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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24 08:10

위대한 탄생 시즌2 "구자명, 영광과 좌절, 그리고 비상, 드라마가 시작되다!"

자극적인 편집 없이도 참가자 자신만으로도 재미있음을 보여주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시즌1의 백청강에 이어 또 한 명의 스타가 탄생하려는 것일까? 사람들이 오디션에서 기대하는 것은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참가자들을 평가하는 것, 다른 하나는 오디션을 통해 비로소 비상하는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지난 시즌1에서 사람들이 백청강 - 아니 김태원과 외인구단을 지지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고기를 사주고 싶어지는 백청강과 어쩐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비장해지는 손진영. 그에 비하면 셰인과 이태권은 오로지 자신의 실력과 매력으로 올라간 케이스였다. 하기는 이 또한 심사위원의 입장이 된 대중의 선택을 받은 경우라 할 수 있었다.

분명 이번 시즌2에서는 뛰어난 실력자들이 많이 보였다. 영국출신의 샘 카터와 현역회계사 배수정씨, 아라레 신예림과 이번주 모습을 보인 애슐리, 강지안 등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과연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엄친딸 배수정씨를 제외하고 그만한 드라마를 가진 참가자가 있었는가? 광주예선에서 한때 방황하던 어두운 시절의 기억을 고백한 18세 강희정양이 있기는 했지만 그녀의 실력은 대중에 어필하기에 약간 모자랐다.

스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배수정씨보다 더 비장하고, 강희정씨보다 더 강하고 화려한. 대중들로 하여금 자신을 이입할 수 있고 성공이라는 드라마를 써 갈 수 있는 대상이. 그것은 경쟁오디션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에서 굳이 편집을 통해서라도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오디션의 킬러컨텐츠였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 시점에서 반드시 나와주어야 했다.

그래서 나와주었다. 완벽한 드라마를 갖춘 예비스타가. 구자명. 22세. 전청소년국가대표선수. 2007년 북한과의 청소년대표팀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는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한 제 2의 박지성이라고까지 불리웠던 한 유망주의 좌절과 몰락은 사람들로 하여금 동정심을 갖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안되고 안타깝다. 어쩌면 누구보다 화려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을 그가 지금은 생계를 위해 배달일을 하고 있는 처지라니. 한국엘리트스포츠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운동만 하다가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 사실상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한 재능있는 선수의 불행에 대해 동정하며 비감에 젖어들어가고 있는데 문득 우렁찬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오히려 너무 잘하지 못해서 더욱 귀기울여 듣게 되는 그의 진심이 담긴 노래였다. 애닲도록 서정적인 가사와 노랫말은 투박하기까지 한 그의 목소리에 실려 진심처럼 전해지고 있었고 그로써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고 있었다. 축구로 좌절한 한 유망주가 누이가 전해준 MP3를 통해 음악으로 위안을 얻고, 다시 한 번 <위대한 탄생>이라는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한 번 접었던 자신의 꿈을 펼치게 된다. 얼마나 짜릿한가? 그토록 안타까운 좌절을 겪어야 했던 한 젊은이가 다른 길을 통해 다시 한 번 꿈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

그것은 비단 필자만의 감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구자명씨가 오디션을 마치고 바로 모든 포털사이트에서 구자명씨와 더불어 구자명씨가 부른 오디션곡 "비밀"과 "비밀"의 작곡가 김태원마저 실시간 검색어순위에 오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실력도 실력이려니와 그 드라마가 사람들로 하여금 감동을 기대하고, 감동을 써내려가고픈 욕구가 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마 단지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조별경연을 지나 생방송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지 않을까. 스타탄생의 예감을 넘어 확신까지 하게 되는 이유였다.

아무튼 그다지 편집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재미있을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회차였다고 할 수 있다. 9월 23일 3회차 첫참가자였던 50Kg은 심사위원 윤일상에 의해 억지로 코믹컨셉을 잡게 된 경우였다. 아마도 오디션 무대가 그렇게 떨렸던 모양으로, 그래서 온갖 음이탈에, 가사를 잊거나,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윤일상은 지적하여 탓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컨셉으로써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기는 실력은 있어 보였던 참가자였다. 박민의 목소리는 평범하지만 매력이 있었고, 이찬영의 랩은 상당한 속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아주 약간씩 못 미쳤다는 것이. 여기에 긴장으로 인한 실수까지 겹치며 한 바탕의 만담이 펼쳐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것을 유쾌하게 웃으며 즐겁게 받아들여준 심사위원들에 감사해야 할 지. 과연 긴장을 하지 않고 제대로 부르게 된다면 어느 정도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기대되는 참가자기이도 했다. 김태원의 말처럼 단지 재미를 주기 위한 팀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를.

