희(김미경 분)의 강함과. 기대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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