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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20 09:12

계백 "왕자 교기, 마침내 사택왕후의 빈틈이 드러나다"

비로소 드라마다운 전개가 이루어지려 하고 있다.

 

어째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그토록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비판했던가. 참 사람이 허무해진다. 교기(진태현 분)에게 아기 울음소리를 들켜 급히 도망가는 사이가 아이가 눌려 숨이 막혀 목숨을 잃었거니... 그래서 극중 인물들과 더불어 잠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사이 어느새 가희가 다가와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다. 아이도 살아나고 가희의 말문도 트이고. 뭔가?

어째서 계백(이서진 분)은 거기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키고 말았던 것일까? 그리고 아이는 어째서 숨이 끝어져 있었던 것이었고, 또 성충(전노민 분)이며 흥수(김유석 분)이며 그리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고 있었던 것일까? 가희가 벙어리였던 것은 아이를 살려주고 말문을 트이기 위해서라는 것은 알겠다. 가희가 벙어리가 된 이유도 어린 동생을 업고 도망치다 동생이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러나 아이는?

논리적 개연성이 무너지면 보는 입장에서 무척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장면이 다음으로 이어지고. 지금 보고 있는 내용이 이후의 다른 내용과 연관이 되어지고. 어쩌면 계백으로 인해 아이가 죽은 이 사건이 장차 그리 순진해 보이던 연태연(한지우 분)이 의자(조재현 분)가 왕으로 즉위한 이후 성충과 흥수와 대립하여 그들을 죽이고 물러나게 만드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의자가 마침내 초심을 잃고 폭주하는 이유로써 이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상관없이 아이는 살아나고 가희는 말문을 트인다. 도대체 지금 보고 있는 이 장면이 이후 드라마의 전개와 어떤 개연성을 가지고 관계를 갖는가. 의미가 있는가.

남조(조상기 분)가 살아난 것도 그렇다. 사실 그다지 살아날 필요가 없는 부분이었다. 굳이 남조가 살아나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도 이미 남조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택왕후(오연수 분)나 사택적덕(김병기 분)가 은고(송지효 분)에 대한 의심에 확신을 갖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 도대체 미행하라고 딸려보냈는데 여직 돌아오지 않고 있을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굳이 죽은 남조마저 살려내고. 그렇게 지저분하게 길게 싸우고 나서... 하긴 그러니까 제대로 죽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떠난 것일 테지만 말이다. 한 마디로 남조나 계백이나 그 무술실력이 한참 미숙한 것이다.

그동안 은고가 단 한 번도 의심을 받지 않은 것도 그렇고. 그렇게 용의주도하던 은고가 의심받기에 좋은 뻔한 수로 사택왕후를 속이려 드는 것도 그렇다. 설마 거기에서 상회 일로 자객이 자신을 습격했다 한다면 사택왕후가 순순히 속아줄까? 차라리 거기에서 연씨가문의 잔당이 사택왕후를 노리다 자기를 습격했다 하는 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씨몰살을 했어도 잔당이 있다면 원한을 품고 사택왕후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니. 물론 역시 각오하고 아이를 빼돌리기 위해 했던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그러고서도 전혀 긴장 없이 사택왕후가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주리라 여기는 당당함은 어리석은 것일까? 순진한 것일까?

교기는 딱 적당히 묘사되고 있다. 자신의 태자책봉을 지지하기 위해 모였다는 사람들 앞에 노골적으로 공신으로 임명할 것을 말하고, 심지어 관직까지 줄 것을 약속하고 있다니. 정치인으로써 너무나 당연한 정치적 수사를 전혀 모른다. 밀고 달기고. 기인 척 아닌 척, 있어도 없는 척 없어도 있는 척. 사택왕후가 오죽하면 친자식인 교기를 여직 아이라 여기며 태자책봉까지 미루고 있는가을 알 것 같다. 한 마디로 멍청이다. 결국 사택왕후가 갖는 힘의 근원은 생략한 채 바보를 아들로 주어 그것으로 빈틈을 삼는다. 그렇다기에는 예고편으로 보았을 때 교기로 인해 사택왕후가 특별히 위험해지는 것 같지는 않고.

그래도 역시 교기로 인해 비로소 드라마다운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마침내 사택왕후의 주위에 교기로 인해 허점이 노출되고, 성충과 흥수, 계백이 그 허점을 노리고 그 틈을 벌리려 끼어들고. 당연히 강한 적이 있으면 그 안으로 들어가 이간질을 꾀하는 것은 모략에 있어 하나의 정석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교기 주위에 조언을 해주는 측근 하나 없다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연기자 출연료 비싼 건 안다.

하여튼 보는 사람 힘빠지게 하는 데는 뭔가 있는 드라마일 것이다. 거기서 은고는 어째서 그 신분에 혼자서 밤길을 가는 것인지. 그 신분에 혼자서 밤에 이동하는 것부터가 의심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 한결같이 너무나 허무해서. 너무 허술해서. 그래도 시청률은 잘 나오니까.

마지막 기대를 걸어보려 한다. 교기의 반항이 과연 어떤 결과로 돌아올 것인가. 예고편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제까지 감춰왔던 발톱을 마침내 드러낼 것인가. 늦었지만 이제래도 보여진다면 탄력을 받을 수 있으리라. 비로소 드라마다워진 것을 반가워하며.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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