주현의 성대모사와 멋진 밸리댄스를 보여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참가자 푸니타, 그리고 비트박스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묘기라기에는 힙합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던 참가자 저스틴 김, 나이는 어리지만 끼를 보여주었던 랜스 임 어린이, 여기에 탈락했지만 비의 춤을 멋지게 소화해 보여준 정성은 어린이도. 하지만 역시 압권은 심사위원인 이선희와 김태원마저 긴장케 했던 당돌한 소녀 정지안이 아니었을까?

이선희로 하여금 당황케 만든 대담한 옷차림에, 전혀 긴장따위 하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춤과 노래, 그리고 할 말은 반드시 하고 마는 당돌함까지. 첫회 출연한 아라레 신예림양과 좋은 라이벌이 될 것 같이 보였다. 개인적으로도 그녀의 마인드는 걸그룹이나 발라드보다는 록에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록스피릿을 본 것 같았다. 멋진 여성록커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이밖에도 시즌1에서의 전설의 멘토 김태원과 마치 그를 맞으려는 듯 나타난 시즌1의 참가자 김도엽과 최환준, 그러나 결국 시즌1에서의 멘토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시즌2에서도 합격의 영광을 얻은 것은 강병진 한 사람 뿐이었다. 아직 과제는 많이 남았지만 발전가능성이 보인다. 살도 빼고 문제도 많이 개선했다. 미국예선에서는 작년 위대한캠프에서 마지막까지 갔던 메건 리가 더 성숙하고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당시 예선에서 심사를 보았던 멘토 윤상과 마주하고 있었다. 여전히 한국어는 서툴지만 한결 안정된 모습과 태도는 인상적이었다. 특히 스스로 동생을 보며 만들었다는 노래는 그녀에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도 있지 않을까. 같은 교포출신으로 박정현의 멘토링을 기대해 보게 된다. 이번에는 마지막을 넘을 수 있을까?

김태원의 어록도 여전했다. 바이블에서 홍수의 예언이 있어 노아가 방주를 만드는데 여러 짐승들이 그 앞에 모였다. 그러나 결국 방주에 태울 수 있는 것은 한 쌍 뿐이다. 비슷한 스타일이 여럿 있다면 결국 그 가운데 성공하는 것은 한둘 뿐이다. 특히 시즌1에서 만났던 김도엽에게 정신차리라며 기다리는 법을 알라 충고하는 장면은 정말 멋있었다. 최환준에게도 이 자리에 있는 심사위원 모두가 20년 넘게 기다리며 음악을 해 온 사람이라고. 무엇보다 김태원 자신이 마침내 예능을 통해 빛을 보게 되기까지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었다. 너무 조급하여 스스로의 재능을 망치지는 않는가. 앞으로도 평생을 음악을 할 것이라면.

아마 상대적일 것이다. <슈퍼스타K>의 어쩌면 과도한 자극적인 재미에 비해 <위대한 탄생>은 심심할 정도로 무난하다. 그러나 그 심심함이 더욱 참가자와 그들의 노래에 집중하게 만든다. 더구나 아직 예선임에도 애정을 가지고 성의를 다해 들려주는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과 조언은 귀와 더불어 머리까지 살찌우는 것 같다. 미처 알지 못한 것. 미처 느끼지 못한 것들. 배우고 익히니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열정에 넘치는 참가자들의 무대도 즐기며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음악인들의 지식과 경험이 담긴 말을 경청할 수 있다. 다른 것 없이 오로지 심사위원과 참가자들만이 있기에. 맥주는 보리와 홉과 물이면 충분하다.

재미있었다. 편안하게 그저 즐겁게 보았다. 또 하나의 드라마를 보아서 흥분되고, 애슐리와 정지안이라는 빼어난 가능성을 보게 되니 그것이 기대되고, 매건 리와 강병진의 성장은 반갑고, 얼떨결에 코믹캐릭터를 잡아 버린 50kg은 웃겼다. 아직은 더 기다리는 법을 알아야겠다는 깨달음과. 이런 게 바로 오디션을 보는 재미일 테지만.

다음주는 다시 윤상과 윤일상의 독설퍼레이드가 이어진다는데. 더구나 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참가자들도 나오게 된다고 한다. 예고편부터가 이리 설레인다. 그만큼 만족한 때문일 것이다. 다음주도 이번주와 같다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계속 이대로만 가기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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